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관계/국제분야

<예멘, 그래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연합뉴스 2009.03.20)

<예멘, 그래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


한국인 대상 예멘 연쇄 테러사건을 계기로 예멘이라는 나라에 대한 국내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 대다수는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예멘을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 `테러가 난무하는 나라' 정도로만 인식할 뿐 예멘이 한국에 줄 수 있는 효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정부 역시 예멘을 여행 금지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예멘 체류 중인 사람들에 귀국을 권고하는 등 예멘 정부 입장에서 볼 때 불쾌할만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예멘 현지 진출 기업들과 주 예멘 대사관은 예멘이야말로 에너지와 자원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사태를 우려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예멘은 석유 매장량이 30억배럴, 가스 매장량이 17조입방피트로 자원대국까지는 아니어도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중동의 다른 산유국들의 경우 세계 석유메이저 기업들이 이미 원유 개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탓에 한국 기업의 진출이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예멘은 분명히 틈새시장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예멘은 1910년대부터 석유개발이 시작된 다른 산유국과 달리 1990년대 통일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나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런 예멘 석유자원의 가치를 고려, 2005년 이후 예멘에 3개 탐사광구와 1개 개발광구를 운영하고 있다. 탐사광구의 한국측 지분은 모두 90.25%로 석유만 발견된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프랑스 토탈사가 주도하고 있는 마리브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에도 SK에너지, 가스공사, 현대 등 한국 기업들이 21.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가스를 생산하고 있진 않지만 18광구 가스프로젝트가 완료되면 2009년 하반기부터는 연간 670만t의 가스를 수출할 예정이다.

자원개발 사업 외에 건설 사업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현대건설은 수도 사나에서 마리브 유전지대까지 연결하는 75km 구간의 송전선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06년 2월 시작된 6천200만달러 규모의 이 공사는 현재 공정률이 98%로 오는 5월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우건설 역시 예멘 북부 발하프지역에서 LNG 생산설비 플랜트 건설공사를 진행 중으로 올 상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정국 불안에 따른 극심한 혼란으로 치안이 확보되지 않아 세계 유수 건설기업들이 예멘을 외면할 때 한국 기업들은 1978년 삼환기업의 첫 진출 이후 뚝심 있게 예멘 건설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89만달러를 무상지원하며 한-예멘 협력관계를 공고히 다져왔다.

2007년 대(對) 예멘 수출은 1억2천300만달러, 수입은 2억5천500만달러로 양국간 교역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주요 수출품은 기계, 전자, 석유화학제품이고 수입품은 원유, 농산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번 예멘 연쇄테러 사건을 기점으로 한국기업들의 자원개발사업과 건설사업이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진출 업체 관계자는 "가스 개발사업의 경우 본격적인 착수에 앞서 사전조사단의 조사가 필수인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예멘에 오겠느냐"며 "새로운 개발사업은 당분간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업 역시 치안이 불안정한 지방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지 건설기업 관계자는 "군인들이 사업장 외곽 경비를 서고 있지만 그런 와중에도 장비들을 도난당한 경우도 있어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테러 위험이 높아지면 단기간이라 할지라도 공사가 중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 교민은 200명으로 일반 교민 40명, 지.상사 90명, 구호단체 등 NGO 25명, 유학생 30명 등으로 구성돼 있고 기업은 석유공사 및 현대건설, 대우건설, SK건설, 삼환건설 등 4∼5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