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인사소외를 끝내려면
지난 25일 발표된 국무조정실장 및 차관급 13명에 대한 인사에서 호남권 인물은 단 1명이었다. 영남 5명, 서울 4명, 충북 출신 3명에 비하면 편차가 크다. 강원도와 제주도 출신은 전무했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난 21일 첫 국무회의를 가진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출신지별 인물분포를 보자. 총리를 포함 18명의 장관 가운데 호남출신은 단 1명 뿐이다. 수도권(서울) 5명, 영남 7명, 충청 2명, 강원 1명, 호남 1명(미확정 2개 부처 제외)으로 영남권 출신이 월등히 많다. 박근혜 정부 1기 내각 출범 초기 수도권 8명, 영남 6명, 호남 2명(인수위 공식 발표 출생지-방하남ㆍ진념 포함), 충청 2명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영남권 중심의 인사가 이뤄지고 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다.
내각에서 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지역차별은 더욱 심하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한 수석비서관 11명 가운데는 수도권(서울) 2명, 영남 5명, 충청 3명, 강원도 1명이다. 호남과 제주도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정권초기 2명이었던 호남출신 수석비서관은 0명으로 아예 사라졌다.
전남일보가 지난달 16일 보도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청와대ㆍ정부부처 장관 및 정부산하 주요기관ㆍ단체장 인사를 분석한 결과도 내용이 비슷하다.
청와대가 지난달 13일까지 42회에 걸쳐 단행한 183명에 대한 인사에서 수도권 출신은 56명으로 30.6%를 점유했다. 그러나 영남권 출신은 64명(경남 25명ㆍ경북 21명ㆍ대구 9명ㆍ부산 9명 등)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보다 영남권 인사들이 정부부처와 주요기관 수장으로 더 많이 임명됐다. 충청권이 29명(충남 15명ㆍ충북 11명ㆍ대전 3명)인 15.8%, 호남권이 25명(광주 5명ㆍ전남 10명ㆍ전북 10명)인 13.7%였다. 또 강원도는 8명(4.4%), 제주도는 1명(0.5%)에 불과했다. 4대 핵심 권력기관장은 수도권 2명, 영남 1명, 충청 1명이었지만 지난 25일 인사로 수도권 2명, 영남권 2명(국세청장에 경북 출신 임환수 서울지방국세청장 내정)으로 재편됐다. 호남권 인물은 전무한 상태 그대로이고, 영남권 인물은 1명이 보강됐다.
이명박 정부가 불을 지핀 영남권 인사 편중 현상이 '대탕평'을 부르짖던 현 정부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정부 각 부처를 비롯 정부산하 기관ㆍ단체장을 특정지역 인사가 지배함으로써 중간 간부들에 대한 인사상 편중현상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다. "호남 출신들이 중앙부처에서 씨가 마르고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이 입증되는 대목이다. 이는 단지 호남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왜 우리나라는 정권을 잡은 인물의 출신지에 따라 인사편중이 심화되는 것일까.
우리나라 정치구조에 있다고 본다. 지역당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 정당구조와 제왕적 단임 대통령제가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편이 확연히 갈리는 총선ㆍ대선은 승자와 패자로 국민을 명확히 구분시킨다. 뿐만 아니라 정권 획득의 대가로 승자독식의 권력집중이 주어진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필자는 가끔 '대통령은 신이 아니면 안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 사람의 통치자가 외교ㆍ안보를 비롯 서민 장바구니까지 챙겨야 한다는 것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책임총리ㆍ책임 장관'은 헛구호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 속에서 이뤄지는 인사(人事)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또 단임 대통령제는 공약이행에 대한 책임을 검증할 기회가 없다. 대탕평ㆍ국민화합 등 대선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를 통한 국정지지도가 발표되는 것이 유일한 평가일 뿐이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정치권에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개헌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다. 조기 레임덕을 우려한 눈치보기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제 지역정당과 제왕적 단임 대통령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때다. 정치권은 이를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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