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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기업

킴닷컴, 돌아오다 (월스트리트저널 21. January 2013, 14:48:48)

킴닷컴, 돌아오다

By LUCY CRAYMER and GEOFFREY A. FOWLER

그가 돌아왔다. 손에는 암호문을 들고서.

 

AP
뉴질랜드 자택에서 진행한 ‘메가’ 서비스 론칭 행사에서 킴 닷컴의 모습이 스크린에 떴다.

 

세계 최대 파일공유사이트 ‘메가업로드’의 설립자로 5억 달러 규모의 불법복제 문제로 FBI에 기소되어 조사 중인 킴 닷컴(Kim Dotcom)이 일요일 메가업로드의 최신 버전을 소개했다. ‘메가’로 알려진 이 최신 버전을 사용한다해도 회사와 이용자들이 저작권법 위배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않는건 아니지만 저작권 보유자 입장에서 이전보다 불법콘텐츠를 규명하기가 더 어려졌다는 차이가 있다.

닷컴의 메가업로드 사이트는 일년전 FBI에 의해 강제 폐쇄됐다. FBI는 메가업로드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불법복제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미 법무부가 지난 일년간 39세, 독일 태생의 닷컴을 미국으로 송환해 재판정에 세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 왔음을 감안할 때 이번에 메가업로드와 유사한 서비스인 ‘메가’의 론칭은 미 규제당국의 반감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닷컴 사건은 뉴질랜드 법정이 지난해 경찰이 닷컴의 오클랜드 호화저택에 급습해 그를 체포한 후 재산과 컴퓨터 하드드라이버들을 몰수한 일이 적법한 일인지, 만약 불법이라면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오클랜드 북부에 위치한 호화저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닷컴(본명: 킴 슈미츠)은 사이트 재론칭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가 결백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두려울 게 없다. 나를 상대로 제기된 고발건은 전부 사기다.”

자신을 향해 법적 포위망이 좁혀오고 있음에도 메가 론칭을 앞둔 닷컴은 느긋해 보였다. 생수를 마시며 이따금 눈썹을 쓸어올리는 모습이다가도 새로운 서비스와 비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열정적으로 변했다. 사흘동안 10시간밖에 못잤지만 제품 출시와 자택에서 열 계획인 론칭 파티 이후에도 잘 시간은 많다고 말했다. 그의 집에서 열린 론칭 파티는 FBI 마크가 새겨진 헬기가 급습하는 장면과 옷을 거의 걸치지 않은 경호원과 마오리부족의 공연 등이 어우러져 화려하게 진행됐다.

개인서류나 영화, 음악 같은 자료를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메가’와 메가업로드의 차이점은 메가의 경우 이용자들이 웹브라우저를 통해 직접 제출하는 모든 파일이 암호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용자들은 (불법 파일을 포함해) 자신의 파일에 대한 프라이버시를 더욱 보장받을 수 있다.

닷컴은 “이제 암호가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아동 포르노 등 문제가 있는 콘텐츠를 모니터하기가 더 어려워질거라는 점은 시인하면서도 그런 콘텐츠가 있는 것을 알게 되면 회사 차원에서 삭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와 기업들이 가족사진에서 민감한 회사 자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료를 저장하는 요즘 온라인스토리지서비스는 인기를 더해가고 있으며, 암호를 도입한 것도 메가가 처음은 아니다.

메가는 50GB(기가바이트)의 스토리지를 무료로 제공할 뿐 아니라 가입자 패키지도 제공한다. 최대 4TB(테라바이트)의 스토리지가 월 29.99유로(39.95달러)다. 새로운 사이트에 대한 관심이 어찌나 큰지 론칭 후 과부하로 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 닷컴은 론칭 14시간이 지난 후 방문자는 100만명, 가입자는 50만명이라고 전했다.

하워드 간트만 미국영화협회(MPAA) 대변인은 협회가 메가 사이트를 점검 중에 있으며 “훔친 불법 콘텐츠를 시장으로 유입시켜 소비자 경험에 피해를 입힌” 닷컴의 전력을 고려할 때 “메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닷컴은 메가가 세계 어느 나라 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역사상 가장 합법적인 인터넷신생사이트일 것이다. 픽셀 하나하나를 법률전문가들이 모두 검토했다.”

미 법무부는 “메가 사이트와 관련한 논평은 법정에서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메가 사이트는 약관에서 이용자는 “타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며 저작권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지만, 닷컴은 불법복제가 나쁜 짓이라는 데 대해서는 뒤섞인 의견을 내놓았다. 음악은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에 무료 음악다운로드는 윤리적으로 문제시되지만 영화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그는 새로운 영화를 보기 위해선 수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헐리웃의 사업모델이 사람들을 불법복제 행위로 몰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닷컴은 지난해 1월 20일 핀 바타토, 마티아스 오트만, 브람 반 데르 콜크 등과 함께 뉴질랜드에서 미 법무부가 제기한 저작권 침해와 공갈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닷컴은 지난해 “사업을 계속할 여력도 재정적 이득도 없다”고 맹세한 후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닷컴은 메가 사이트 론칭이 보석 조건에 위배되는 게 아닌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거절했다. 뉴질랜드에 사업자 등록을 한 회사 메가(Mega Ltd.)의 이사진은 닷컴을 비롯해 역시 혐의를 받고 있는 오트만과 메가 CEO로 뉴질랜드인인 토니 렌티노 등이다. 도메인 판매업체 인스트라코프 CEO출신으로 메가 프로젝트의 재정적 후원자인 렌티노가 CEO직을 맡아 닷컴이 소송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법정 싸움은 계속되겠지만 지역 여론은 뉴질랜드 주민인 닷컴에게 우호적인 듯 보였다. 경찰이 그의 집을 급습한 것이 합법적인 일이었는지 여부를 놓고 법정에서 질문이 제기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 판사는 당시 급습이 “불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뉴질랜드 검찰은 그의 판결에 항소 중이다. 또한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정보기관이 명령도 받지 않고 국민들의 전화나 이메일을 도청하거나 가로채 읽는 행태에 대해 사과하는 처지에 몰렸다.

신장 2m의 독일인 닷컴은 19만4,9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트위터에 미국의 정치 및 사법제도를 비난하는 글과 자신의 가족 사진, 호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오클랜드에서는 유명인사로 크리스마스 축제에서도 일익을 담당했으며 무료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는 등 언론플레이를 통해 우호적인 이미지를 쌓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