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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아세안을 뚫어라> ① 태국 (연합뉴스 2009.10.18)

<아세안을 뚫어라> ① 태국
방콕 시내 상점 모습(AFP=연합뉴스,자료사진)

투자품목 다양화로 日아성 공략해야..전자는 日아성 무너뜨려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을 무대로 한국, 중국, 일본간의 이른바 `삼국지'가 연출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금융위기에서 회복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현시점에서 투자대상지 및 소비시장으로서의 동남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이에따라 이 지역 시장을 선점하려는 한.중.일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캠리, 알티스, 어코드..."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핵심국가인 태국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어디에서든 일본 자동차의 물결을 접하게 된다.

일본은 수십년 동안 태국 시장을 꾸준하게 공략해 현지인들이 일본제품을 외국산 제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한국은 백색 가전을 위주로 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규모면에서 일본의 아성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태국 투자청(BOI)에 따르면 일본은 태국의 제1투자 국가로 최근 5년(2004∼2008년) 동안 6천834억 바트(23조9천400억원)를 투자해 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274억바트를 최근 5년간 태국에 투자해 전체 외국인 투자액 중 1.6% 정도를 차지하는데 그치고 있고 중국도 한국과 같은 수준(1.6%)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와 전자, 철강, 화학 산업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태국에 투자하고 있으며 제조업은 태국에 대한 투자액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태국 자동차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며 철옹성을 구축해 놓았다.

한국의 경우 삼성과 LG 등 대기업들이 TV와 냉장고, 휴대전화 등 전기.전자, 철강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지난해 태국에 진출한 전자업체 중 매출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며 일본이 구축한 아성을 무너뜨리는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많이 모이는 백화점 등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타깃 마케팅(Target Marketing)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전국의 매장을 등급화해 제품전시 비중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등 소비자와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판촉 기법으로 태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對)태국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투자누계를 살펴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한국은 지난 1970년부터 작년까지 702억바트를 태국에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약 40%에 해당되는 274억바트가 최근 5년간 투자됐다.

한국과 태국의 교역액도 지난 2004년에는 54억3천600만달러 수준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105억달러를 기록,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1970년부터 총 483억바트를 태국에 투자한 중국은 바이오에탄올 등 농산품을 위주로 최근 5년 동안 전체 투자누계액의 절반이 넘는 285억바트를 투자했다.

우리나라가 최근 수년 동안 태국 투자를 늘려가고 있지만 전체 규모면에서 일본에 현격하게 뒤처지는 것은 일본이 수십년 동안 쌓아온 진입장벽을 깨트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의 태국 진출 기간은 평균 40년 정도이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진출 기간은 평균 10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태국 현지 기업인들의 분석이다.

태국 현지 기업 관계자들은 후발주자인 한국이 일본의 아성을 뛰어넘고 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투자 분야를 다양화하고 한류 열풍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코트라 방콕코리아비즈니스센터의 노영극 센터장은 "일본이 막강한 시장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중국까지 풍부한 자금력을 내세워 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 한국 기업이 어려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센터장은 "한국이 태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 품목과 분야 등을 다양화해야 한다"며 "태국내에서 여전히 유효한 한류 열풍도 마케팅에 잘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국 시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오는 2015년이면 아세안 역내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만큼 한 개 국가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아세안이라는 전체 시장을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의 김용래 상무관은 "아세안 역내 관세가 철폐되면 인구 6억명의 단일 시장이 열리게 된다"며 "국가별 특징에 맞춰 생산, 물류, 판매 등의 분야에 적절하게 투자하되 아세안이라는 거대 단일 시장을 보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