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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광장으로 가자` 이란 대선 축제분위기> (연합뉴스 2009.06.10)

<"광장으로 가자" 이란 대선 축제분위기>

2009년 06월 10일 (수) 22:17 연합뉴스

▲ Mideast Iran Election
엄숙하기만 했던 이란 대통령선거 선거운동 현장이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의 광장과 거리는 이달 들어 매일 밤 수만명의 인파로 넘쳐나고 있으며 특히 개혁파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옷과 스카프를 녹색으로 맞춰 입고 도시 곳곳을 '녹색 물결'로 뒤덮고 있다.

젊은이들은 지지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고 때로는 자동차 경적을 울리거나, 아니면 후보 포스터를 내건 채 오토바이로 질주하기도 한다.

무사비 지지자들은 지난 8일에는 테헤란에서 장장 19km에 달하는 인간띠 잇기 행사를 성사시켜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슬람 신정국가라는 특성상 남녀를 엄격히 구분 짓는 사회 분위기도 선거운동 현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10대 청년들은 이란의 팝뮤직을 틀어놓고 현란한 춤솜씨를 선보이고 젊은 여성들도 거리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여성들은 행여 머리에 두른 히잡(이슬람 전통 스카프)이 벗겨질까 봐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지만 축제와 다름없는 열기 속에 자신을 내던진다.

외국인 여성 관광객조차 히잡 착용이 의무적인 이란에서 남녀가 함께 어울리고 여성이 공개장소에서 춤을 춘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광경.

거리 곳곳에는 경찰이 배치돼 있지만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후보 지지자 사이에 산발적인 충돌이 있지만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뉴스통신사 로이터가 10일 전했다.

테헤란 거리와 광장이 인파로 뒤덮인 것은 1979년 이슬람혁명 때나 이란 축구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을 때 간혹 있었을 뿐 대선 선거운동 때 이처럼 많은 인파가 밤늦게까지 있었던 적은 없다고 테헤란 시민은 입을 모은다.

개혁 성향의 정치 평론가 마샤라 샴솔바에진은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현지 일어나는 현상은 예전 어느 대선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이라며 "이는 현 정부에 대한 항의와 불만족의 표시"라고 주장했다.

광장에서 파테메 타헤리안(21.여)은 AP에 "현재 이란에는 젊은이들에 대한 압박과 규제가 너무 많다"라며 "우리는 이런 현실이 싫어 거리로 나오는 것이고 이곳에서 많은 것을 즐기고 있다. 이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란 총인구 7천100만명에서 30대 이하의 비율은 60%에 달한다.

따라서 1980년대 8년간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이들 젊은 유권자층이 과연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권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편, 4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란 대선은 오는 12일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