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관피아 개혁 어떻게 할까
피라미드식 먹이사슬 구조의 폐쇄성 개혁 주력할 듯
관료 '입김' 벗어날 외부전문가 중심 해법 마련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공직사회의 적폐(積弊) 청산에 나서면서 '관피아(관료+마피아)' 개혁과 관련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전문성 부재'와 '민관유착', '복지부동'이라는 관피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만큼 공직사회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만큼은 소위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심정으로 관료사회의 적폐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실히 드러내고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대대적 개혁을 예고했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서해훼리호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그대로 세월호 참사까지 이어진 것은 공직사회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봐주기식 행정문화 때문이라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다.
철저하게 그들만의 공간속에서 피라미드식 먹이사슬 구조를 형성해온 폐쇄적 행태가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관피아 개혁은 박 대통령이 인적 쇄신과 국가 전반의 시스템 개혁을 위해 내세운 '국가개조' 구상의 구심점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추후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입장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개혁 방안이 제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관피아 개혁의 방향은 박 대통령이 이날 던진 메시지들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정부와 업계의 유착관계에 따른 비리의 사슬, 폐쇄적 조직 및 인맥 구조, 전문성 부족 등이다.
우선 박 대통령은 민관간의 은밀한 공생관계와 관련해 썩은 부위를 제대로 도려낼 메스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퇴직 공무원의 유관기관 재취업 등에서 비롯된 민관유착은 외부의 적절한 감시와 통제가 어려워 '봐주기' 관행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특히 "이런 문제는 비단 원전, 문화재, 해운 분야 뿐만 아니라 철도, 에너지, 금융, 교육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언급에 따라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드러난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외에도 전 부처 퇴직 공무원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개혁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공공연히 행해지는 밥그릇 챙겨주기식의 자리보전 관행도 개혁 대상이다. 관가에 인사철만 되면 선배 관료들은 후배를 위해 '용퇴'하고 후배들은 산하기관에서 선배들이 갈 자리를 알아보거나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정년 60세는 물론 그 이상까지 보장해 줬던 게 사실이다.
또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컨트롤 타워를 맡았던 안전행정부에 정작 재난안전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처럼 전문성 없는 행정관료만 키워낸 인사 시스템도 손질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도 이에 대해 "공무원 임용방식, 보직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 확실한 개혁방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아울러 공무원의 업무 소홀이나 과실로 빚어진 재난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관피아 개혁방안에 담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삼풍백화점 붕괴나 씨랜드 화재 사고,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등 대형 재난에서 공무원이 법적책임을 진 경우는 소수이거나 아예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공직사회 구조개혁은 관료들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외부전문가들이 중심돼야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개혁은 집단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관료들이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 외압 등을 행사하며 결코 '밥 그릇'을 순순히 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관료들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상식과 맞지 않게 자기들끼리 당겨주고 밀어주고 하는 식의 조직문화"라며 "출신 지역이나 학교 등 인맥으로 뭉치는 관료 조직문화는 비리와 부정부패로 연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관피아 개혁의 출발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번 기회에 관피아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관료에게 개혁을 맡길 게 아니라 청와대가 중심이 돼 개혁의 밑그림이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며 "다만 청와대가 모든 부처의 관피아를 척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각 부처 장관이 책임지고 구체적 수단과 법률적 검토를 거쳐 관피아 개혁방안을 이행토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개조의 성공조건] 국회서도 ‘관피아와의 전쟁’… “셀프개혁은 안된다”
(이투데이 2014-05-01 08:48)
세월호 침몰 사고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된 ‘관피아’(관료+마피아)와의 전쟁이 정치권으로도 옮겨 붙었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관피아 척결을 위한 관료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관료들에게 ‘셀프개혁’을 맡기는 건 어불성설이란 인식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관피아 방지 세트법안’ 발의를 앞둔 상태다. 민병두 의원 측은 1일 “관료는 심판이다. 심판이 공정해야 경기의 공정성이 보장되는데 이들이 곳곳에서 선수들과 결탁해있다”며 “이들이 부당한 권력을 유지하는 근간인 정보 비대칭성, 권한집중, 과도한 재량주의를 깰 법안들을 다음주 중 발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 의원의 구상은 △공무원 퇴직 후 10년간 실명제로 취업 이력 공시(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국가고시 폐지(국가공무원법 개정안) △비공개 운영 정부 산하 위원회 속기록 공개, 공공기관 정보공개 강화(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다.
여기에 법원 판결문 접근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민사소송법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는 판사와 검사만이 비교적 자유롭고 편리하게 법원 판결문을 검색, 살펴볼 수 있어 법학대 교수나 변호사와도 정보 비대층성이 생기고, 유사한 사건에서도 유`무죄가 갈리는 등 전관예우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에선 김재원 의원이 지난달 25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기업이나 법무법인 등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단체로까지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차단하고 이해관계 충돌 직무수행을 금지하는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후 잠자고 있던 이 법안은 세월호 사고 이후 정무위원회가 심의에 착수, 입법화 단계를 밟고 있다. 공직자 처벌기준이 비교적 약한 정부 법안과 상대적으로 강한 야당 법안이 같이 논의되면서 쟁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안은 직무 관련성이 없을 때는 과태료만 부과토록 했고, 새정치연합 김영주 의원 안은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일정규모 이상의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등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수한 금품의 5배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10년간 달라진게 없다”… 당시 관료무능 비판했던 배국환 前기재부 차관
(동아일보 2014-05-02 03:00:00)
[세월호 참사/美 재난대처의 교훈]
“내 가족 구한다는 생각으로 위기관리해야”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2004년 4월의 일이다. 행정자치부(현 안전행정부) 간부가 간부 연찬회에서 관료 사회의 비효율성을 적나라하게 비판해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정부 재난대처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을 제안했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언젠가 큰일 날 것이라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당시 교환근무로 행자부 지방재정경제국장이었던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냈다.
배국환 전 차관(58·사진)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를 보며 어쩌면 이토록 10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혀를 찼다. 그는 10년 전 “위기관리는 인본주의에서 시작돼야 한다. 내 가족이 위험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 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일부 선원을 제외하면 선장과 선원 누구도 승객들을 구하려는 이타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어요. 생명을 존중하는 인본주의가 무너진 것이죠.”
구조 당국의 무능도 10년 전 그가 지적한 그대로였다. 그는 10년 전 “위기관리는 타이밍과 유연성이 중요하다. 위기는 매우 급박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신속히 대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당시 그는 화재 상황을 예로 들었다.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고 시간을 지체하고 있는 동안 (불이 난) 아파트에서는 사람이 떨어져 죽고 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진입이 어려워도) 에어매트를 우선 가져다 놓는 게 순서다.”
“세월호 참사는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고 손놓아 버린 것’과 똑같아요. 해경이 침몰하는 배에 올라탔을 때 배 유리창 안에서 소리치는 승객들이 있었어요. 유리창을 깨거나 배 안으로 진입하는 유연한 위기 대처 능력이 없었던 겁니다. 왜냐고요? 위기에 대처하는 제대로 된 매뉴얼도, 위기관리 능력을 제대로 갖춘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죠.”
10년 전 그는 “위기 관리자들은 대단히 우수하고 용기 있는 사람들을 선발해야 한다.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책은 현장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위기 상황에 대한 현장 대처 매뉴얼이 일반화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대응하는 관료들은 (문서나 뒤적거리는) ‘범생이’, 위기 현장 대응 능력이 매우 취약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방-초동대응-수습 단계로 이어지는 위기관리가 몸에 밴 현장 전문가들이 없었어요.”
10년 전 그는 “우리 주위에 위험이 널려 있다.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내 대비해야 한다. 지극히 당연하고 관례적인 일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때까지 수많은 잘못된 관행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관행을 고칠 ‘예방의’ 눈이 없었던 겁니다.”
그는 “위기 대응에 숙련되려면 조직에서 인사이동을 최소화해 해당 업무가 몸에 익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설사 위기 대응 매뉴얼이 있더라도 그 매뉴얼을 현장에 적용하고 체득하려 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배 전 차관은 “공직자들이 시키는 일만 하면서 창의성이 사라지고 무책임해졌다. 공직자들에게 분명한 권한을 주고 그에 대해 엄격히 책임을 묻도록 공직사회를 끊임없이 개혁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관련 관료도 파산토록 민사책임 강화
(문화일보 2014년 04월 30일(水)
朴 ‘적폐청산 국가개조’
5월 15일을 전후해 행해질 것으로 알려진 ‘대국민입장 발표’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의 사과를 넘어 직접적인 대국민사과와 함께 ‘적폐(積弊) 청산 국가개조’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개조의 기조는 ‘관료집단에 대한 대대적 개혁’으로 모아졌으며, 관료개혁의 중점 내용은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비리사슬 구조의 해체, 문제 관료에 대한 형사처벌 및 민사책임 강화, 관료조직·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 등으로 요약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대통령은 재난이나 대형 참사에 책임 있는 관료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물론, ‘파산을 각오할 정도의 민사적 책임을 묻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인사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던 관행이 중요한 개혁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292명이 사망했던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당시 실형을 선고 받은 공무원은 단 1명도 없었다. 4명만 집행유예를 받았다.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당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때에도 2명의 공무원만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미 박 대통령은 “공무원들의 무책임과 의식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강력한 개혁을 예고한 바 있다.
관피아 비리사슬의 폐해 역시 박 대통령이 이번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를 거치면서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다. “집권 초에 겹겹이 쌓여 온 과거의 적폐를 바로잡지 못한 게 한스럽다”는 박 대통령의 29일 국무회의 발언은 이를 잘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고질적 집단주의가 불러온 비리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뿐 아니라 원전·에너지·철도·금융·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는 민·관 유착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퇴직 공무원의 유관기관 및 기업 취업을 막는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인사는 “관료들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비리의 사슬 구조를 끊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폐쇄적인 채용 구조와 부처 간 칸막이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면서 전문성 없이 자리만 보전해온 공무원들을 양산하는 폐해를 바로잡기 위한 개혁도 추진된다. 국가안전처 설치는 조직 개편의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사고수습후 문책 개각… ‘관료 개혁’에 초점
(동아일보 2014-04-28 07:53:30)
‘인적 쇄신’ 朴대통령의 선택은
정홍원 국무총리의 27일 사의 표명은 예상보다 빨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정 총리의 사표 수리를 세월호 사고 수습 뒤로 미뤘다. 조건부 사표 수리로 ‘선(先)수습, 후(後)문책’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세월호 사고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최악의 참사인 데다 명백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국정 2인자’인 총리 사퇴는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내각 공백 상태를 장기간 방치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사고 수습 뒤 정 총리의 사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일정 부분 잠재우면서 관료사회를 대대적으로 개혁할 시간을 벌었다는 얘기다.
○ 왜 조건부 사표 수리 했나
정 총리가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한 뒤 청와대는 “임면권자인 대통령께서 숙고해서 판단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 총리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면 문책에 앞서 수습이 먼저라는 박 대통령의 기조가 흔들리면서 내각 전체가 동요할 가능성을 차단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청와대는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뒤 6시간이 지나 정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되 사고 수습 이후에 하겠다는 ‘조건부 수리’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총리가 사고 발생 이후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며 “27일 공식 사의 표명 이전에 박 대통령과 교감은 있었지만 정 총리의 의지가 더 많이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월호 수습방안을 위한 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일부 관계자들은 26일 밤늦게에서야 ‘27일 새벽에 출근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달받았다고 한다.
정 총리는 사의 표명 직후 총리실 간부들과의 면담에서 “(사표 수리까지는)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지혜를 모으고 지원하는 역할은 충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세월호 참사 관련 업무는 정 총리 대신 홍윤식 국무1차장이 진도 현지에서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의 사표 수리 시점은 세월호 희생자의 시신이 거의 수습되고 선체 인양이 이뤄질 다음 달 중·하순이 유력해 보인다. 새 총리가 지명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감안하면 새 총리 체제는 6·4지방선거 이후에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
○ 관료 출신 밀려나고 정치권 출신 중용하나
개각의 또 다른 변수는 관료 중심의 청와대와 내각을 전면적으로 쇄신할지 여부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무사안일한 공무원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만큼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박 대통령의 성향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1기 내각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 로드맵을 짰다면 사고 수습 이후 출범할 2기 내각은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기획력이 뛰어난 관료 출신보다는 추진력이 강한 인사들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관료사회를 혁신하고 국민이 체감할 정책성과를 내기 위해 정치권 출신을 많이 중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개각 일정은 여권의 주요 포스트 인선과도 맞물려 있다. 핵심 친박(친박근혜)계인 최경환 원내대표의 임기가 다음 달 중순 끝남에 따라 친박계가 국정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같은 달 8일로 예정된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 6월 초 국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인선, 7월 14일 열릴 새누리당 전당대회 등을 놓고 여권 핵심 인사들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박 대통령의 인적 쇄신 구상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정부 신뢰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박 대통령이 민심 수습과 관료사회 개혁, 국정 성과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이동걸 칼럼] ‘끝난’ 대통령, 관료개혁 시작하라
(한겨레 2014.04.27 18:33)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듯한 대통령, 공무원이기를 포기한 공무원이 국가 재난 발생과 구조작업 마비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자신들의 안전과 이익, 그리고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앞에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승객과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은 모두 뒷전으로 밀렸을 뿐이다.
국민 안전을 책임진 장관은 대형 여객선이 침몰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한가하게 한 행사장에 참석해 활짝 웃는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고 그 자리에서 ‘국민중심 행정’을 한다고 했다지. 수백명의 고귀한 생명이 여객선과 함께 침몰하는 바로 그 순간에 그 사실을 알면서도 한 말이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에게 ‘국민’은 과연 누군가. 해경은 구조요청을 받고서도 ‘출동명령 보고서 작성’한다고 귀중한 골든타임 10여분을 낭비했다니, 보고서를 쓰지 않으면 받을 견책이 더 두려웠던가?
이제 선장·선원·선주 일가, 관련 공무원 등에 대한 조사와 엄한 처벌이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대통령께서 단호하게 그들을 단죄하실 거다. 총리를 경질했고, 앞으로 주무장관 몇 명도 문책 경질하겠지. 모든 것이 그들의 책임인 양.
그러나 이번에는 절대 이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선박 안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국가행정 전반에 걸친 고질적인 문제가 세월호 침몰로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 다음에는 무엇이 터질지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대통령부터 책임회피에 급급한데, 그 밑의 공무원들에게서 무슨 의무와 책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다 덮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것이 다 원래대로 되돌아갈 텐데.
우선 대통령이 바뀌고, 정부가 바뀌고, 관료가 바뀌어야 한다.
많은 국민이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성에 매우 분개하고 있고, 또 적지 않은 국민의 마음속에서 대통령은 이미 ‘끝난’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행정조직상의 대통령으로 아직 3년10개월이나 더 있어야 하니 남은 기간 제발 책임있게 일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제 제발 남 탓하지 않는 새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모든 책임을 대통령이 지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들도 책임있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관료개혁의 첫걸음을 확실히 내디뎌야 한다. 관료개혁 없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번 사고의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그리고 늑장 구조에 책임이 있는 해양경찰청은 해당 지방해양경찰청을 통째로 폐지하고 그 소속 공무원들을 전원 직권면직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관련기관은 기관 전체가, 그리고 소속 공무원 전원이 공동책임을 지도록 해야 앞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공무원들의 철밥통을 깨지 않는 한 절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선급 등 책임있는 관련조직도 모두 해산하고 소속 직원을 모두 해직해야 한다.
이것은 필자가 절대 화풀이로 하는 주장이 아니다. 장관, 담당 공무원 몇 명 자르면 속으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동료 공무원들이다. 앞에서는 같이 눈물을 흘리지만 뒤돌아서서 춤을 추는 것이 공무원의 속성이다. 이제 나에게 승진의 기회가 오는구나. 그러니 철밥통이 유지되는 한 몇 명의 문책으로 절대 관료는 바뀌지 않는다. 사실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그 부처 내의 동료들 아닌가. 일을 잘 모르는 외부인보다는 내부자들끼리 서로 감시·견제하고, 공동의 노력을 하도록 해야 한다. 동료가 잘못하면 내 철밥통도 날아갈 수 있다는 공동책임제를 실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국가공무원법 제70조는 ‘직제의 개편 등으로 폐직’될 경우 소속 공무원을 ‘직권면직’할 수 있다고 한다. 민간에서 널리 새로 인재를 구해 안전행정과 해양수산을 책임질 새 조직을 만드는 것이 새로운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과격한 주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의 과단성 없이 우리 사회에서 관료개혁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끝난’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답게 일하려면 이 정도의 개혁을 할 각오를 가져야 한다. 필자의 생각이다. 지면 한계상 골자만 말했다.
[국가개조의 성공조건]관치경제 틀 벗어야…혁신·창의가 선진국 열쇠
(이투데이 2014-05-02 09:19)
우리나라에서 수 많은 목숨을 앗아간 대형 사고의 뒤를 캐 보면 대개 인재(人災)가 발단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온 국민들은 관료들의 무능과 부패에 분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원인과 관련해 정부 관료들의 ‘적폐(積弊)’를 언급하며 “이번 기회에 (관료들의) 고질적 집단주의가 불러온 비리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하게 된 맥락이다.
사실 관료중심주의적 구조가 가지는 문제점은 세월호 사고를 만든 해상안전분야 외에도 사회 전 분야에 뿌리깊게 박혀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경제분야는 ‘관치의 맏형’ 격이다.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정부주도형 정책을 토대로 경제발전을 이뤘던 경험 탓에 관료와 경제가 불가분의 관계가 됐고 온갖 분야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이 정당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정부주도의 경제정책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고 경제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관치의 효용성은 떨어진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대통령을 비롯한 몇몇 고위 경제관료가 국가경제 전체를 책임진다는 인식의 틀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의 ‘MB물가지수’는 관치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경제개발 3개년 계획’이나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투자진흥회의’ 등에서 옛 모습을 떠올리는 이가 적지 않다. 어느 때보다 민간주도로 가야 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구조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 때문에 관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관료사회에 대한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배치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우리 사회를 큰 혼란에 빠뜨린 국가적 재앙들을 보면 관료중심의 체제를 왜 바꿔야 하는지 잘 나타난다. 세월호 사고는 해양관료들의 카르텔 구조에서 허술해진 안전관리가 얼마나 큰 재양을 가져오는지 보여준 경우다. 경제분야의 재앙도 불러온 예가 있다. 불과 십수년전 하마터면 나라가 망할 뻔 했던 외환위기 사태는 '모피아'로 불리는 경제관료집단이 주범이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관치 중심 구조를 개혁하고 민간의 창의력과 혁신능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가정신의 핵심이 창의성과 도전인데 정부 개입이 들어오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민간이 자율성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정부는 그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관료 개혁에 국가 命運 걸렸다
(문화일보 2014년 04월 29일(火)
정종섭/서울대 교수·헌법학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는 아직 한 사람도 바닷속에서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은 분노로 이어지고, 잠을 설치고 소화불량의 충격 속에서 ‘우리가 이것밖에 되지 않나’ 하는 낭패감과 자책감과 패배감에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의식은 집단적 피해로 응결되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 사고에서 보듯이, 사고에는 직접적인 원인과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 위기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곧 사회 위기이고 국가 위기임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다고 자평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당하면서 과연 우리가 진정 ‘성공’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사회 위기는 모두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기반이 붕괴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구성원들 간의 연대감과 공감, 공동체에 대한 의무가 상실돼 간다는 것을 뜻한다. 국가 위기는 공동체를 유지하고 그 속에서 사는 구성원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본질이고 역할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뜻한다. 공동체를 지키지 못하고 국민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없다면 국가가 존재해야 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아마도 이번 사고를 당하고 얼굴을 들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 제일 먼저 정치인들일 것이다. 그들은 문상을 하고 나서는 또다시 말과 행동을 달리하면서 자기들의 이익을 좇아 싸운다. 선거는 국민을 위해 일할 훌륭한 국민대표를 뽑는 게 아니라, 서로 부분 이익을 주고받는 거래로 전락한 지 오래다. 국민을 위해 법률을 만드는 국회가 법안을 볼모로 삼아 각자 파당적 이익 챙기기에 골몰하고, 이것을 정치라고 착각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정치집단과 이익집단이 유착돼 공정한 룰을 만들지 못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이번 참사가 잘 보여준다. 이 상황에서도 죽을죄를 지었다며 사표(辭表)를 던지는 정치인은 전무(全無)하고, 서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轉嫁)하며 손가락질하고 있다.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공성과 책임성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국가의 생명적 요소를 방기하고 국가권력이 작동하면 국가는 국민의 고혈만 빠는 괴물이 된다. 국회·정부·사법부로 구체화되는 국가가 공공성과 책임성을 갖추지 못하면, 입법·행정·재판권이 모두 국회의원·관료·판사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권력으로 변질되고, 국민은 영문도 모른 채 이들의 배를 채우는 데 필요한 세금만 바친다. 국가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는 권한행사에서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을 없애야 하는 게 상식이다. 이는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이번에도 명확히 드러났듯이, ‘관(官)피아’로 부르는 전관(前官)예우는 관료들이 자기들의 사익을 위해 국가의 공공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전관예우든, 현관(現官)예우든 이는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왜곡시키는 것으로, ‘예우(禮遇)’가 아니라 국가를 부패시키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다. 이러한 범죄행위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료만이 아니라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판사, 법률가에 이르기까지 광범하게 행해져 왔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세월호의 참사는 바로 이를 증명한다.
우리는 엄청난 재난의 슬픔과 분노 끝에 국가 대개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국민을 각자 도생(圖生)하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믿고 존경하며 살 수 있게 하라는 것. 그것은 곧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게 기초부터 바로세우는 일이다. 이론적으로야 국민이 주인인 민주국가와 공정한 룰과 시스템이 작동하는 법치국가를 만드는 일이다. 입만 열면 수도 없이 하는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각자 자기 욕망을 극대화하는 길을 좇으며 이를 무시해 왔다.
대한민국에서 민주국가와 법치국가를 실현하는 데는 정치 개혁과 관료 개혁부터 해야 한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무시되는 데서 보듯이 이미 이해집단들의 거미줄로 꽁꽁 묶여 있는 정부의 힘만으론 불가능하다. 국민적 결단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국가 대개조는 정부가 결심하고 국민이 나설 때 비로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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