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층서 뛰어내린 절망감… 그앞에 얼어붙은 사람들
[13년前 악몽이 그대로… 개관한 9·11 추모 박물관 가보니]
무너지는 과정이 시간대별로…
관람객들은 입 막으며 탄식 "끔찍했다" "일어나선 안될 일"
구조 나섰던 소방관의 글엔 "도울 수 없다는 사실이 참담"
지난 22일 오후 4시 30분(현지 시각) 알카에다의 테러로 숨진 2977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뉴욕 맨해튼의 9·11 박물관. 전날 공식 오픈한 박물관 출구를 빠져나오는 관람객들은 큰 충격을 받은 듯 질린 모습이었다. 관람한 소감을 묻자 "끔찍하다" "충격적이다"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남편에 기대며 걸음을 옮기던 한 할머니는 "다시 일어나선 안 될 일(Never again)"이라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끔찍하길래"라는 의문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엔 공항과 똑같은 시설을 갖춘 검색대가 마련돼 있었다. 가방이나 호주머니에 있는 소지품을 모두 꺼냈다. 허술한 검색으로 비행기를 납치당했던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끔찍하길래"라는 의문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엔 공항과 똑같은 시설을 갖춘 검색대가 마련돼 있었다. 가방이나 호주머니에 있는 소지품을 모두 꺼냈다. 허술한 검색으로 비행기를 납치당했던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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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 시각) 문을 연 미국 뉴욕 맨해튼의 9·11 박물관은 13년 전 테러의 참상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 위 사진은 월드트레이드 센터 쌍둥이 빌딩 지하에 설치된 거대 콘크리트 제방과 빌딩의 철근 기둥. 아래 사진은 희생자 2983명의 얼굴이 담긴 추모실이다. /뉴욕=나지홍 특파원
1층 입구부터 지하 21m에 위치한 주전시실까지 연결되는 기다란 통로엔 무너진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빌딩 폐허에서 발굴한 잔해와 구조작업 중 희생된 소방관들이 탔던 소방차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전시돼 있었다. 이 차를 타고 출동했던 소방관 11명 전원이 사망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비행기가 직접 충돌한 북쪽 빌딩 93~96층을 받치던 철근 기둥은 폭발의 충격으로 엿가락처럼 휘어 있었다. 안내문을 읽던 한 중년 여성이 손으로 입을 막으며 탄식했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희생자 2983명(1993년 월드트레이드센터 폭탄 테러로 숨진 6명 포함)의 사진과 유품 1만2500점, 구조대원들의 교신 등 음성·영상 기록물 2500여 건이 전시된 주전시실이었다. 유족 요청으로 사진 촬영이 금지된 이곳엔 두 빌딩이 무너지는 과정이 시간대별로 소개돼 있다. 당시의 방송 화면과 신문 사진이 끔찍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전했다. 107층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리는 희생자들의 사진을 슬라이드로 전시한 코너 앞에서 관람객들은 발걸음이 얼어붙었다. 투신할 수밖에 없는 비장한 선택 앞에 모두 숙연해졌다. 출구에서 만난 관람객들의 "끔찍했다"는 소감은 바로 이 장면 때문인 듯했다. 슬라이드 옆엔 "돕고 싶었다. 하지만 구조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는 한 소방관의 말이 적혀 있었다. 납치된 비행기에서 죽음을 예감한 남편이 아내에게 남긴 음성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만일 상황이 잘못되면, 별로 잘 풀릴 것 같지는 않지만, 내가 정말 당신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줘."
아비규환의 폐허를 복원한 9·11박물관은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미국 재건의 상징이다. 주전시실을 나오면 허드슨강을 막는 제방인 거대한 콘크리트벽이 나온다. 이 벽은 테러 당시 붕괴 우려가 제기됐지만, 일부 금 가는 데 그치고 무너지지 않았다. 이 벽이 무너졌다면 해수면보다 낮은 맨해튼 남쪽 지역이 침수되고, 지하철에 바닷물이 유입돼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박물관은 "테러에 굴복하지 않는 미국의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이 벽에 대한 보강공사를 마친 뒤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고 밝혔다.
이날 박물관을 찾은 진다연(12)·보연(11) 자매는 "태어나기도 전에 터진 9·11 테러가 어떤 건지 생생하게 배울 수 있었다"면서 "우리나라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박물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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