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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찬란한 유적지가 순식간에 생지옥> (연합뉴스 2009.03.16)

<찬란한 유적지가 순식간에 생지옥>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그런 참혹한 일이 벌어졌는지..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동료 관광객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예멘 참사현장에 있었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16일 참사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40∼60대가 주축을 이룬 관광객 12명은 17일 귀국에 앞서 이날 두바이에 도착, 노보텔에서 잠시 여장을 풀었다.

관광객들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15일 오후 5시 50분께(현지 시간) 예멘의 시밤지역 유적지를 방문할 때였다. 9박10일 일정 중 7일째 되던 날이었다.

한국 테마세이여행사의 예멘.두바이 패키지관광에 동참한 관광객 등 18명의 상당수는 예전에도 이 여행사의 특수지역 관광에 참여한 경험들이 있어 서로 안면이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만큼 여행 분위기도 좋았다고 한다.

이들이 지난 15일 시밤지역을 찾은 것은 전날에 이어 두번째였다.

시밤지역은 당초 14일 한번만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워 일부 관광객들이 한 번 더 가자고 제안했고 나머지 관광객들도 동의했다.

시밤 유적지는 3세기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8∼9층 높이의 진흙 빌딩들이 500개 이상이 밀집돼 있는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돼 있는 유적지다.

일행 중 4∼5명은 시밤에 다시 가지 않고 호텔에 그냥 묵는 등 선택은 제각각이었다.

관광객들이 시밤지역을 15일 다시 찾았을 땐 외국인 여행객들이 붐볐던 전날과는 달리 거의 이들 관광객밖에 없어서 매우 고요하고 조용했다.

관광객 인솔자는 MP3로 감미로운 음악을 틀어주면서 분위기를 한껏 돋구웠다.

삼삼오오 제각각 흩어져 전망대에서 일몰을 바라보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감상할 때 10대 후반과 40대 후반의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자 2명이 관광객 일부에게 다정스럽게 인사하며 말을 걸었다.

이들은 30분 가량 머물면서 `어디서 왔느냐', `우리는 한국을 좋아한다', `한국에 가고 싶다' 등 어눌한 영어로 관광객들과 대화를 나눈 뒤 `여행 잘하라'고 말하고는 유적지를 떠났다고 관광객들은 전했다.

그로부터 5분 뒤.

음악이 멈춰 인솔자가 MP3를 다시 조작하려던 순간 갑자기 뒤쪽에서 `쾅'하는 소리와 함께 폭탄이 터져 순식간에 아비규환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적막하던 유적지를 무너뜨릴 것만 같은 굉음이 터진 뒤 얼마 되지 않아 부상자들의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유적지가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관광객들은 우선 차에 타라는 인솔자의 말에 따라 현장을 급히 빠져 나갔고 뒤이어 보안당국 관계자들이 현장에 도착, 시신 4구를 수습했다.

관광객들은 말을 걸었던 현지인 남성 2명이 테러 용의자로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한 관광객은 "그들이 아니라면 우리 쪽에 접근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옷차림도 펑퍼짐한 차림이어서 폭탄을 충분히 몸에 지니고 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과 dpa통신은 테러 용의자가 10대 후반으로 몸에 폭탄조끼를 두른 채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관광객들은 17일 오전 3시 두바이에서 출발, 같은 날 오후 4시 45분께(한국시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