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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이란 시위대, 하메네이 권위에 정면 도전 (동아닷컴 2009.06.22)

이란 시위대, 하메네이 권위에 정면 도전


상처입은 개혁파
20일 이란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시위자 한 명이 다친 눈을 치료받고 있다. 이날 시위로 최소 10명이 사망하는 등 시위가 점차 격화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시위중단 요구 거부 투석 방화전… 경찰 - 민병대 발포

24일 헌법수호위 선거의혹 최종결론… 이번주 고비될듯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 따른 이란 시위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개혁파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넘어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권위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자세여서 이란 사태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실제 20일 시위에서는 이란 경찰이 최루탄, 물대포, 공포탄을 동원했다.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24일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최종 결론을 발표하겠다고 밝혀 이번 주가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위 현장 전쟁터 방불”

20일 테헤란 시내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여한 시아바시 씨는 친정부 민병대와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고 BBC에 전했다. 그는 “총탄에 맞아 쓰러지는 사람들이 보였다”며 “(공격을 피해) 시위 장소를 옮겼으나 그곳에서도 바시즈 민병대가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폭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천 명이 거리에 몰려나온 가운데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덧붙였다.

아논 씨는 “오후 3시경 (시위에 참가하려고) 혁명광장에 도착했으나 경찰과 바시즈 민병대가 곤봉,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의 진출을 봉쇄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후 4시 이후 시위대가 늘어나자 경찰이 시위대를 곤봉으로 마구 때린 뒤 총을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시위대가 거리에 놓인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기도 하고 바시즈 민병대가 타고 있던 오토바이를 빼앗아 불태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일부 민병대원이 도끼, 단검 등 흉기까지 휘둘렀다”고 비난했다. 이란 경찰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입원한 시위대까지 체포하자 일부 부상자는 체포를 피하기 위해 외국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시위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로저 코헨 씨는 “하메네이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한 번도 도전받지 않았던 신성불가침의 최고 종교지도자 권위가 도전받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위대가 직접 촬영한 시위현장 사진과 동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게재된 ‘바시즈에게 살해된 18세 소녀’라는 제목의 동영상에는 시위에 참가한 이란 여성이 총격을 당해 쓰러진 뒤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숨지는 장면이 담겨 있어 누리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동영상에는 “바시즈가 20일 테헤란에서 젊은 여성에게 총을 쏴 숨지게 했다”는 설명이 달려 있다.

개혁파의 도전과 한계

시위의 중심에 서 있는 개혁파 대선후보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는 하메네이의 시위 중단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이날 시위를 강행함으로써 하메네이의 권위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이란 치안당국도 경고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헌법수호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 것인지도 이번 사태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메네이의 영향 아래 있는 헌법수호위원회가 하메네이의 뜻을 거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결과를 발표할 경우 오히려 시위를 더욱 격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반면 무사비 전 총리와 개혁파의 도전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무사비 측은 투표 마감 12시간 만에 개표가 끝나고 공식 결과가 나온 점, 중간 개표 결과가 지역별 대신 500만 장 단위로 발표된 점, 투표소 참관이 제한되는 등 투표 시스템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점, 여론조사 결과에 비해 실제 득표 차가 너무 컸다는 점 등을 부정선거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물증은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무사비 전 총리는 하메네이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신정()체제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란의 자유와 독립을 지켜온 신성한 체제에 대항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시위가 격렬하기는 했지만 전날 하메네이의 발언에 따라 시위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도 여전히 굳건한 하메네이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