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아이디어

`홍초 폭탄주` 마시다 `녹초` 될라 (조선닷컴 2009.12.26)

'홍초 폭탄주' 마시다 '녹초' 될라

빛깔에 매료돼 계속 들이켠다면 오히려 더 취할 수 있다. 홍초를 소주에 섞어 먹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식초음료 시장도 부쩍 커졌다.

달고 먹기 편해 과음… 위에 부담
오이·레몬은 숙취해소에 도움

식품회사들의 히트상품 중 의도하지 않았던 곳에서 인기를 얻어 성공한 제품들이 많아 눈길을 끌고 있다. 직장인들이 회식 때 즐겨 마시는 소맥 폭탄주에 홍초를 섞는 '홍초 폭탄주'가 유행한 것이다.

문화일보 12월 16일자 보도

여성들을 겨냥해 출시한 미용음료 '홍초'가 애주가(愛酒家)들의 칵테일 재료로 애용되면서 식초음료 시장이 부쩍 커졌다. 첫선을 보인 4년 전에 비해 매출이 무려 4배쯤 늘었다.

편의점에는 술에 타먹기 편한 미니 홍초까지 등장했고,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홍초를 올해의 최고 상품(식초부문)으로 선정했다. 홍초를 술에 타 마시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소주에 타면 붉은 와인 색으로 변하는 데다 맛도 달콤해 여성들도 쉽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홍초가 숙취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폭탄주 열풍에 한몫한다. 홍초가 산성인 소주를 알칼리성으로 중화시킨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문가들은 소주와 홍초를 섞었다고 바로 산성이 중화되진 않는다고 했다. 몸 안에서 산화되며 남은 알칼리성 부산물이 산성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할 순 있지만 술병에 같이 담았다고 바로 화학작용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홍초를 술에 타면 알코올 농도를 줄이는 효과는 있다. 그렇더라도 들이켜는 홍초 폭탄주 양이 많으면 그 효과는 금세 반감된다. 숙취해소 음료를 개발한 복성해 전 생명공학연구소장은 "홍초 음료에 포함된 당분이 알코올 분해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음 이후에는 홍초도 위장에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초보다 훨씬 전에 유행했던 오이나 레몬 등은 어떨까.

식품이 산성인지 알칼리성인지는 우리 몸 안에서 산화된 이후 남은 부산물의 액성이 어떤 성질이냐에 따라 구분한다. 레몬은 신맛이 나긴 하지만 인체에서 작용할 때엔 알칼리 성분이 남기 때문에 알칼리성 식품으로 분류된다.

술에 알칼리성 식품을 섞는다고 숙취 예방에 좋을까. 김주성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술을 마시면 체내 비타민C 파괴가 심한데 레몬을 섞어 마시면 비타민 공급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 몸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비타민을 많이 쓰는데 비타민C가 풍부한 레몬을 함께 마시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오이는 자체 수분 함량도 높고 미네랄도 함유하고 있어 알코올 분해와 전해질 보충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술에 양파를 섞어 먹는 경우도 있는데 효과는 있을까. 일시적으로 신진대사를 돕긴 하지만 위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김주성 교수는 "생 양파는 자극적이어서 과음으로 위 점막이 상했을 경우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숙취 해소 음료로 각광받아온 꿀물을 술에 타 먹는다면? 전문가들은 꿀의 주성분인 과당이 간의 대사과정에 작용해 알코올 분해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술 마신 뒤 속을 푸는 데 쓰였던 식재료를 이처럼 술에 섞어 마시게 된 이유는 뭘까. 고통을 참지 못하는 세태가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음주 다음날 밀려오는 숙취를 해장음식으로 푸는 것보다는 아예 해장에 도움이 될 법한 재료를 술과 함께 미리 섭취해 고통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믿고 과음을 한다면 갖은 수단도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