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기회 못 잡는 문재인…"문제는 배제의 리더십"
내치고, 허둥대고…정치를 몰랐다
친노 패권주의 탓 외연 좁힌 채
정동영·천정배 끌어안지도 못해
본인은 부정…"박근혜보다 불통"
문재인은 리더인가.
4·29 재·보선이 야권에 던진 질문이다. 0대4라는 드러난 빙산의 일각 밑엔 더 참담한 결과가 깔려 있다. 10%포인트 이상의 차이를 보인 완패였다. 광주, 서울 관악, 성남 중원과 같은 오래된 텃밭을 모조리 뺏겼다. 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거짓말,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 등 널린 호재를 전혀 잡지 못했다.
패배의 중심에 선 이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다. 그는 선거 이튿날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강력하고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다"고도 했다. 자신을 향한 말은 "부족했다"란 표현뿐이었다.
3년 전에도 이길 수 있는 대선에서 졌던 그였다. 이번엔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당 대표가 되고 맞이한 첫 승부였지만 또 패했다. 결과가 주는 직접적 충격보다 그의 리더십을 두고 피어오르는 유권자들의 의구심이 더 큰 타격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문재인 리더십은 배제의 리더십"이라고 요약한다. 넓게 보면 야당 분열의 책임이 문 대표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표의 비극은 천정배·정동영 전 장관의 탈당 때부터 예고됐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둘이 나간다는 낌새를 얼마나 피웠나. 그런데 문 대표가 한 번밖에 만나주지 않았다. '최고위원 자리 하나쯤은 둘에게 줘야 한다'는 의견도 묵살했다. 만약 문 대표가 천정배에게 '성남 중원 공천할 테니 당에 있어 달라'고 했으면 나갈 명분이 있었겠나"고 반문했다.
당내 경선 과정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서울 관악을의 경우 지역 터줏대감은 호남향우회를 업은 김희철 후보였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 비중을 높인 새 경선 방식으로 그는 0.6%포인트차로 고배를 마셨고, 승자는 '친노' 정태호 후보였다. 김 후보가 "탈당은 하지 않겠지만, 친노도 절대 돕지 않겠다"며 반발해도 문 대표는 수수방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박근혜 대통령보다 문 대표가 더 불통"이라고 했다.
유세전에서도 삐걱거렸다.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동교동계는 뒷짐 진 모양새였고, 김부겸·박영선·정세균 등 당의 간판은 좀체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원맨쇼였다. 그러면서도 불만은 불만대로 샀다. 김한길 의원 측 한 참모는 "이번에 김 의원은 광주만 빼고 다 돌았다. 그래도 당 대표실에선 '지원유세 안 한다'고 하더라. 작년 7·30 재·보선 때 문 대표는 단 한 번도 지원유세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새누리당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 관악을 선대위원장을 맡고, 김무성 대표의 잠재적 라이벌일 수 있는 김문수·나경원 등이 총출동했다.
이제 '친노'에 대한 반감은 슬슬 임계점에 다다른 양상이다. "친노 수장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면 집권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노회찬 전 의원)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선학태 전남대 명예교수는 "친노 피로감이 호남엔 만연하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문 대표는 친노 패권주의를 부인한다. "친노 자체가 없다"란 입장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문재인이 대표에서 물러나면 친노도 와해되지 않겠는가. 문재인 체제 수성에 친노들이 더욱 목을 맬 것"이라고 말했다.
탄력 받은 김무성과 제동 걸린 문재인 … 오세훈·안희정은 미소
(중앙일보 2015.05.03 04:00)
최근 정국 통해 본 대선 잠룡들 손익계산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서 시작해 4·29 재·보궐선거까지. 요동치는 정국의 흐름에 따라 대선 주자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중앙SUNDAY는 1~2일 정치학자 및 여론조사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최근 정국이 여야 대선 주자 후보 9명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해 봤다.
이번 정국의 최대 수혜자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10명 중 8명이 ‘매우 좋아졌다’고 답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당 대표로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총리 경질을 요청하고, 야권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면서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까지 이끌어 내면서 대선 가도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경험했다. 성완종 특별사면 논란에 휘말린 데 이어 재·보선까지 참패하면서 대표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야당의 성지인 광주에서의 패배는 호남에서 친노 세력에 대한 확실한 비토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렸던 반기문 총장은 성완종 파문으로 대선 출마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반 총장이 성 전 경남기업 회장과 선을 긋는 입장을 표명한 게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경우 최대 격전지인 서울 관악을의 공동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승리에 기여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택수 대표는 “오 전 시장과 성남 중원에 투입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성완종 파문으로 악재를 맞은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의 지지율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야권에선 안희정 충남지사와 안철수 의원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성완종 파문으로 안 지사만이 충청권의 사실상 유일한 차기 주자로 남게 됐다”고 전망했다.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안 의원에게도 재도약을 위한 정치적 공간이 열렸다”며 “그러나 이번에 초당파적 당내 개혁 드라이브를 걸지 못한다면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선 “혼란 상태의 야권에서 벗어나 있어 반사이익을 봤다”(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성 전 회장의 책에 추천사를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깨끗한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등 평가가 엇갈렸다.
<설문참여·가나다순> 가상준 단국대 교수,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정연정 배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최창렬 용인대 교수,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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