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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업> ⑥ 한우도 명품브랜드 시대 (연합뉴스 2009.12.21)

<新농업> ⑥ 한우도 명품브랜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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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적으로 사육되는 소
전라남도 곡성군 만금농장의 모습. 만금농장은 전남 동부권 광역브랜드인 '지리산순한한우'에 참여해 엄격한 사양관리로 명품 한우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있다. 2009.12.21

'순한한우' 1등급 90% 넘어
맛은 기본 안전.위생에 초점


밭도 갈고 이런저런 여물로 키운 고향의 누렁이 소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전라남도 곡성의 만금농장. 깨끗한 볏짚이 깔린 1천827㎡의 널찍한 농장 안에 황금빛 털이 단정한 200여 마리의 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건강하고 귀티가 흘렀다.

이 소들의 대부분은 쇠고기 맛을 결정짓는 근육 내 지방이 풍부하고 크기도 커서 1등급 이상의 판정을 받고 있다. 한 마리당 800여만 원에 팔리는 명품 소들이다.

이 소들은 우수 형질만을 조합하고 또 조합하는 맞춤식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나 최상의 크기와 지방조건을 갖췄다.

사육 과정 역시 과학 그 자체다.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8.3㎡당 한 마리 이하로 기르고 있으며 소가 마시는 물은 세균 수 기준이 사람이 먹는 수질 기준에 맞아야 할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된다.

농장주 조신익(40) 씨는 "전남지역에서 생산된 청보리와 볏짚, 갈대 등을 이용한 친환경 사료만 먹이고 있고 설사병을 관리하기 위해 매실로 만든 소화용 후식까지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VIP 대접을 받는 소들은 성장촉진제, 항생제를 일절 쓰지 않아 안전한 먹을거리로 만점이다.

조씨가 처음부터 이렇게 체계적인 관리로 품질 좋은 1등급 이상 소를 생산할 수 있던 것은 아니다.

소가 자꾸 설사병에 걸려 약값으로만 한 달에 400만 원씩을 들이기도 했고 1등급 이상 한우의 출현율이 50%에 그치던 시절도 있었다.

조씨의 과학적 축산경영은 2003년 지리산순한한우사업단(순한 한우)에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 철저한 브랜드 관리로 명품한우 탄생
순한 한우는 2003년 여수ㆍ장흥ㆍ고흥ㆍ순천ㆍ광양ㆍ보성ㆍ구례ㆍ곡성 8개 시ㆍ군과 전남 동부권 7개 축산농협이 모여 탄생한 지역 공동브랜드 사업단이다. 600여 농가, 3만여 마리가 참여하고 있고 연간 3천600여 마리를 롯데쇼핑 등에 납품해 26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사업단은 들쭉날쭉했던 개별농가의 한우품질을 송아지 인공수정 기술과 사료의 통일, 같은 사양관리프로그램 적용 등으로 고급화했다.

조씨는 홀로 축산농가를 운영할 때 50%에 그쳤던 1등급 한우 출현율을 지난해 92.4%까지 끌어 올렸다. 사업단의 체계적인 교육과 컨설팅이 큰 도움이 됐다.

천창환 지리산순한한우사업단장은 "조합 농가를 상대로 한 달에 한 번 사양관리기술과 수정방법 등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를 모시고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단을 통한 교섭력 강화로 개별 농가가 직접 한우를 판매할 때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게 됐다. 안정적인 축산경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조씨는 "예전보다 두당 50만∼70만 원을 더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에는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신경 써야 했는데, 지금은 사업단에서 유통과 판매를 담당해줘 품질 좋은 소를 길러내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만족해 했다.

사육된 한우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획득한 나주공판장에서 까다롭고 깐깐한 가공과정을 거친다.

권영열 나주공판장 계장은 "순한 한우는 일반 한우보다 훨씬 세밀하게 가공해 일반 고기를 작업할 때보다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든다"며 "가공 작업 중 철저한 위생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순한 한우는 정부가 생산이력제를 시행하기 이전인 2005년부터 생산이력제를 자체 적용, 일찌감치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생산이력제는 가축의 사육에서부터 도축, 가공, 유통, 소비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정보를 바코드에 입력해 이를 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축산물 안전에 대한 신뢰를 주는 시스템이다.

안전하고 맛 좋은 고급육을 선택할 수 있게 된 소비자에게도, 안정적인 판로와 수입을 확보한 생산자에게도, 잘 팔아주는 역할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게 된 농협(사업단)에게도 윈-윈-윈이다.

순한 한우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하는 2009 전국 한우 브랜드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고 지난 10월 2009 대한민국 축산물브랜드 경진대회에서도 대통령상을 받았다.


◇ 한우 브랜드 시대..고급육 찾는 소비자
순한 한우 뿐만이 아니다. 한우 브랜드 전성시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친환경과 고품질을 자랑하는 브랜드 축산물들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원산지 표시제와 쇠고기 이력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우리 한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맛과 가격뿐만이 아니라 위생ㆍ안전성ㆍ기능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강원도의 '대관령한우'는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을 받아 친환경 축산물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대관령한우는 다이어트와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알려진 오메가3가 일반 한우보다 3배 이상 더 함유된 기능성도 갖고 있다.

서봉운 평창영월정선축협 과장은 "일 년에 3천 마리 이상은 출하하지 않는다"며 "한 마리 한 마리에 정성을 쏟아 믿을 수 있는 고품질ㆍ친환경 제품을 선보이는 게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말했다.

경상북도 상주의 '명실상감한우'는 곶감을 만들 때 나오는 감 껍질을 말려 개발한 친환경 사료를 먹고 자란 소로 유명하다.

김득화 상주축협 주임은 "타닌과 비타민이 많은 감 껍질을 먹은 소는 설사나 호흡기 질환에 강해 항생제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석기 농촌진흥청 한우시험장장은 "소비자들이 가격과 맛은 물론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어 무항생제 사료 개발 등 친환경 축산물 생산과 한우의 품질 고급화를 함께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