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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가까우면서도 소원했던 아세안> (연합뉴스 2009.05.21)

<가까우면서도 소원했던 아세안>

교역 3위, 투자 2위 지역..상호의존성 높아


경제편중..정치.사회 등 협력분야 다각화해야



많은 사람들이 `동남아'하면 막연히 가깝고 친숙한 지역으로 생각하면서도 여름휴가 장소, 이주노동자, 외국인 신부(新婦) 등을 떠올리며 나름 호.불호가 교차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동남아 10개국이 손잡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경제와 사회분야 등에서 한국의 현재와 미래에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아세안은 '가깝고도 왠지 모르게 먼 이웃'이 아니라 우리와는 떼려야 땔 수 없을 정도로 상호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다.

이런 사실은 무엇보다 경제 분야의 각종 수치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작년을 기준으로 한-아세안 교역액은 902억 달러(수출 493억 달러. 수입 409억 달러)로, 중국(1천683억 달러) 및 유럽연합(EU.984억 달러)에 이어 우리의 대외교역 규모 측면에서 3위를 차지했다. 대 일본(892억 달러), 대 미국(847억 달러) 교역규모를 능가했다.

또 우리의 대 아세안 투자규모는 작년 한해 약 58억 달러로, 대미 투자(61억 8천만 달러)에 이어 2위다. 그리고 아세안은 우리에게 두 번째로 큰 해외건설 시장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2007년을 기준으로 약 23만2천명의 아세안 국가 사람들이 한국에 체류한 것에서 보듯 아세안은 한국에 주요 노동력 공급원이 되고 있다.

한국은 반대로 아세안에 1991년부터 2007년까지 무상원조 2억8천300만 달러, 유상원조 15억7천만 달러를 각각 제공했고, 연 300만 달러 정도의 한-아세안 협력기금을 운용하는 등 개발협력의 주요 파트너가 되고 있다.

한.아세안 관계는 1989년부터 본격화했다. 양측은 그해 대화관계(Dialogue Relationship)를 수립한 이후 2004년 11월 `포괄적 협력 동반자'로의 관계 격상, 2006년 자유무역협정(FTA) 상품협정 체결, 2007년 FTA 서비스 협정 체결, 2008년 한.아세안센터 설립 등의 이정표를 남기며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한.아세안간 실질적 교류의 역사가 길지 않은 점, 국제무대에서 남북간 경쟁이 치열하던 시기 북한이 아세안 국가들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관계발전 속도와 성과는 세인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런 성과의 바탕에는 식민지 압제의 고통을 넘어 근대화를 추구한 공통점, 아세안이 중화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중국과 `대동아공영권'을 추구한 일본에 갖고 있는 경계감 등이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세안과의 정치.안보 분야의 협력 수준은 경제 협력의 그것에 크게 못미쳤다는 평가는 가시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외교가 그동안 미.중.러.일 등 4강 외교에 절대적인 비중을 둬 왔다는 방증인 셈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다음 달 1-2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 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한.아세안 관계를 정치.경제.안보.문화교류 등 전반에 걸쳐 명실상부한 `포괄적 협력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