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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新아시아 외교’ 성공을 위한 과제 (문화일보 2009.05.16)

‘新아시아 외교’ 성공을 위한 과제

이순천 외교안보연구원장, 2009.5.16문화일보 게재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을 순방하고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은 에너지·자원 분야에서의 성공적인 ‘세일즈외교’를 이루며 중앙아시아 신(新)실크로드 구축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정부는 러시아·중앙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를 자원 개발의 4대 전략지역으로 설정하고 이들 자원 부국과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2007년 4.2%에서 2030년 40%까지 제고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순방은 에너지·자원 분야의 국제협력을 확대해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로 거듭나려는 정부의 에너지 비전을 한층 구체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은 석유·가스, 우라늄 등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한 대표적인 자원 부국이다. 이번 순방에서는 26건의 에너지·자원 분야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우선 우즈베키스탄과는 서페르가나 및 취나바드 지역을 포함한 5개의 신규 광구에 대한 추가 탐사 사업 진행 등 16건의 양해각서 또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카자흐스탄과는 ‘양국간 실질적 협력 증진을 위한 행동계획(Action Plan) 및 발하쉬 석탄화력 발전사업 협력협약서, 잠빌 해상광구 석유탐사 사업 등 10건의 협정 또는 양해각서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같은 협력 방안 모두 한국의 기술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전도 유망한 사업들이지만 앞으로 중요한 것은 사업을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문제다. 정상간의 굳건한 신뢰와 우정이 바탕이 돼 이뤄낸 소중한 성과를 헛되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속하고 치밀한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구체적인 협력 로드맵을 통한 정부와 민간 기업의 긴밀한 공조가 요구된다.

이번 중앙아시아 순방은 ‘자원외교’ 성과 외에도 ‘신아시아외교’ 구상의 실천을 위한 성공적인 첫걸음이었고 대(對)아시아 외교 지평을 넓혔다는 데 의미가 크다. 아시아 지역은 전세계 인구의 52%,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 교역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상품생산·교역·투자의 중심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 대통령은 주변 4강 외교에 치중됐던 우리 외교를 동남아·서남아·중앙아·남태평양까지 확대해 한국의 외교 지평을 넓히자는 취지로 ‘신아시아외교’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금융위기 이후 재편되는 신국제질서 속에서 아시아의 역량을 강화하고 역할을 증대시키려는 이 대통령의 ‘신아시아외교’ 구상에 대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공감과 지지를 보였다. 이로써 지역 개도국에 대한 개발 경험 전수, 맞춤형 경제협력 및 공적개발원조(ODA) 증대 등 역내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우리의 ‘신아시아외교’ 구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다각적인 신아시아외교는 앞으로도 활발히 진행될 것이다. 6월 초 제주에서 개최될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비롯해 아세안+3, EAS 정상회의, 에이펙(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아세안 국가 순방 등 본격적인 신아시아 외교가 가동된다. 이같은 외교무대에서 우리는 ‘녹색성장’ 비전을 공유하고 녹색산업 기술과 자원 협력을 연계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상생관계를 통해 유대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어느 나라나 주변국들과의 우호 협력관계 강화를 우선적으로 추구한다. 우리도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국력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성숙한 세계 국가(글로벌 코리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먼저 이웃인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지지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통령의 이번 중앙아시아 순방은 ‘자원외교’뿐만 아니라 ‘신아시아외교’ 구상을 실천하며 한국의 외교 역량을 확대하는 일거양득의 성과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이순천 / 외교안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