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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교과부 움직인 `노량진녀`의 힘 (YTN 2010.10.19 05:50)

교과부 움직인 '노량진녀'의 힘

YTN | 입력 2010.10.19 05:50

올해 교원 임용고시를 불과 한달 여 앞둔 지난 달, 일부 과목의 경우 1명도 뽑지 않는다는 공고가 나면서 1년 내내 고시준비에 매달렸던 많은 예비교사들은 큰 허탈감에 빠져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내년부터는 시험 6개월 전에 미리 임용계획을 공고하겠다고 제도 개선을 약속했는데, 그 배경에는 한 예비교사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습니다.

개인의 힘이 세상을 바꾸는데 얼마나 소중한 역할을 하는지, 임장혁 기자가 사례를 소개합니다.

[리포트]

1년 동안 공통사회 과목 임용고시를 준비했던 차영란 씨는 지난달, 교과부의 임용계획을 보고 큰 좌절감에 빠졌습니다.

시험을 불과 한달 여 앞둔 시점에서 임용계획이 아예 없다는 공고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차영란, '공통사회' 임용고시 준비생]
"모든 일을 뒤로 하고, 공부에만 매달렸는데, 이제 한달 뒤면 내 실력을 뽐낼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신규인원 0명이더라고요, 0명!"

좌절만하고 있을 순 없었던 차 씨는 곧바로 임용고시 학원이 몰려있는 노량진으로 향했습니다.

연초에 미리 임용계획을 발표하는 사전예고제 도입을 촉구하며 혼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인터넷에 끊임없이 글을 올리고, 학원 강의실에서 연설도 하며 여론을 조성했습니다.

[녹취:차영란, '공통사회' 임용고시 준비생(10월 1일, 교육과정개편안 공청회)]
"우리 예비교사들을 위해 스스로가 권리를 찾는 운동을 벌였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한달 넘게 계속된 차 씨의 활동에 네티즌들은 '노량진녀'라는 별칭을 붙이며 그녀를 지지했고, 3,500여 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인터뷰:차영란, '공통사회' 임용고시 준비생]
"좌절만 하고 있으면 불합리한 세상이 바뀔리 없고, 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예비교사들이 얼마나 마음아파 하고 있을까 생각하다, '그래 나라도 총대를 메자!'라고 생각해서..."

'노량진녀'의 끈질긴 노력은 마침내 정부를 움직였습니다.

'데이트 신청'이라는 참신한 문구로 교과부 앞에서 장관 면담을 요구하는 시위에 돌입했고, 결국 장관으로부터 제도 개선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인터뷰:정종철,
교육과학기술부 담당과장]
"민원인의 민원 내용이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시험 6개월 전에 임용계획을 발표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의해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개인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는 차 씨는 교과부가 실제 약속을 지킬 때까지는 자신의 일이 끝난 게 아니라며 내년 임용계획 발표때 까지 계속 노량진녀로 활동할 생각입니다.

'노량진녀'의 뚝심…교사 임용시험 '사전 예고제' 이뤄내

임용고시 준비생 차영란 씨, 교과부 장관 만나 '제도 개선' 확답 받아

기사입력 2010-10-19 오후 6:06:25

예비교사가 한달 여의 외로운 싸움 끝에 '임용고사 사전예고제 도입'이라는 제도개선을 이뤄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온라인에서 '노량진녀'로 불리며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온 차영란 씨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은 지난달 17일 공통사회 과목 교사를 한 명도 뽑지 않는 등 사회과 교사 임용 규모를 크게 축소해 발표했다. 당시 각 교육청이 시험을 채 한달도 남기지 않고 정원을 발표하면서 임용고사 준비생들의 혼란이 컸다. (☞관련기사 : "교사 임용시험 공부 3년, 말짱 도루묵…술이나 마시련다")

중·고교 '공통사회' 교사를
목표임용시험을 준비해왔던 차 씨는 처음엔 지리교사로 전공을 바꿔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총대를 메서라도 제도를 바꾸는 일에 나서야겠다"고 마음먹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는 시험 한 달 전에 정원을 공개하는
교과부의 부당함과 사전예고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예비교사들에게 보내는 편지' 400장과 사탕을 준비해 노량진 학원가를 돌며 준비생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스스로 '노량진녀'라는 명찰달고 다니는가 하면 노량진 학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기도 했고 온, 오프라인 서명운동도 벌였다.

지난 1일에는 교육과정개편안 공청회에 참석해 "시험 한달 전에 꿈을 앗아가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총대를 멨다. 이
원통함을 호소하고 싶다"며 "나는 연줄이 없다. 제발 법좀 바꿔달라. 임용고시 한달 전에 발표하지 말고 연초에 발표해서 안정된 상태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이화여대 졸업하고 지금은 소속이 없다. 왜냐하면 2년 동안 임용고사를 준비해 왔고 현재 오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며 "전국 0명이라는 임용계획에 예비교사들이 꿈을 잃고 좌절했는데, 정부는 시험 한달을 앞두고 공지를 발표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노량진녀' 차영란 씨. ⓒ차영란


그러다 차 씨는 지난 18일 이주호 교과부 장관을 만나 직접 제도 개선 약속을 받아내는 성과를 이뤘다. 그는 교과부 앞에서 '이주호 장관님 데이트 신청'이라는 분홍색 피켓을 들고 임용정원 사전예고제 도입을 위한 1인 시위를 벌였다.

차 씨는 1인 시위 30분 만에 정종철 교직기획발전과장과 면담할 수 있었고 이어 이주호 장관과의 면담까지 했다. 차 씨에 따르면 이주호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내년 임용고사 6개월 전까지 임용정원 사전예고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확답을 했다.

차 씨는 19일 자신의 미니홈피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예비교사들이 겪는 서러움과 임용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이주호 장관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사전예고제에 대해 논의하고 시·도 교육청과도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교육
과학기술부 관계자도 19일 "임용정원을 시험 직전에 알리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민원이 계속 제기돼 사전예고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하려고 한다"며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