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강진, 2004년 수마트라 대지진과 닮은 꼴
나스카판 남미판 파고들다 대충돌
‘메가스러스트’ … 진앙충격 강도로는 100년만의 대지진
칠레 지진은 23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대지진과 같은 유형의 지진으로, 지질학자들은 이런 초강력 지각활동을 '메가스러스트(megathrust)'라 부른다. 대형 쓰나미를 동반하는 메가스러스트는 지각판이 다른 지각판 밑으로 들어갈 때 일어난다. 따라서 이런 유형의 지진은 지구 지각판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환태평양지진대, 이른바 '불의 고리(Ring of Fire)' 지역에서 주로 일어난다.
칠레가 위치한 남미 서부 태평양 연안은 나스카판과 남미판이 움직이는 곳이다. 두 지각판은 최근 몇년 동안 연간 8㎜ 정도씩 서로 부딪치며 갉아들어가고 있었다. 이번 지진은 태평양 바다 쪽의 나스카판이 대륙 지각판인 남미판 아래로 파고들어가면서 일어났다. 길이 400㎞ 단층선을 사이에 두고 두 지각판이 50기가t 규모의 에너지로 부딪쳐 지구 전체에 충격을 미쳤다. 미 지질조사국(USGS)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은 거대 지진 가운데서도 엘리트급"이라면서 "진앙의 충격 강도로는 1906년 에콰도르 지진 이래 100여년 만의 대지진"이라고 설명했다.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토아 섬에서 초대형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서 쓰나미와 분진이 지구 반대편 미국 플로리다까지 밀려갔다. 아시아 쓰나미 사태 때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해일이 인도양을 건너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피해를 입혔다. 20세기 이후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된 60년 칠레 발디비아 지진 때에도 쓰나미가 일어나 하와이와 일본, 필리핀에까지 피해를 입혔다. 이번 지진은 진앙에서 가까운 해상에 인구가 많은 섬이나 대륙이 없어 아시아 쓰나미 때보다 해일의 도달 범위는 넓었지만 피해가 적었다. USGS에 따르면 지진 규모를 측정하기 시작한 이래 규모가 컸던 스무 차례의 지진 가운데 18건은 환태평양지진대에서 일어났으며 이 중 칠레에서 일어난 것만 네 차례였다.
이번 지진 최대 피해지인 콘셉시온은 비오비오주의 주도로, 1751년 엄청난 지진 피해를 입은 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현 위치로 도시를 이전했다. 250여년 전의 이주가 피해를 줄이는 데 보탬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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