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官崩] X피아 패거리즘부터 청산해야 <1>
세월호 '空務員'사태…이제 朴 대통령이 응답할때
-이참에 공직 내부 대수술 안하면
-대한민국號가 통째 침몰할 위기
-"영혼없는 공무원 더이상은 안돼" 자성도
"이제 공무원이라 쓰고 공적이라 읽는 시대가 온건가."
한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최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무원사회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진데 대해 "20년간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해왔는데 지금처럼 참담한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공무원사회의 무능, 무지, 부패의 3대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공무원들의 반응은 세 갈래로 나뉜다. 한쪽은 "너무 안좋은, 어두운 면만 부각돼 공무원사회에 복지부동, 무사안일을 더욱 조장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다른 한쪽은 "더 이상 영혼없는 공무원으로 살지 말라는 신호"라며 개혁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다. 극히 일부지만 "공직사회를 바꾸려면 정치권,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공무원들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사회의 파워엘리트인 행정고시 출신들은 개혁 1순위로 분류된다. 행시 출신의 한 초임사무관은 "사실 행정고시 준비하면서 선배들한테 말로만 들었지만 해피아, 모피아, 에너지피아 등 나도 모르는 마피아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것이지만 공무원에 마피아라는 딱지처럼 불명예스러운게 어디 또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관료집단과 이익집단의 마피아고리가 단박에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결탁의 기간이 길고 구조가 복잡하고 고리도 단단해서다. 여객선 안전운항 관리를 맡은 한국해운조합의 경우만 봐도 38년째 해수부 출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선박검사를 위탁받은 한국선급은 역대 회장 11명 중 8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지난해 드러난 원전마피아의 역사도 원전이 처음 가동된 해(1977년)를 감안하면 40년에 이른다. 원전의 경우 워낙 특수한 업종이다보니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고위직들이 퇴직 후 원전 부품제조업체에 재취업해 부품시험서 위조를 하면서 불거졌다. 금융마피아는 기획재정부 금감원 출신들의 금융기관과 관련 기관에 재취업해 방패막이역할을하는 것을 말한다.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은 "우리나라 금융정책은 정권도 기업도 국민도 아닌 모피아(기획재정부+마피아)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면서 "모피아의 끊임없는 권한확대와 자리보전의 역사가 바로 금융정책의 역사"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건설마피아(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협단체 등이 건설,주택정책 등에서의 유착), 교육마피아(교육공무원 출신이 대학총장, 교육단체 등에 재취업), 규제마피아(감사원 금융위 공정위 등 규제기관 출신이 민간기업, 로펌 등에 재취업 로비스트역할) 등도 문제가 됐다.
역대 정부는 관료개혁을 외쳤지만 매번 실패했다. 관료개혁에 대한 저항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국정운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다시 관료에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도 민간과 공공기관 주요직에 관료 출신을 대거 중용해 관료전성시대를 열었다. 이들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 제 식구를 보내는 구조가 반복되다 보니 청와대가 관료에 둘러싸이고 국정운영도, 관료개혁도 관료 몫이 됐다. 전문가들은 "문책 개각 같은 일회성 이벤트로는 관료개혁의 실질적 효과를 얻을 수 없으며, 임기 내내 꾸준한 관심과 실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통령과 국회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십년 동안 쌓아온 부패고리, 이해관계가 쌓이고 쌓여서 터진 거니까 박근혜정부에만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서도 "관료들의 책임이라 해도 정점에는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있으니까 그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할 일은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제상 경희대 교수는 "관료의 덕목에 체크와 균형을 강조할지, 전문성을 강조할 지는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것은 국회가 감시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입법부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초유의 官崩]공무원은 '명예직' 초심 되찾아야
(아시아경제 2014.04.30 11:52)
공무원들은 스스로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적지 않게 갖고 있다. 이런 이들에게 충고가 될만한 교재가 있다.
다름아닌 신임사무관들의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는 책자다. 신임사무관들은 행정고시 합격이후 중앙공무원교육원에 입소하면 2박3일간 공직가치와 공직윤리 교육과정인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다(나대공)' 과정을 먼저 이수한다. 이후에 6개월간 '신임관리자교육과정'을 이수한 이후에 각 부처로 발령받아 공직생활을 시작한다.
나대공은 총 110쪽 분량의 책자로 공직자로서의 역할 찾기와 공직자가 추구해야 할 가치, 역사관, 국가관, 헌법정신, 윤리의식 등의 토론주제, 읽을거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청백리 공무원의 자기관리 노하우'에서는 지방직 공무원들의 충고가 담겨있다. 문경시에 근무하는 임종대씨의 신조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는 없다. 되면 다되고 안 되면 다 안 된다'이다. 공직자로서 사람을 차별해서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임씨는 "사람들이 유혹에 무너지는 것은 자신이 일을 해결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꼭 일을 해결해줘야 대민 서비스를 잘하는 것이 아니고, 해결방법을 알려주면 된다"고 말했다.
전북도청에 근무하는 김영래씨는 "검은 유혹에 흔들리는 것은 결국 개인의 욕심 때문"이라며 사리사욕을 경계했다. 그는 "공무원 월급이 박봉이면 박봉에 맞춰 살면 된다"면서 "처음부터 공무원 월급이 박봉인것을 모르고 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애초에 직업을 선택할 때부터 급여 수준을 알고 입사한 것인 만큼 그에 대해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김씨는 "공무원은 명예직"이라면서 "부탁을 안 들어주면 섭섭해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말 안해도 해주고, 안 해야 할 일은 부탁해도 안 해주는 게 맞다"고 일갈했다.
세월호 침몰사건의 여파로 물의를 일으킨 공무원, 혹은 업무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공무원들이 명심해야 할 공직자의 자세, 곧 초심이다.
[초유의 官崩]"공무원마인드가졌다"말하면 욕이되는 나라<2>
(아시아경제 2014.05.02 06:30)
. |
관료개혁은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돼온 국정과제였지만 매번 시작은 창대하고 끝은 미약한 도돌이표에 갇혀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사회, 그 중에서도 이익집단과 결탁한 관료 마피아를 향해서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적폐(積弊)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관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세월호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사실상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관료개혁과 내각 물갈이가 본격화되면 사고 수습과 사후대책을 마무리한 뒤에 자신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다. 다른 부처 공무원들도 관료개혁의 향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낙하산 인사가 도마에 오르면서 모피아(기재부+마피아), 금피아(금감원+마피아)출신 산하기관 재취업에 제동이 걸렸다. 협회단체나 조합으로의 이동도 무기한 중단됐다.
이 와중에도 계산기를 두드리는 이들이 있다. 내각 물갈이는 퇴출과 동시에 새로운 진입을 의미한다. 부처 입장에선 인사적체를 단박에 해소할 수 있다. 개인으로서는 개혁의 바람만 잘 타면 승진과 영전, 핵심보직으로 이동을 기대할 수 있다. 정권을 두세 번 거친 고참들 가운데는 "정권은 길어야 5년, 장관은 길어야 2년"이라며 "이(관료개혁 바람) 또한 지나가리라"는 이도 있다. 국내에 복귀할 때 보직을 얻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던 해외 주재관 가운데는 개혁의 광풍을 비껴갈 수 있어 안도하는 이들도 있다는 후문이다.
관료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진정한 위기는 대통령의 관료개혁도, 정치권의 마피아 금지법도 아니다. 국민의 관료사회ㆍ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불신의 골은 관료사회의 어둡고 추악한 면이 들춰지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부패와 비리, 무사안일, 탁상행정, 권위의식이었다면 최근에는 무능과 무지, 무소신, 무책임이 더해졌다. 관료사회와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 경제 주체의 두 축인 국민과 기업의 업무 열정도 자연스레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감소로 이어진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기업은 정부 정책을 믿지 않게 된다. 신뢰가 없으면 투자를 주저하게 되고 이는 결국 총체적 국가경쟁력 저하로 나타난다. 이른바 '신뢰적자'다. 재정적자는 세금을 더 걷거나 덜 쓰면 해결되지만 한번 펑크난 신뢰적자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신뢰적자의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포착돼 왔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의 2012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정부ㆍ국회ㆍ법원ㆍ경찰ㆍ언론ㆍ금융기관 등 6개 주요 공적기관 가운데 정부 신뢰도는 국회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성인남녀 2000명 가운데 정부를 신뢰한다는 답변(15.8%)이 불신(46.0%)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2010년 조사와 비교해 정부 불신율이 41.8%에서 46.0%로 크게 높아졌다.
관료집단의 영향력은 신뢰도와 반비례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과 중앙일보가 실시하는 파워조직 신뢰영향력 조사를 보면 정부의 영향력(10점 척도)은 2005년(5.91점)에서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5.64점)에 주춤한 이후 2009년 6.15점, 지난해 6.22점으로 높아졌다. 반면 신뢰도는 2005년도에 4.98점에서 2006년도 4.71점으로 하락했다가 2007년도 4.96점을 찍은 이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4.95점을 기록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조사 결과에 대해 "현대 민주주의가 정부의 질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볼 때 낮은 정부의 질은 정치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대한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공무원들이 항상 기업들에는 '기업가 정신'을 요구하고 벤처정신, 창업마인드, 장인정신 등을 강조하는데 이런 용어는 다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면서 "유독 '공무원 마인드'는 자리보전, 복지부동, 탁상행정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법과 제도에 앞서 공무원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 55% "난 무사안일하지 않다"
. |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지만 정작 공무원들은 이와 다르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절반 이상이 자신은 무사안일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비율도 10년 전에 비해 20%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무사안일하다고 생각하는 공무원은 10명 중 2명 정도에 불과했으며 그 마저도 10년전에 비해 10%포인트 하락했다.
22일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4월과 5월 두달간 중앙과 지방공무원 1000명을 상대로 공무원의 인식조사를 한 결과에서다. 행정연구원은 정부정책과 행정에 대한 공무원의 인식과 태도를 조사, 분석하기 위해 지난 1992년부터 매 3년마다 이 조사를 실시하며 이번 조사 결과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처음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의 무사안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매우 그렇다 2.2%,,약간그렇다 18.6%)는 응답이 20.8%, 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 17.0%,약간 그렇지 않다 38.0%)는 응답은 55%로 대체적으로 공무원들은 스스로 무사안일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스스로의 무사안일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령이 높아질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공직 근무기간이 오래되었을수록 자신이 무사안일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무사안일과 관련, 2001년 조사결과는 없으며, 2004년과 2007년, 2010년, 2013년의 조사결과와 비교해볼 수 있다. 공무원이 무사안일하다고 생각하는 공무원은 2004년에는 30.8%, 2007년에는 24.1%, 2010년에는 17.4%,로 공무원이 무사안일하다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2013년에 20.8%로 다시 높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10%포인트가 하락했다. 보고서는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에 대한 공무원들 스스로의 견해가 2010년까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했지만 2013년에 주춤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무사안일하지 않다는 응답비율은 2004년(35.6%), 2007년(50.6%), 2010년(58.2%)로 매년 상승추세를 보였다가 2013년에는 55.0%로 소폭 감소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무사안일하지 않다는 응답비율이 20%포인트 가량 상승한 것이다.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경우 "공연히 일을 만들었다가 잘못하면 책임지게 되므로"에 답한 응답률이 35.4%, "열심히 일해도보상이 미흡해서" 15.1%, "합법성 위주의 감사 때문에" 14.5%, "새로운 것을 싫어하는 보수성 때문에" 8.2%, "자율성이 부여되지 않아서" 7.5%, "처우개선이 안되어서" 6.6% 등으로 나타났다.
무사안일 주요 원인에 대한 견해<출처=행정연구원, '행정에 관한 공무원 인식조사'>
. |
이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보상이 미흡하거나 처우개선이 미흡해서라는 응답비율은 매년 하락 추세인 반면에 책임의 문제는 2001년 21.8%에서 2013년 35.4%로 상승했다. 감사원의 감사(합법성 위주 감사)때문이라는 응답은 2001년에는 없었다가 2004년 5.7%, 2013년 14.5%로 크게 상승했다. 사명감이 부족해서라고 응답한 비율은 평균 4%대의 낮은 수준을 보였다.
공무원들은 퇴출제도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공무원퇴출제도에 대해 "매우만족"이 3.5%, "약간만족"이 14.6%, "보통"이40.3%, "약간불만"이 26.6%, "매우불만"이 15.0%로 나타나고 있다. 불만의 견해를 가진 공무원들의 응답률이 41.6%로 만족한다고 응답한 18.1%보다 훨씬 많았다. 보고서는 "공무원들의 공무원퇴출제도에 대한 견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불만의 의견이 높아졌다"면서 "아울러 근무기간과 현 보직 근무기간이 길수록 불만족의 의견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공무원들은 자신의 전문성(46.5%)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58.6%), 근무의욕(59.6%), 책임성(80.5%)에 대해서는 모두 높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초유의 官崩]공무원, 退路가 없으니 落下한다?<3>
(아시아경제 2014.05.02 06:35)
정권 바뀌고, 장관 바뀌면 퇴출 일쑤
기업 간 친구들과 연봉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
끈과 줄 붙잡아 '퇴직후 일자리' 골몰
모피아, 금피아, 해피아, 원전마피아. 이들이 생겨난 이유로 공무원들은 '퇴로 부족'을 꼽는다. 피라미드 꼴인 관료조직에서 밀려난 이후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기 때문에 산하기관이나 협회 등을 찾아 자리를 옮긴다는 것이다.
이들 공무원의 말도 일면 일리가 있다. 국가공무원법 74조에서 '공무원의 정년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60세로 한다'고 정년을 보장하고 있지만 보직을 받지 못하는 서기관(4급), 부이사관(3급)이 공직사회에서 버티고 있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부이사관에서 고위공무원으로 한 걸음 더 내딛기 위해서는 업무 뿐 아니라 내부관계에서도 소리 소문 없는 움직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 사이에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연결고리가 작동하기도 한다.
운이 좋아, 혹은 능력이 출중해서 고위공무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도 생존은 쉽지 않다. 고위공무원으로 앉게 되는 보직은 대개 1년, 길어야 2년 안에 물러나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물러나고, 장관이 바뀌면 또 자리를 내주는 게 일반화 돼 있다. 여기서 물러나면 공무원 조직 내에서 퇴로는 더 이상 없다. 대통령령인 '고위공무원단 인사규정'에 따르면 고위공무원단으로 있으면서 1년간 보직을 받지 못하면 자리를 떠나야 한다.
때문에 협회든 산하기관이든 옮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일자리를 찾아 자리를 옮겨야 한다는 게 대부분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논리다. 여기에는 지금껏 박봉(薄俸)으로 힘들게 지내왔는데 '이제 돈을 좀 벌어봐야겠다'는 심리도 깔렸다. 세종시 한 중앙부처 고위공무원은 "다른 친구들 외제차 타고 다니는데 나는 10년도 더 된 차를 아직도 끌고 다닌다"면서 "퇴직하면 로펌이든 기업이든 진출해서 노후자금 좀 마련해야 되지 않겠나"고 귀띔하기도 했다.
같은 고등학교, 같은 대학을 나온 친구들이 기업으로 진출해 고액연봉을 받는 것을 지켜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소속집단과 준거집단의 괴리에서 생겨나는 박탈감이다.
이런 공무원들의 심리가 '적폐(積弊)'의 발단이다. 이에 대해 일부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연금이나 복지 수준 등을 따지면 '공무원 프리미엄'이 없는 것도 아니다"면서 자성을 목소리를 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따지고 보면 그간 공무원들이 누린 호사는 적지 않다. 연간 350조원이 넘는 예산을 주무르고, 대한민국 평균 이상의 연봉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퇴직 후에는 일반 국민들이 받는 국민연금에 비해 더 큰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다. 본인들이 느끼지 못하는 공무원 후광 효과도 적지 않다. 일례로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을 때도 공무원은 '우대 금리'를 적용 받고, 법적인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상대를 위축시킬 수 있게 만드는 것도 현실이다. 사소하게는 결혼시장에서도 행정고시 합격자는 상위 등급에 올라 있다.
공무원들도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4월부터 약 두 달간 49개 중앙행정기관 국가공무원과 16개 광역자치단체 지방공무원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공무원과 민간기업 종사자에 대한 비교 결과 공무원은 ▲신분보장 ▲노후생활보장 ▲사회적 지위 등에 유리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무원연금은 개혁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논란을 불러왔다. 가입기간 중 평균 소득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과 대비해 연금을 받는 액수를 말하는 소득대체율에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국민연금을 40년간 부은 사람의 소득대체율은 40%에 불과하지만 33년간 공직 생활을 한 사람의 소득대체율은 60%가 넘는다. 지난해 기준 공무원연금의 1인당 월평균 수령액은 219만원이었다. 이에 반해 국민연금의 월평균 수령액은 84만원에 불과했다.
유족연금도 국민연금이 불리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남편이 사망할 경우 부인이 남편의 연금 70%를 유족연금으로 받을 수 있지만 국민연금은 부부 가입자의 경우 사망한 배우자의 연금을 선택하면 본인 연금은 받을 수 없다. 1가구 1연금 정책의 영향이다.
정부 예산을 다룬다는 것도 일종의 권력이다. 여기에 공공기관 예산, 기금 등을 감안하면 공무원들이 한 해 다루는 돈의 규모는 100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으로 평가되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이 229조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상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이런 돈의 향방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공무원들의 영향력이 상당하고, 그것이 '공무원'이라는 직업 선택에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영향 때문에 공무원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는 50%를 넘는다. 행정연구원의 조사결과 공직생활의 만족정도는 50.8%가 '만족'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를 진행한 권혁빈 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대체적으로 '불만족한다'는 응답보다는 '만족한다'고 응답한 공무원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공무원들은 스스로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적지 않게 갖고 있다. 이런 이들에게 충고가 될만한 교재가 있다.
다름아닌 신임사무관들의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는 책자다. 신임사무관들은 행정고시 합격이후 중앙공무원교육원에 입소하면 2박3일간 공직가치와 공직윤리 교육과정인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다(나대공)' 과정을 먼저 이수한다. 이후에 6개월간 '신임관리자교육과정'을 이수한 이후에 각 부처로 발령받아 공직생활을 시작한다.
나대공은 총 110쪽 분량의 책자로 공직자로서의 역할 찾기와 공직자가 추구해야 할 가치, 역사관, 국가관, 헌법정신, 윤리의식 등의 토론주제, 읽을거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청백리 공무원의 자기관리 노하우'에서는 지방직 공무원들의 충고가 담겨있다. 문경시에 근무하는 임종대씨의 신조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는 없다. 되면 다되고 안 되면 다 안 된다'이다. 공직자로서 사람을 차별해서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임씨는 "사람들이 유혹에 무너지는 것은 자신이 일을 해결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꼭 일을 해결해줘야 대민 서비스를 잘하는 것이 아니고, 해결방법을 알려주면 된다"고 말했다.
전북도청에 근무하는 김영래씨는 "검은 유혹에 흔들리는 것은 결국 개인의 욕심 때문"이라며 사리사욕을 경계했다. 그는 "공무원 월급이 박봉이면 박봉에 맞춰 살면 된다"면서 "처음부터 공무원 월급이 박봉인것을 모르고 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애초에 직업을 선택할 때부터 급여 수준을 알고 입사한 것인 만큼 그에 대해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김씨는 "공무원은 명예직"이라면서 "부탁을 안 들어주면 섭섭해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말 안해도 해주고, 안 해야 할 일은 부탁해도 안 해주는 게 맞다"고 일갈했다.
세월호 침몰사건의 여파로 물의를 일으킨 공무원, 혹은 업무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공무원들이 명심해야 할 공직자의 자세, 곧 초심이다.
[초유의 官崩]공무원의 영혼 왜 실종됐나 <4>
(아시아경제 2014.05.02 06:40)
박근혜 대통령이 '적폐(積弊ㆍ오랫동안 쌓인 폐단)론'을 앞세워 관료개혁을 예고하자 관가에서 터져나온 일성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현재 경제주체 가운데 가장 몸을 사리고 있는 곳은 관료사회다. 관료사회가 본질적으로 세월호 침몰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는 데다 사고수습과 구조대책 과정에서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진도의 사고현장이 아닌데도 다수의 공무원들은 공석은 물론이고 사석 모임에서도 최근 몇 가지 금기를 지키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있는 모임을 피할 것', '술을 마시지 말 것', 그리고 '웃지 말 것'이다. 중앙부처의 고위직 인사는 "관료 쪽에서 개혁의 빌미를 제공해줬다. 더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라면서 "개혁의 로드맵과 목표, 세부 실행방안이 나오게 되면 그때부터는 조직이나 개인 차원에서 준비할 것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역대 정권마다 관료개혁을 감행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힘으로 누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명분으로 누르는 것이다. 관료에 대한 불신이 깊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힘으로 누른 경우라면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적폐론은 명분론에서 출발한다. 명분론은 힘으로 누르는 경우에 비해 개혁의 추진력과 폭발력이 크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민심을 등에 업기 때문이다. 힘으로 누르는 경우는 대체로 공무원의 인사평가제도를 정비하는 하드웨어, 관료보다 민간의 전문가그룹(산업계ㆍ학계ㆍ연구계 등)을 중용함으로써 경쟁을 촉발시키는 소프트웨어 등으로 추진된다.
그런데 역대 정권마다 '관료개혁에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은 정권은 없다. 정권 차원의 개혁의지가 퇴색되거나 관료사회의 저항에 부딪혀서다. 정권마다 저항의 수위는 단계를 밟아간다. 저항의 1단계는 관망이다. 현재 박근혜정부 관료사회가 그렇다. "할 일, 해야 할 일은 하되 파장이 크거나 논란이 큰 사안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앞장서지 않는다"이다. 물론 개혁에 찬성하는 공무원도 있지만 이들이 대놓고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관료개혁은 결국 철밥통에 구멍을 내는 것이고 밥그릇을 빼앗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진전되면 2단계 조직적 저항이 시작된다. 역대 정권의 전철을 보면 징계를 받을 수준은 아닌 선에서 태업을 하는 방법과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모든 사안을 윗선에서 확인과 결재를 받는 방안, 겉으론 최대한 따르고 뒤에선 정치권ㆍ언론을 통해 선전전을 펼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집권 초반에 노동부의 한 간부는 노사정위 양대노총 대표와 노사정위 위원장이 합의한 내용에 법적 기속력이 없다는 취지의 문건을 작성해 배포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당정협의를 통해 각종 규제개혁 조치가 나왔지만 정작 현장에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것도 공무원들의 태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386 운동권 출신을 중용하고 행정자치부(김두관), 법무부(강금실), 문화관광부(이창동) 등의 장관에 의외의 인물을 배치해 혁명적 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관료의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진행한 개혁은 저항에 부딪혔고 결국 말기에는 오히려 관료조직에 포위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건설 경영자 출신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과거의 경험 때문인지 관료사회와 기성정치에 뿌리 깊은 불신을 가졌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 이때 나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8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국정홍보처 업무보고에서 한 인수위 전문위원이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따지면서 국정홍보처 폐지를 강조하자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라고 하소연했다.
대통령이 입법부와 행정부를 불신하다 보니 기댈 곳은 국민 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국산 수입쇠고기 촛불파동으로 초반부터 국민이 등을 돌리고 4대강 사업, 원전사업, 자원개발 사업 등은 지금의 문제가 된 토건마피아, 원전마피아 등을 양산시켰다. 아침 회의를 오전 7시30분에 하고 밤 늦게도 회의를 하는 이 전 대통령의 스타일은 관료사회에도 별 보고 출근하고 별 보고 퇴근할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이 모든 일을 챙기다 보니 피로감이 확산되고 급기야 관료사회가 언론을 통해 여론전을 펴는 일도 있었다. 대불산단의 전봇대가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뽑혔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규제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관료개혁의 성패에 대해 관료들조차 "몸은 움직이겠지만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마음을 얻지 못하다 보니 관료사회의 조직적, 개인적인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권이 관료를 통제하든, 아니면 관료와 함께 일하면서 관료를 넘어서든 관건은 과연 그럴 역량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의 이익단체와의 결탁이 드러나자 '행정고시 폐지론'이 다시 나왔다.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에 출마한 최재성 의원과 민병두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관료 카르텔 유지구조의 핵심인 고위 공직자의 공공기관, 유관협회 재취업을 전면적으로 제한하겠다"면서 여기에 더해 "관료 카르텔의 입구라 할 수 있는 행정고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행시 폐지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고시 기수를 중심으로 서열화된 공직문화에 변화를 주자는 취지에서 나왔었다. 그러나 당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외교부 5급 특채 논란이 불거지면서 행시 폐지안이 특수층을 위한 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가 마련한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2015년에는 5급 신규 공무원의 절반을 기존의 필기시험으로 선발하고, 나머지 절반은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외부전문가를 특채로 선발하게 된다.
유 장관 딸 특채와 같은 현대판 음서제도 부활이라는 비난이 커지자, 결국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회에 나가 "행시 개편안은 행정고등고시가 5급 공채로 명칭이 바뀐 것이지 고시 폐지가 아니다"며 진화했다. 당시 행시 폐지에 대해서는 행시 준비생들이 집단 반발했고 여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도 강하게 반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사회 화두에도 안 맞고 출세의 등용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표적인 반(反) 서민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대한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행시 폐지 얘기가 다시 나오면서 사회적 논란이 다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초유의 官崩]공무원 5非 못깨면 나라 희망이 없다<5>
(아시아경제 2014.05.02 10:00)
<5·끝>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기주의, 부패, 무책임, 낙하산, 상전노릇 등 5非
법·제도만 바꾼다고 변화안돼…뿌리 바꿔야
박근혜정부는 역대정권에서 실패했던 관료개혁을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실패의 전철을 답습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관료개혁의 성공조건에 대해 과거의 관(官) 주도가 돼서는 절대 안 되며 민(民) 주도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갈수록 저항도 거세지는 점을 감안해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야 한다는 것이다. 법과 제도를 고치는 하드웨어의 정비와 함께 개혁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득시키고 윤리의식과 공직자의식을 심는 소프트웨어 개조 등 투트랙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도 주문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공직사회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부느냐에 따라 제 2, 제 3의 국가적인 비극을 막을 수 있을 뿐더러 한국 사회가 한 차원 더 성숙해질 기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관료개혁 성공하려면=
역대 정권의 실패 사례에서 공무원 개혁을 성공하기 위한 절대 조건을 도출하면 몇가지로 추려진다. 민간전문가의 주도하에 중장기적으로 실행해야 하며, 법ㆍ제도적 장치와 의식전환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고려대 교수)은 "역대 정권들이 공무원의 강력한 권력을 뚫지 못했다"며 "개혁 대상이 공무원인데 대통령 주변이 다 공무원이고 그러다보니 관료 개혁을 관료에게 맡길 수밖에 없어서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법ㆍ제도적 장치로는 행정고시 폐지와 직무ㆍ직위별 개방 선발(국가공무원법 개정), 순환보직제 철폐, 산하기관 취업 제한(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제시했다. 공직생활 입성에서부터 퇴직 이후까지 총체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은 "그동안 관료개혁 시도가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꾸준히 추진하지 못해서다"면서 "정권이 바뀌면서 추진력과 지속성이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정권 초반 개혁을 외치다가 결국 유야무야 됐다"고 지적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도 "우리나라 관료개혁은 이론적으론 단 한번도 성공했다고 보는 정부가 없다"며 "단시간내 이뤄지는 것도 단일 처방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도 안 된다.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행시폐지 필요"…반대론도=
오 회장은 "공무원 개혁은 먼저 구시대적인 방법인 행정고시를 폐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직무별로 전문가를 선발하는 체계를 만들어 개방적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행시가 폐쇄적인 문화와 기수문화, 서열문화 이런 것들이 나오게 되는 원인"이라며 "조직이 폐쇄적이다 보니 출신지역과 학교 등을 따지고 결과적으로 끼리끼리 자기들만의 리그전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행시를 대신할 채용 방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채용하더라도 해당 전문가 집단의 '이너서클'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도 문제다. 또 부패와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한 순환보직제를 폐지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방지대책도 필요하다.
정부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업에서 공채시험을 보고 채용하듯 능력 검증과 잠재력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행시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며 "성장 잠재력 있는 인재를 뽑아서 체계적으로 업무를 가르치고 공직 의무를 배양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환보직ㆍ전속고발권 등 개선해야=
순환보직시스템에 대해서도 찬반이 존재한다. 전문성을 키울 수 없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지만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부패와 결탁을 막기 위해 순환보직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거성 한국투명성기구 회장은 "전문성을 살리고 종합적인 시각을 갖춰야 한다. 더불어 유착이나 결탁 등 부정부패 없이 윤리적인 공직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한두 가지 문제를 자꾸 지적하고 거기에 모든 책임을 지우려고 하는 것보다 종합적인 처방이 중요하다. 순환보직 시스템 중 일부를 통제해 전문성을 더 키워야 한다"고 알렸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관료들의 재량권을 강화시키면 부패가 증가한다는 공식이 있다"면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전속고발권을 폐지했는데 이는 업체들과의 유착을 부추기는 권한이라는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었다. 해운업체와의 유착을 장려하는 해수부의 전속고발권도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 역시 "관료제는 전통적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는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해당분야(재난직)의 특수성도 있지만, 공직사회의 순환 인사구조로 인해 전문가를 더 키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자 윤리의식 심어줘야=
제도 혁신과 함께 공직자 윤리의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김동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접적 이해관계가 상충되거나 무력화되는 여지가 있는 자리에 낙하산 인사가 갈 수 없게끔 해야 한다"며 "공적 권한 행사와 집행을 더욱 투명하게 기록, 공개하는 등 공직자 윤리규정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직자 윤리법 등 법률이나 규정 개정 외에도 규범적이고 윤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산하기관에 재취업을 하거나 인허가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자기가 갖고 있는 규제권한을 이용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이 결국 공무원 윤리문제에 귀착한다는 지적에서다.
김 교수는 "공무원 사회의 규범 의식이 낮기 때문에 공무원의 개인적 이익이 공공의 이익보다 앞서는 것"이라며 "관료의 의식이나 규범 타파 없이 제도적 틀과 법률 제정만으로 관료 구조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언급했다.
김 회장도 "솔직히 정부에서 관료개혁을 성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전망한다"면서 "어떤 집단은 무슨 일이 있어도 봐주고, 어떤 집단은 이번 기회에 손본다, 이런 분위기로 관료개혁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관료들의 반발을 이겨내려면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와 지지가 필수적"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 여러 형태의 비리, 부패 등을 떨쳐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초유의 官崩]개혁 필요하지만…관료들도 할말 있다
(아시아경제 2014.05.02 10:00)
전문가 5非 지적에…"공직자 모두 폄훼 해서야" 우려
"공직 경험 없는 외부 전문가가 근본 바꿀수있나" 반박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너무나 안타깝고 무능한 모습에 화도 난다. 하지만 관료사회 개혁하겠다는 방법들이 대부분 현실적이지 못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관료사회와 전면전을 선언한 이후 만난 한 정부부처 A국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낙하산', '관피아'라고 지적하는데 일부에서 잘못한 점도 있겠지만 대부분 소임을 다하고 있는 공직자 모두를 폄훼하지는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행시제도를 없애고 순환보직도 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 모두 공정한 채용과 업무추진에 필수적인 것 아니냐"며 "해결방안이 너무 엇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관피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청을 높이는 데 대해 현직 관료들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외부 민간전문가들이 개혁방안을 만들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공직 경험이 없는 행정전문가가 공직사회 내부를 파헤쳐 근본을 바꿀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B과장은 "최근 관료사회로 모든 화살이 향하고 있지만 공익을 위해 맡은 일에 열중하는 공무원들도 많다"며 "비리를 저질렀거나 부패가 적발된 공무원에 대해 엄벌에 처하는 사법적인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냐"고 전했다.
산하기관 낙하산 문제와 관련, 대안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C국장은 "해당 업무에 경험이 있는 공무원이 전문성 측면에서 가장 앞서는 것 아니냐"며 "그동안 정치권 인사나 외부 인사도 많이 산하기관장에 임명됐지만 업무보다 개인적인 이익에 집중하는 문제가 자주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D차관은 "과거에 비해 공직 윤리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며 "단번에 무엇을 고친다기보다 조직내 문화를 고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치 > 국가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직사회 철밥통을 깨자] <1>폐쇄적 공직 고용 구조 (서울신문 2014-05-01) (0) | 2014.05.03 |
---|---|
[66년 관료사회, 세월호 앞에 서다] (上) 4·16 정부관료 위기대응 행적 ‘어처구니없는 하루’ (파이낸셜뉴스 2014-04-29 22:05) (0) | 2014.05.02 |
朴대통령, 관피아 개혁 어떻게 할까 (뉴시스 2014-04-30 18:39:52) (0) | 2014.05.02 |
"박 대통령, 관피아 척결하려면 관료가 써준 보고서 의존 줄여야" ([중앙일보] 입력 2014년 05월 01일) (0) | 2014.05.01 |
[박보균 칼럼] 관료 개조의 긴급명령 (중앙일보 2014.05.01 00:34) (0) | 2014.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