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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거리 시설물 부수며 분노표출… TV엔 평화시위 장면만 나와 (동아닷컴 2009.06.22)

거리 시설물 부수며 분노표출… TV엔 평화시위 장면만 나와

외국인들 아직 큰 위험 없어



■ 한국유학생이 전하는 테헤란은 지금

이란 테헤란에서 직접 체감하는 현장 분위기는 어떨까. 테헤란대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김지연 씨(가명·여)에게 21일 전화를 걸어 시위 등 전반적인 상황을 물어봤다. 김 씨는 “이란에서 외국인이 스파이 혐의를 받으면 큰 처벌을 받기 때문에 본명과 사진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테헤란대나 시내 분위기는 어떤가.

“대학은 시위가 시작된 직후부터 휴교에 들어갔다. 마침 이곳 대학들은 6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거의 석 달 동안 방학 기간이라 휴교가 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테헤란 시내는 낮에는 무척 조용하다. 어두워지면 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사람들은 길이 막힐까 봐 오후 일찍 퇴근해 저녁에는 차량 통행이 오히려 원활하다.”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나.

“시위 첫날인 13일은 무서웠다. 테헤란은 두세 집에 한 개씩 큰 플라스틱 쓰레기통이 있는데 시위대는 그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고 버스정류장과 간판의 유리를 모조리 부쉈다. 20일 시내 일부 지역에서 시위가 있었다고 들었으나 내가 사는 곳은 비교적 조용했다. 거리에 모여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TV 방송은 전반적으로 시위 소식을 많이 다루지 않는다. 시위를 보도할 때면 평화적인 시위장면이나 평화적인 시위를 촉구하는 장면만이 나오고 있을 뿐이다.”

―외국인이 위험하지는 않은가.

“일부 외국인은 본국으로 돌아갔다. 외국인 중에는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한국 사람은 워낙 시위에 익숙한 탓인지 그렇지 않은 편이다. 지금은 외부에서 저녁 약속까지 잡을 정도다. 이곳은 외국인과 내국인이 다투면 경찰이 보통 외국인 편을 들어준다. 외국인을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하지만 종교경찰 때문에 일반 주민은 외국인을 경계한다. 이란에는 일반경찰과 종교경찰 두 종류가 있다. 총기 소유, 이슬람 복장 착용 여부, 이슬람법 저촉 행위를 단속하는 것이 종교경찰인데 최근 이들의 활동이 늘어났다.”

―여론조사와 선거결과가 많이 차이 났는데….

“이란 사회는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하다. 주로 잘사는 계층이 미르호세인 무사비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빈민들에게서 인기가 높다. 테헤란 인구의 60%는 빈민이다. 여론조사는 부자 동네인 북쪽과 빈민 동네인 남쪽의 중간지대에서 주로 했는데 이곳에는 사무용 빌딩이 많다. 이곳에 출퇴근하는 빈민은 거의 없을뿐더러 빈민 중엔 문맹자가 많아 조사에 잘 참여하지도 않는다.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가 차이 날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시위가 얼마나 더 지속될 것 같은가.

“계속되기에는 추동력이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시위대의 대다수도 선거 자체가 부정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본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당선에는 이견이 없지만 단지 표 차이가 예상외로 크다고 보는 정도 같다. 다만 무사비 후보의 충성계층은 경제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생업을 중단하고 적극 활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위를 과격하게 벌이면서 수에 비해 주목을 많이 받을 수는 있는데 이들이 언제까지 갈지가 관건이다. 어쨌든 시위는 점차 잦아들 것이라는 것이 주변 현지인의 일반적인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