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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거는 기대 (연합뉴스 2009.05.22)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거는 기대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동남아 지역이 외교적으로 한층 친숙해질 기회가 마련된다. 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간 대화관계 수립 20주년을 맞아 다음 달 1~2일 제주도에서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양측의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굳게 다지기 위해서다. 이번 정상회의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다자회의다. 외교 지평을 확대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엠비(MB)'의 '신(新)아시아외교'가 한 단계 도약하는 마당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간 우리는 미국과 중국 등 4강과의 외교에 치중해온 편이다. 이번 특별정상회의가 한국 외교의 균형 발전을 지향하는 역사적인 의미도 크다.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날 세션은 그간의 한-아세안 협력관계를 평가하고 정치.안보.경제.사회.문화 등 분야의 발전방향을 논의한다. 둘째날 세션에서는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의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금융위기, 에너지.식량안보, 기후변화 등 범세계적 과제에 대한 토론을 주재한다. 기업인과 학자 등 500여 명이 '변화, 도전, 그리고 아시아의 번영을 위한 협력'을 주제로 하는 'CEO 서밋'에서도 활발한 토론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기를 바란다.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우리에게 중요한 파트너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과 아세안의 수출입 교역규모는 902억달러에 달한다. 중국(1천683억달러)과 유럽연합(984억달러)에 이어 3대 교역대상지역이다. 우리의 건설수주액도 91억달러에 달하며 풍부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을 고루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지리적으로 미주나 유럽보다 훨씬 가깝다. 정치 외교적으로 아세안 10개국은 모두 남.북한 동시 수교국이다. 특히 북한도 참여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상당한 역할을 해오지 않았는가.

아시아 국가들은 아직도 중국과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가진 가운데 한국은 현재 선진국과 후진국간 가교역할을 할만한 위상에 와있다. 이명박 정부가 역점을 두는 아시아외교가 역시 우리의 이웃인 아세안 국가들과의 공동번영과 협력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것이 적절한 이유다. 일본이 2003년 아세안과의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해 도쿄(東京)에서, 중국은 2006년 대화관계 수립 15주년을 기념해 난닝(南寧)에서 각각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한국이 이번에 이를 주최하는 것도 의미 있는 시점이다. 2000년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2005년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국내 개최 이후 최대 규모 행사다.

특별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의전과 경호 등 세부사항도 완벽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부대행사로 '녹색성장' 홍보관을 설치해 아세안 국가들이 벤치마킹하도록 한다는 계획도 주목된다. '소프트, 스마트' 외교 행사로 진행되는데 일조할 것으로 본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그간 가까우면서도 다소 소원했던 아세안이 우리와 한층 친숙해지고 공동번영하는 동반자 관계가 가일층 격상되기를 바란다. 또 개최지인 제주 특별자치도의 국제적 관광문화가 널리 알려지고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한층 제고되면서 이 대통령의 글로벌 리더십이 각인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