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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뉴스/세기의 사건사고

칠레 강진 `초토화`..쓰나미 피해는 미미 (연합뉴스 2010.02.28)

칠레 강진 '초토화'..쓰나미 피해는 미미

"사망자 300명 이상..피해규모 최대 300억弗"
태평양
쓰나미로 일본 일부 저지대 침수


27일 칠레를 덮친 규모 8.8의 강진으로 최소 300명 이상이 숨지고 150만채의 주택이 파손되는 등 피해 규모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강진 이후 태평양 연안으로 이동 중인 쓰나미는 일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다행히 큰 피해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칠레 정부가 매몰자에 대한 구조작업을 시작한 가운데 국제사회도 지원 의사를 밝히는 등 구호.재건 활동도 시작되고 있다.

◇ 피해 속출 = 칠레 재난국의 카르멘 페르난데스 국장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300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앞서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지진 피해자가 200만명, 파손된 가옥도 150만채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생한 규모 8.8의 지진은 1900년 이후 5번째로 큰 규모다.
이날 지진은 취약 시간대인 새벽 3시34분에 발생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
특히 진앙지로부터 115㎞ 떨어진 칠레 2대 도시
콘셉시온에서 15층짜리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등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이었다.

진앙지로부터 325km 떨어진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으며 고가도로가 일부 무너지면서 교통이 마비됐다.

치얀에 있는 교도소에서는 지진으로 화재가 발생한 틈을 타 수감자 209명이 탈옥했다고 국영 TV가 보도했다.

산티아고 국제공항도 지진 직후 폐쇄 조치된 가운데, 공항 청사의 승객 이동로가 파괴되고 건물 문이 부서졌으며 유리창도 곳곳에서 깨져나갔다.

산티아고에서 120㎞ 떨어진
발파라이소 소재 칠레 주요 항구에도 폐쇄 명령이 내려졌으며, 세계 최대 구리 생산 업체인 코델코도 광산 두 곳을 폐쇄했다.

산티아고 남쪽 200km쯤에 있는 유서깊은 도시 쿠리코도 이번 지진을 피하지 못했다.
1743년에 만들어진 쿠리코의 고풍스러운 교회와 19~20세기에 지어진 고택들도 상당수 붕괴됐다.

이번 지진은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이자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강국 칠레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난위험평가업체인 EQECAT는 피해규모가 150억~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측했다. 이는 칠레 국내총생산(GDP)의 10~15%에 해당한다.

◇ 후속 피해도 잇따라..각국에 지진 공포 엄습
강진 이후에도 규모 6.9를 포함해 5.0 이상의 여진만 50차례 이상 발생하고 있어 칠레 현지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놓고 있다.

추가 강진을 우려한 칠레 주민 상당수는 붕괴 위험이 있는 가옥을 버리고 길거리에서 노숙하고 있다.

식수 부족 및 단전 등으로 민심도 점차 흉흉해지고 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인근 퀼리큐라 지역의 한 주민은 더운 한여름에 식수 공급이 늦어지면서 주민들이 점차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구호물자를 배급하는 트럭에 돌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고 이날 전했다.

이웃 국가인 아르헨티나에서도 칠레 강진 몇 시간 뒤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2명이 숨졌다고 현지 의사가 전했다.

28일 새벽에는 파키스탄 북부 지역과 아프가니스탄 카불 지역에서 규모 5.7의 지진이 감지됐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 쓰나미 강타 = 지진 여파로 발생한 쓰나미는 칠레를 덮친 이후 50여개 이상의 태평양 연안국으로 퍼져 나갔다.

지진 발생 직후 칠레 해안에서 700㎞ 떨어진 태평양 해상의
로빈슨 크루소 섬에 쓰나미가 덮쳐 5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됐다.

로빈슨 크루소 섬은 유적을 포함해 약 20~30%가 파괴됐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어 태평양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한 쓰나미는 뉴질랜드 동부 해안에 높이 1.5m의 파도를 일으켰으며 하와이와 호주 등으로 이동했지만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

17년 만에 대형 쓰나미 소개령이 내려진 일본에선 1.2m의 쓰나미 파도가 관측됐다.
홋카이도 지방의 네무로시에서는 항구의 일부 창고가 침수되고 주차된 자동차들이 30cm 정도 높이의 물에 떠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도 0.8m의 파도가 감지되는데 그쳐 경보가 해제됐다.
◇ 국제사회 지원 = 유엔과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국제 사회가 대지진이 강타한 칠레 지원을 선언하고 나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유엔은 칠레 정부와 주민을 지원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미국이 "(칠레의) 지진 피해 구조와 복구 작업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칠레 정부가 지원을 요청하면 구조와 구호 활동을 투입할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세 마누엘 바로소 EU 집행위원회(EC) 위원장도 "1차로 신속지원 자금 300만유로를 보내 구호 활동과 즉각적인 용도로 사용하도록 결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칠레 당국을 돕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은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위로했으며, "중국은 이번 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칠레를 돕기 위해 긴급 구호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 당국 대응 =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 당선자는 다음 달 공식 취임을 앞두고 발 빠르게 지진 피해 대응에 나서 사실상 대통령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피녜라 당선인은 "바첼레트 대통령과 함께 강진 피해복구 및 피해지역 재건을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면서 올해 예산의 2%를 강진에 따른 피해 복구와 재건 활동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피녜라 당선인은 "약탈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면서 "온 힘을 다해 이 같은 범죄와 싸우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11일 취임 예정인 피녜라 당선인은 재난 극복이라는 첫 번째 과제에 당면하게 됐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이에 앞서 '대재난 사태(state of catastrophe)'를 선포하고 총력 대응에 나섰으며, 재해 당국은 인명 구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동시에 피해 현장의 통신을 복구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칠레 구조팀은 28일부터 붕괴된 건물 아래 매몰자들에 대한 수색.구조 작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