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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윤증현 재정부 장관 문답> (연합뉴스 2009.05.04)

발리=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우리 정부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기금 1천200억 달러 가운데 16%(192억 달러)를 부담하는 것에 대해 "수치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윤 장관은 이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판단은 이르고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어야 하지만,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탈출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평가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윤 장관과 문답.


-- CMI 다자화에 우리 측이 부담한 192억 달러가 많은 수준인가.

▲ 반대로 생각한다. 일본과 중국은 외화보유액 등을 봐서 우리의 16% 부담이 많다고 할 수 있고 우리도 소극적으로 줄이는 게 좋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국제 발언권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16%라는 수치를 정량적으로만 보지 마라. 수치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아세안 '빅 5' 국가 중 4곳의 부담이 3.97%(47억7천만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결과다.

-- 우리가 CMI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는 평가가 있는데.

▲ 우리가 스스로 얘기한다는 게 (모양새가) 우습지만 엄밀한 현실이다.

-- 아시아가 경제 회복이 빠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우리 경제는.

▲ 우리에 대해서는 외부평가가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30억 달러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에 성공했고 1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100억 달러가 넘으며 전분기 대비 1분기 성장률도 0.1%였다. 경기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판단은 이르지만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탈출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다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민간소비, 수출, 설비투자가 아직 하강을 지속하고 있다. 선진국 시장도 회복이 안 되고 있어 낙관하기에 이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실업자가 3월 95만 명에 이어 이달 발표한 4월 통계에서는 10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정신 차리고 실업자를 구제하며 서민을 위한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추경예산 등으로 연말 반전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 외평채 추가 발행 계획은.

▲ 기업은행이 10억 달러를 발행하고 다른 은행도 나가 있고 하니 추가 발행은 하반기에 생각할 것이다.

-- 적정 외화보유액은.

▲ 3개월 경상수입금(우리의 경우 900억 달러)이 적정하다는 견해도 있고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보유액은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느 선이 적정선인지는 말하기 어렵다.

-- 자본 유출입이 심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우리 선택은 개방과 경쟁이다. 이는 되돌릴 수 없고 되돌려져서도 안 된다. 대외 변수 때문에 빗장을 채우면 대외신인도는 타격을 받는다. 멀리 봐야 한다. 개방은 돌이킬 수 없고 더 개방해야 한다.

한국이 소규모 개방경제라서 국제금융시장에 어려움이 닥쳐 투자금을 빼가면서 우리가 타격을 입을 소지가 있는데, 반대로 사태가 진정되면 한국에 제일 먼저 투자가 들어온다. 경기 상승 시 자본시장에 외화가 들어올 것이다.

지난번 환율 급등도 디레버리징(차입 축소) 효과가 있었다. 지금은 역전 현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다. 돈이 빠질 때 부정적이지만 언젠가는 들어온다. 대외의존도가 너무 심해 수출의존도를 줄이는 게 우리의 중장기 과제다.

-- IMF 재정확충에 우리가 100억 달러 이상을 내겠다고 했는데.

▲ G20(주요 20개국) 합의에 따른 5천억 달러 확충계획에 우리가 2% 이상을 부담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는 외화보유액 계산에서 빠지지 않는다. 약속만 하고 필요할 때 나가는 것이어서 외화보유액에 변동이 없다. 이는 향후 IMF 쿼터 개혁(조정) 때 참고사항으로 감안될 것으로 본다.

▲ (신제윤 재정부 차관보)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고 우리가 돈을 내야 할 때 우리 사정이 어렵다면 내지 않아도 된다. 일종의 외화보유액 운용이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