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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업> ③ 수출로 농가 매출 3억원 (연합뉴스 2009.11.30)

<新농업> ③ 수출로 농가 매출 3억원 오디오듣기

파프리카 따는 조효량씨
합천군 치인리 파프리카 수출단지에서 조효량씨가 파프리카를 따고 있다. 2009.11.30

파프리카ㆍ화훼..외환위기 계기로 수출 확대
농협, 수출판로 개척 첨병

합천 가야산 국립공원을 돌아 자동차로 20분쯤 달렸을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을 법한 깊은 산중에 느닷없이 수십 동의 온실이 눈앞에 펼쳐진다.

가야산 중턱 해발 800∼1천m 고지에 8만㎡ 규모로 조성된 이곳이 일본에서 최고로 친다는 파프리카를 생산하는 경남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파프리카 수출단지다.

이곳에서는 올해에만 1천500t(미화 300만 달러 상당)의 파프리카를 일본에 수출한다. 농가 11곳으로 단지가 구성됐으니 가구당 평균 매출액이 27만여 달러, 우리 돈으로 3억 원은 족히 되는 셈이다.

이처럼 수출로 고수익을 올리는 농가들이 적지 않다. 물론 쉽게 이뤄지는 것은 없다. 지형과 기후에 알맞은 작목을 찾아내는 안목과 과감한 투자, 끊임없는 기술개발, 안정적인 수출 길 확보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일본 시장을 주름잡는 가야 파프리카 수출단지는 10년 전까지만해도 화훼단지였다. 안개꽃과 백합, 장미를 재배해 수입도 쏠쏠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는 화훼농가에 직격탄이 됐다. 경기침체로 꽃 수요는 급격히 줄어드는데 대출 이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았다.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막다른 상황에서 잡은 `생명줄'이 파프리카였다.

가야에 파프리카를 처음으로 소개한 양무천(48) 씨는 "신문에서 파프리카가 수출작물로 좋다는 기사를 읽고 무작정 그 농가를 찾아갔다"고 말했다.

기존의 화훼 온실을 활용할 수 있는데다 고랭지의 서늘한 기후를 고려하면 여름에 파프리카를 재배하면 적격이다 싶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파프리카 농가는 모두 겨울에만 파프리카를 재배했고 여름 파프리카 재배는 전례가 없었다. 주위에서는 모두 `여름 파프리카는 무리'라며 양씨를 말렸다.

결국, 찾아간 곳이 농업기술센터. 양씨는 농업기술센터와 공동으로 연구를 거듭한 끝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농협이 연 3%의 파격적인 금리로 온실 리모델링 비용 등 초기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미심쩍어하던 이웃 농가들도 동참했다.

2001년 첫 재배 결과는 `대박'이었다.

가야에서 생산된 여름 파프리카는 껍질이 두껍고 당도가 높으며 색깔도 선명해 첫해부터 1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가능성을 확인한 농민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품질개선과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온실 높이를 3m에서 5m로 높여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늘리고 직접 네덜란드까지 가서 선진 재배법을 습득했다. 천적을 활용한 저농약 재배법은 기본이었다.

이런 노력은 일본 파프리카 시장의 70%를 한국산이, 그리고 그 대부분을 합천산이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달 초에는 농민 전원이 일본을 찾아 유통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점검, 포장을 보다 견고하게 바꾸고 디자인도 단순화하기로 하는 등 시장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가야 파프리카가 일본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데는 농협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가야농협은 2005년 직접 무역회사로 등록해 파프리카 수출 업무를 대행해오고 있다.

일반 무역회사가 수출을 중개할 때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것은 물론 믿고 맡길 수 있어 농민들은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가야농협 최덕규 조합장은 "기존의 작물과 농법으로 농가가 획기적으로 소득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기후와 지형에 맞는 새 작목을 찾아내야 부자 농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너진 내수시장을 수출로 극복한 사례도 있다.

김해 대동농협은 올해 장미와 백합, 양난 등 꽃 수출로 1천3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대동농협이 화훼 수출을 시작한 것은 1999년. 외환위기로 화훼농가들이 연쇄 도산하자 수출로 활로를 찾기 위해 당시로써는 최초로 농협 내에 수출팀이 꾸려졌다.

대동지역 여섯 농가로부터 시작된 수출은 10년이 지난 지금은 전국 400여 농가로 확대됐다. 화훼 수출 업체로는 5년 연속 전국 1위다.

이런 결실을 보기까지 노력도 부단했다.

꽃의 유통기간을 늘리려고 2003년 습식 운송법을 개발, 장미는 수확 2주면 시들던 것이 3주로 연장됐다. 품질이 향상되면서 가격도 올랐다.

올해부터는 빛과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매직 플라워'를 중국과 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농가에서 개발했지만, 판로를 찾지 못하던 `매직 플라워'가 대동농협을 만나면서 수출의 꽃을 피웠다.

`매직 플라워'는 일반 꽃보다 3∼5배 비싸지만 인기가 있어 내년에는 러시아와 대만 등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파프리카와 화훼가 외환위기를 계기로 수출전선에 뛰어든 작물이라면 배는 전통적인 수출 효자 작물이다. 작년 과실류의 수출액은 총 1억5천494만 달러였으며 이 중 배는 4천738만달러(2만3천여t)로 30.6%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배 수출의 선두에는 1986년부터 미국에 배를 수출하기 시작한 천안배원예농업협동조합이 있다. 이 조합에서만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2천t, 400만 달러어치의 배가 수출될 예정이다.

조합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신규 바이어를 개척하고 각종 식품박람회에 꾸준히 참석해 작년보다 수출량이 50% 정도 늘어났다.

조합의 김원영 과장은 "원예연구소에서 대과(大果)보다 중과(中果)를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새 품종을 개발중"이라며 "미국 배 시장이 교포에서 현지인으로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천안 배의 수출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합에서는 두바이와 뉴질랜드, 독일, 동남아 등에 샘플을 보내는 등 미국에 집중되고 있는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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