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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해외 대국민테러 예방 대책 없나> (연합뉴스 2009.03.17)

<해외 대국민테러 예방 대책 없나>

한국인 관광객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예멘 폭발사건이 알-카에다 조직원에 의한 자살 폭탄테러로 드러나면서 해외에 있는 국민에 대한 테러 예방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예멘을 포함,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는 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국가 국민을 상대로 이뤄져 왔으며 이슬람주의자들과의 이해관계가 비교적 적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건은 2007년 '아프간 피랍사건' 외에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일각에서는 테러조직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와 가까운 한국이나 일본 등으로 테러 대상 범위를 넓혀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테러의 배경 문제를 떠나 정부 당국으로서는 해외에서 우리 국민을 상대로 발생하는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으로는 정부가 예멘과 같이 테러 발생 빈도가 높은 국가를 모두 '여행금지국'으로 지정, 법적으로 국민의 여행 자체를 금지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이는 여행의 자유나 이동의 자유, 경우에 따라서는 종교의 자유 등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신체적.정신적 자유권을 침해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할 경우 상대국과의 외교 관계가 크게 손상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예멘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정부 당국자가 이를 곧바로 바로잡은 것에서도 정부의 이런 고민이 엿보인다.

사실 외교부가 '여행유의(42개국)-여행자제(34개국)-여행제한(18개국)-여행금지(3개국)' 등 4단계로 여행경보체계를 운영하는 것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재외국민 보호 의무, 외교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게 외교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정부로서는 기존의 여행경보체계를 유지하면서 최근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http://www.0404 .go.kr/) 개편과 같이 대국민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예방책은 없어 보인다.

다만, 국회에 계류 중인 '관광진흥법개정안'이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여행사가 여행객들에게 방문국의 안전 수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이 법안이 정부의 대국민 홍보의 한계를 어느 정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민 개개인이 방문 국가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비롯한 위험 수준을 스스로 인식하고 조심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의무 간의 조화를 유지하면서 해외 대국민 테러를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이라는 게 외교 당국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외교 당국자는 "정부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위험 지역을 방문하는 경우 개개인이 스스로 관련 정보를 숙지하고 주의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