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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이란 대선(大選) 뜨거운 열기… 투표소마다 장사진 (조선일보 2009.06.13)

이란 대선(大選) 뜨거운 열기… 투표소마다 장사진

역대 최고 투표율 될듯 영(英) 신문 "조작만 없다면 개혁파 무사비 승리예상"

이란 대선 개요

―12일 1차투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당선 확정

―19일 결선투표: 1차투표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득표자가 맞붙음

―유권자: 4620만명(인구 7040만명)

―투표소: 4만5713곳

변화를 염원하는
이란 국민들의 투표 열기가 12일 이란 전역을 종일 달궜다. 대통령 선거 투표가 실시된 이날 전국 4만5713곳에 마련된 투표소엔 투표 시작 시각인 오전 8시가 되기도 전에 유권자들이 대거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투표 인파가 예상을 넘어서자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마감시각을 당초(오후 6시)보다 1시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사정에 따라 자정까지 투표가 진행되는 곳도 나올 전망이다. 이란 내무부는 투표율이 역대 최고(80%)를 기록한 1997년 대선 때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12일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현직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왼쪽)와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가 투표를 마치고 잉크가 묻은 손가락과 본인의 여권을 들어 보이고 있다. 두 후보가 치열하게 경합한 이번 선거는 13일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로이터 뉴시스

높은 투표 열기는 진작에 예견됐다. 최근 수도 테헤란의 풍경은 30년 전 이란 이슬람 혁명 당시를 방불케 했다. 매일 밤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Mousavi) 전 총리를 지지하는 젊은이 수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무사비 전 총리를 상징하는 초록색 깃발을 흔들며 "잘 가라, 아마디"를 외쳤다. 아마디는 보수 강경파 현직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Ahmadinejad)를 뜻한다. 평소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불손한' 발언이다.

1979년 혁명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번 주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가 30년 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입을 모은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1979년 혁명으로 이란엔 친미(親美) 왕정이 무너지고 세계 유일의 이슬람 신정일치(神政一致) 공화국이 들어섰다. 30년이 흐른 지금 이란엔 다시 혁명의 기운이 번진다. 누가 이기든 한동안 격동의 시기를 겪을 전망이다.

지난 30년간 이란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달 중순까지 아마디네자드의 재선도 확실시됐다. 그러나 3주간의 대선 유세 기간 상황이 급변했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에 따른 경제 파탄과 대(對)서방 강경 발언으로 인한 국제적 고립 등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불만을 품어온 유권자들이 친서방 개혁파 후보 무사비 전 총리를 대안으로 여기게 됐다.

영국 가디언은 이란의 정치 평론가 사이드 랄리아즈(Lalyaz)의 말을 인용해 "무사비가 55~60%의 지지를 확보했다"며 "개표 조작이 일어나지 않는 한 무사비의 승리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정권의 표밭인 이란혁명수비대와 예하 청년 군사조직 바시즈(1250만명) 내에서도 10% 정도가 무사비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이란 헌법은 군의 정치 개입을 금하지만 역대 선거 때마다 두 군사조직은 선거에 개입해왔다. 무사비가 11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Khamenei)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군의 선거 개입을 막아달라고 특별 주문한 것도 이런 과거 탓이다.

선거의 관건은 부정 선거가 어느 정도로 자행되느냐에 달렸다. 그동안 이란 대선에서 부정 선거가 판을 쳤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무사비 캠프가 특별 위원회를 만들어 투표 감시원을 전국 투표소에 투입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무사비 진영 내에선 수백만표 정도는 쉽사리 조작될 수 있기 때문에 압도적 표차로 이겨야만 당선이 보장될 것으로 본다. 선거 결과는 13일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