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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업> ④ 로열티 없는 토종키위 (연합뉴스 2009.12.07)

<新농업> ④ 로열티 없는 토종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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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남부참다래' 신강식 회장
고흥 '남부참다래 영농조합법인'의 신강식 회장(74). 고품질 전략을 통해 생산되는 남부 참다래는 시장에서 최상품으로 평가받으며 국산 참다래의 명성을 잇고 있다. 2009.12.7


신토불이 '남부참다래'..맛.품질 최고
신품종 '해금' 새 농가소득원 부상

"심으면 무조건 망한대서 '망다래'라고도 불렸던 시절도 있었지요."
참다래(키위) 외길인생을 걸어온 고흥 남부참다래 영농조합법인 신강식 회장(73)의 얼굴에 지난 세월이 잠시 스치는 듯했다.

이름마저 생소하던 외래 과일 키위를 재배하겠다고 나섰을 때 지금과 같은 명품 국산 참다래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한 농부의 고집에 가까운 열정과 남해안 천혜의 기후, 끊임없는 신기술 습득 노력이 어우러지면서 30년 전의 '망다래'는 남부참다래 법인에 연간 15억원의 소득을 안겨준 '금다래'로 변신했다.

이 법인은 최근엔 뉴질랜드산 골드키위에 맞서 토종 품종 '해금'을 재배하며 농가소득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 우리 풍토.기술로 빚어낸 명품 다래
신 회장과 참다래와 특별한 인연은 1980년에 시작됐다.

당시 외국의 고급 과일로 알려졌던 키위 관련 책자를 읽으며 신 회장은 우리도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고급과일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바로 '이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외국 땅에서 자라고 있다면 우리 땅에서는 왜 못 자라겠느냐는 다소 치기에 가까운 마음으로 무작정 참다래 재배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무런 공부없이 마음이 앞서 희망으로만 심었던 참다래 농사는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참다래 시설을 포도 전문가에게 맡기고 기본적인 수정 방법도 몰랐으니 실패는 당연한 결과였다. '망다래'라는 별명도 이때 얻었다.

신 회장이 사업 포기를 떠올릴 무렵에 들었던 "서울부터 고흥까지 내려오는 길에 다른 곳은 다 서리가 내려 누런데, 이 지역만 잎사귀들이 새파랗더라"는 한 지인의 말은 참다래의 성공 가능성에 한가닥 믿음과 기대를 갖게 했다.

실제로 최남단에 위치한 고흥 도양읍은 서리가 다른 지역보다 보름 정도 늦게 내리고 일조량은 제주도보다 700시간이나 많아, 아열대 과실인 참다래가 자라기에 안성맞춤이다.

천혜의 자연조건으로도 기술 없이는 농사를 망칠 뿐이라는 교훈을 체험한 신 회장은 1995년 참다래 농사에 전국 최초로 하우스를 도입했다.

참다래는 노지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야생 품종으로 알려졌었지만, 비나 흑집나방 등의 피해가 반복되자 하우스 재배라는 역발상을 떠올린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 자연재해 등으로 꽃이 썩는 문제가 확연히 줄어들고 계획에 의한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신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참다래 농사를 짓는 농가를 모아 '남부참다래 영농조합법인'을 구성해 참다래 재배의 조직화도 함께 꾀했다.

개별 농가 재배로 들쭉날쭉하던 참다래의 품질을 조합이 공동으로 관리함으로써 '고흥의 남부참다래라면 모두 최상품'이란 브랜드 구축에 나선 것이다.

신 회장은 "소속 농가에게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해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최고 품질의 참다래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과 판매는 지역 농협의 도움을 받았다. 녹동농협(조합장 김광선)이 조합가구의 참다래를 한 데 모아 공동으로 판매.수익배분까지 담당하고 있다.

신종호 녹동농협 영농지도팀장은 "조합원의 상품을 공동으로 계산하고 수익도 똑같이 배분하고 있다"며 "판매시기에 따라 요동치던 소득이 안정됐고, 가격 폭락 등에도 공동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공동관리와 체계적인 유통 시스템 덕분에 고흥의 참다래는 시장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남부참다래는 kg당 5천500원이란 최상품 가격에 거래됐다. 상자로 따지면 다른 지역보다 6천-7천 원을 더 받는 셈이다.

아직도 참다래 전체 소비량의 70%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남부참다래처럼 '고품질 전략'을 펼치는 국산 참다래가 소비자들에게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 로열티 없는 신품종 '해금'..농가에 희망이 주렁주렁
보다 맛좋은 참다래를 생산하려는 신 회장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농업진흥청에서 개발한 신품종 '해금' 묘목 2천 주를 분양받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남부참다래'측은 아직 본격적으로 수확하지 않아 성공을 확신하긴 어렵다면서도 유통을 위한 저장기간만 검증된다면 대박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해금은 2000년대 초 뉴질랜드산 골드키위로 유명한 '제스프리골드'에 경쟁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우리 고유의 참다래 품종이다.

제스프리골드는 일반 키위보다 신맛이 덜한 달콤한 맛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 품종을 재배하려면 향후 20년 동안 매출액의 15%를 로열티로 뉴질랜드에 지불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해금(15.5 Bx)의 당도는 제스프리골드(14.8°Bx)에 비해 훨씬 우수하면서 로열티 걱정 또한 없다. 씨앗부터 토종인 참다래가 탄생한 것이다.

농촌진흥청 곽용범 연구사는 "해금은 우리나라 기후환경에서 뉴질랜드 '제스프리골드'보다 우수한 특성을 나타낼 뿐 만 아니라 로열티 걱정이 없다"며 "농가소득의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말했다.

신 회장은 "현재 해금 2천 주를 심었으며 조합원 농가의 요청으로 내년엔 3천 주를 더 신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더 나은 기술, 더 나은 품종으로 참다래 사업의 미래는 더 나아지는 길만 남았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