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를 은폐하려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7일 오후 1시 30분 경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사업장 11라인의 '화학물질중앙 공급시설'에서 불산(불화수소희석액)이 누출됐고 이를 수리했던 관리 운영사 직원 중 1명이 숨졌고 4명은 현재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관련 사실을 유관기관에 하루 지나서야 알리고 사업장 내 직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아 은폐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불산누출이 감지된 것은 27일 오후 1시 30분 경. 경보기가 울리자 관리운영 협렵업체인 STI 서비스 직원 5명이 점검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측 설명에 따르면 경미한 사고라는 STI 서비스의 판단에 따라 10시간 정도 지난 시점인 그날 오후 11시에 수리를 시작했다. 그동안은 비닐봉지로 누출 부위를 막는 임시조치만을 취했다. 수리는 그 다음날 새벽 4시59분에 완료됐다.

그러나 수리를 마치고 귀가한 STI서비스 소속 박모(35)씨는 그날 오전 7시30분경 목, 가슴의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던 중 오후 1시55분 경 숨졌다. 함께 작업했던 4명의 직원들도 병원에 후송돼 치료를 받았고 퇴원했지만 사건이 알려진 후 재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현장 CCTV 확인 결과 숨진 박 씨가 작업 중 마스크만 착용하고 방제복을 착용하지 않는 등 안전창구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전장구 미착용에 따른 사고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논란은 삼성전자가 유해물질이 누출된 사실을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유관기관에 알렸다는 점이 불거지면서 가열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뒤늦은 신고로 유관기관들이 사건을 인지한 것은 사건발생 후 25시간이 지나서였다.

삼성전자 측은 "은폐사실이 없다"며 "통상적인 유지보수 작업이었으나 화학물질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함으로써 신고의 의무가 발생됐고 사망이후 한 시간 경과 후 인허가 관청인 경기도청에 신고했다"라고 밝혔다.

신고절차 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현행 '유해 화학물질 관리법' 제40조는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로 사람의 건강 또는 환경에 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관할 지방자치단체, 지방환경관서, 국가경찰관서, 소방관서 또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 환경국 관계자는 "최소한 자체 응급처치가 끝나고 협력업체 직원들이 이상 증세를 호소했을때는 적어도 즉시 신고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에 앞서 불산 누출이 단순한 유지보수 작업이 아닌 시점일 때 보고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측은 적어도 불산이 2차로 누출된 28일 새벽 3시45분 무렵에는 관계 당국에 이 같은 사실을 즉시 신고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이상 징후 발생 후 10시간 동안 임시조치만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이후 30분 단위로 지속적으로 점검했고 "(28일) 새벽 3시 45분경 밸브교체작업을 완료하고 재가동을 시작했으나 추가 누출이 발생해 4시46분부터 보완작업을 거쳐 4시59분 수리를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숨진 박씨가 마스크만 쓰고 방제복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현장 CCTV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해물질 누출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안전수칙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경미한 사고라는 관리운영직원 판단을 따랐고 통상적인 유지보수라고 밝히고 있지만 삼성의 공식발표에서도 드러나듯 불산 누출 수준은 증가하기도 했고 밸브교체작업 이후에도 추가 누출이 발생했다.

더구나 작업자들이 병원치료를 받아야했던 데는 불산을 공급해주는 배관 하부의 밸브가 녹아내리며 불산 가스에 장시간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삼성전자는 인근 사업장에 근무하는 50여명에게 대피명도 알리지도 않았고, 불산 누출 인지 이후 10시간이 지나서야 수리를 시작했다는 점도 석연치 않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측은 "누수된 양이 워낙 적은(2~3리터) 데다 11라인 외부에 있는 탱크 안에서 사고가 일어나 자체적으로 조치했을 뿐 은폐하거나 늑장대응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논란이 확산되자 유관기관들의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우선 경찰은 20여명의 수사전담반을 꾸려 사고 원인과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오후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소방, 경기청 및 화성동부서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도 현장감식을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