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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이란 대통령은 행정·경제만 맡아 (조선일보 2009.06.13)

이란 대통령은 행정·경제만 맡아… 최고성직자가 외교·군(軍)·사법 권력행사

12일 이란 대선(大選)의 승자가 누가 되든 그가 전권을 휘두르는 것은 아니다. 이란의 신정(神政) 정치체계상 제1의 실권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Rahbare Enqelab)'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직선(直選)하는 대통령과는 달리 최고지도자는 이슬람 학자·성직자들의 모임인 '성직자회의(Assembly of Experts)'에서 뽑는다. 최고지도자가 되면 당연직으로 이란 이슬람의 최고 성직자(그랜드 아야톨라)가 된다.

현재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Khamenei)로 1989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Khomeini)에 이어 자리에 올랐다. 최고지도자는 최고 군통수권자로서 군 사령관들과 국가안보회의(NSC) 멤버들을 임명한다. 대법원장·검찰총장, 국영 방송·라디오 경영진 등도 직접 임명한다. 외교·안보·국방·사법·언론을 한손에 쥐고 흔들 수 있다.

반면 대통령은 내치(內治)에서도 주로 정부 행정과 경제문제를 담당한다. 이번 대선에서 핵심 이슈가 서방과 마찰을 빚는 핵무기 개발 등의 대외정책이 아니라 경제문제에 쏠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이중(二重) 권력구조'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면서 비롯됐다. 혁명에 성공한 호메이니는 '정교(政敎) 일치' 이상(理想)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국민이 뽑은 대표가 나라를 다스리는 '공화정'을 이란 사회에 구현하고자 했다.

문제는 성직자회의에서 뽑은 최고지도자와 유권자들이 뽑은 대통령이 갈등을 빚으면 정치적 불안정을 낳기 쉽다는 점이다. 개혁 성향이었던 모하마드 하타미(Khatami)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임기(1997~2005년) 내내 갈등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