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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한 소녀의 죽음 이란시위 기폭제로 (연합뉴스 2009.06.22)


[출처=You Tube 동영상 캡처]
한 소녀의 죽음 이란시위 기폭제로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라

"네다(Neda), 전 세계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너의 모습을 보며 울고 있어. 너의 죽음은 헛되지 않아. 우리가 너를 기억할께.."(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기타리스트)

청바지에 흰색 스니커즈를 신은 한 소녀가 길에 쓰러진다. 2명의 남성이 가슴을 누르며 응급 치료를 시도하지만, 바닥에는 이미 피가 흥건하다.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10대 소녀가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져 죽어가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네티즌들이 트위터 등 인터넷에 올린 글과 영상에 따르면 소녀의 이름은 네다. 소녀의 진짜 이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네다는 이란 파르시어로 '목소리(voice)' 또는 '외침(call)'이라는 뜻이다. 나이도 16살로 알려졌지만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아버지와 함께 시위에 참가한 그녀는 이란 민병대 바시지가 쏜 총탄에 가슴을 맞아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네다, 너의 죽음이 헛되질 않길 희망할께" 등의 댓글을 쏟아내며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1일 이란계 미국인들이 피로 얼룩진 네다의 사진을 들고 이란 정부의 무력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네다는 연일 대선결과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란 국민의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은 네다가 이란 군인, 민병대 등 누가 쏜 총에 맞은 것인지, 아니면 오발 사고로 총에 맞은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그녀의 죽음이 이란 사태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을지도 모른다고 22일 보도했다.

타임은 네다가 이미 '순교자'로 추앙받고 있다면서 네다를 비롯해 시위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이 이번 시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이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위 중 숨진 이는 최소 19명.

이슬람 시아파 국가인 이란에서 순교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순교는 시아파 교리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개념이며,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란-이라크전 등 이란 역사의 고비마다 이란인들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이란에서는 사람이 죽은 뒤 3일, 7일 40일째가 되는 날 애도 행사를 갖는다. 1979년 이슬람혁명 때에도 1978년 1월 첫 유혈충돌로 사망한 2명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사에서 또다시 사망자가 발생, 40일 주기로 열리는 애도 행사가 팔레비 왕조가 축출된 1979년 1월까지 계속되며 혁명의 동력이 됐다고 타임은 분석했다.

이란 당국이 시위대에 대한 진압에 나서면서 여성들에게도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한 19살 소녀는 21일 CNN과 인터뷰에서 "그들(민병대)은 모든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자신도 민병대의 곤봉에 맞아 다쳤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테헤란 '자유광장'. 그녀는 시위대와 함께 광장을 걷고 있었다. 그때 민병대 바시지가 그녀 일행을 막아섰다.

그녀는 "나보다 덩치가 두 배나 되는 민병대원 한 명이 곤봉으로 나를 때렸다"면서 "그에게 '나를 때리길 원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녀는 "돌에 맞아 발을 다쳐 오늘(21일)은 나갈 수 없었다"면서 "집 밖에 나가면 나는 죽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많은 이란인은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대선결과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누가 대통령인지 개의치 않는다. 우리는 진실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