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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아세안의 힘..다양성> (연합뉴스 2009.05.24)

<아세안의 힘..다양성>
오름에 새긴 한.아세안 정상회의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11일 앞둔 21일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 정상회의 깃발 문양이 새겨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오름에서는 해마다 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열린다. 2009.5.21.khc@yna.co.kr

`차이'를 협력과 공존의 밑거름으로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동남아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힘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실제로 언뜻 보면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마치 모래알들처럼 여겨진다.

정치.경제적 연합체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면적, 인구, 민족, 종교, 정부형태 등 측면에서 보면 아세안은 마치 일곱 가지 색깔띠를 만들어내는 프리즘을 연상케한다. 그만큼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세안은 이와 같은 `차이'를 오히려 상호협력과 공존의 밑거름으로 삼으면서 그 저력을 드러내고 있다.

비교적 비슷한 문화와 정치.경제.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이룬 유럽연합(EU)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먼저 국토 면적의 경우, 가장 큰 인도네시아(190만㎢)는 한반도의 9배 크기로 가장 작은 싱가포르(704㎢)의 약 2천700배에 달한다. 싱가포르는 서울시(605.4㎢)보다 약간 큰 도시국가에 불과하다.

브루나이도 5천765㎢로 경기도의 절반 정도 크기다. 덩치만 놓고 보면 서로 대등한 위치에 서기 어려운 나라들인 셈이다.

총 5억7천명(2007년 기준)에 달하는 인구 면에서도 국가별로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약 2억3천만명으로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 인구대국이지만 브루나이는 40만 명으로 `미니 왕국'이다.

민족 구성도 다양하며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는 없다는 특징도 있다.

올해 의장국인 태국은 타이족(81.5%), 화교(13.1%), 말레이족(2.9%)으로 구성돼 있고 인도네시아는 자바족(45%), 순다족(13.6%) 등 300여 종족으로 이뤄져 있으며 다른 나라들도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버마족, 베트남족, 크메르인 등으로 국가를 이뤄 한마디로 `멜팅 팟(Melting Pot. 다양한 인종이 섞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것)'이다.

종교 차원에서도 불교, 이슬람교, 개신교, 가톨릭, 힌두교 등 `종교 백화점'에 견줄 수 있다.

태국.라오스(95%), 캄보디아(90%), 미얀마(89%) 등은 불교국가이며 인도네시아(87%),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국교) 등은 이슬람국가로 분류된다.

싱가포르에선 국민 15%가 개신교이며 가톨릭이 국교인 필리핀에선 국민 83%가 가톨릭 신자다. 싱가포르(4%),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엔 힌두교도들도 꽤 있다.

경제면에선 2007년 기준으로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3만 달러 이상인 싱가포르(3만5천206달러)와 브루나이(3만1천76달러) 등 부자나라가 있는가 하면 베트남(837달러), 라오스(736달러), 캄보디아(598달러), 미얀마(216달러) 등은 1인당 GDP가 1천달러에도 미치지 못해 최빈국에 해당된다.

정치적으로도 대통령중심제인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내각책임제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입헌군주제인 캄보디아와 태국, 사회주의 일당제인 베트남과 라오스, 군사정권이 들어선 미얀마, 전제군주제인 브루나이 등 갖가지 정치형태의 실험장을 연상케 한다.

물론 이런 `다름'들속에 동질성도 있다.

일단 지리적으로 '중국 이남(以南),인도 이동(以東),호주 이북(以北),남태평양 이서(以西)' 지역에 위치해 있고 역사적으로는 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서구 열강의 식민지배를 경험했으며 문화적으로도 말레이.중국.인도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게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