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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업> ⑤ 농민시름 덜어준 느티나무떡 (연합뉴스 2009.12.14)

<新농업> ⑤ 농민시름 덜어준 느티나무떡
농민시름 덜어준 느티나무떡
충남 아산시 송악면 송악농협의 `느티나무떡' 공장에서 가래떡을 생산하고 있다. 2009.12.14

송악농협, 농민 쌀 수매용 떡공장 설립

쌀값 하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은 올해.

충남 아산시 송악면에서 벼 농사를 짓는 420여 농가는 아무 걱정이 없다.

송악농협에서 운영하는 떡 가공공장에서 시중보다 훨씬 비싼 값에 쌀을 대거 사주기 때문이다.

올해 송악농협이 떡을 만들기 위해 수매한 쌀은 9천300가마(80㎏). 작년에 송악면에서 생산한 쌀 2만5천 가마의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 수매분(4천500 가마)과 자가 소비량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내다 팔아야 하는 쌀 전량을 송악농협에서 매입하는 것이라는게 농협측의 설명이다.

매입 가격도 정부 수매가보다 가마당 2만-3만원 비싼 15만7천원이다. 이윤을 생각하면 더 싼 값에 쌀을 살 수도 있지만 어차피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공장인만큼 최대한 비싼 값에 매입하는 것이다.

송악농협 이관모 이사는 "작년 매출액이 58억원이었는데 순이익은 2천만원도 되지 않았다"면서 "마진을 챙기는게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수익을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비싸게 쌀을 수매한다"고 말했다.

송악농협이 떡 공장을 설립한 것은 지금부터 10년 전인 1999년이다.

1994년에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되면서 쌀 수입 개방이 가시화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떡공장 설립을 추진한 것. 일조량 부족 등으로 쌀의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송악 쌀이 시장개방 시대에도 `밥상용'으로 각광받기는 힘들 것이란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지역농협에서 떡 공장을 설립한 전례가 없었던데다, 농협중앙회에서 1990년대 초 떡 공장을 설립했지만 몇 년만에 적자 누적으로 문을 닫은 경험이 있어 주위에서는 `무리한 도전'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실제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느티나무떡'이란 브랜드로 품질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떡을 만들었지만 막상 팔 곳이 없었다.

송악농협은 우선 농협중앙회에서 운영하는 하나로클럽을 공략하기로 했다.

그러나 하나로클럽에는 이미 떡을 납품하는 회사가 3∼4개씩 있었고 아무리 `식구'인 지역농협에서 생산한 떡이라 해도 그 틈새를 뚫고 진입하기란 만만치 않았다.

이관모 이사는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시식코너라도 운영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자 그때서야 납품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일단 판로가 뚫리자 맛의 차이를 실감한 소비자들이 느티나무떡을 다시 찾게 됐고 주문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새벽에 생산한 떡을 곧바로 배송하고 그날까지 팔리지 않은 떡은 바로 폐기처분하는 철저한 품질관리로 소비자들의 신뢰도 쌓았다.

처음에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들었던 떡 공장은 2005년 3배 규모로 확장됐다.

송악농협은 현재 가래떡 인절미 시루떡 등 70여가지의 떡을 수도권과 대전의 하나로클럽 12곳에 매일 납품하고 있다.

일일식품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떡국떡은 업계 최초로 진공포장 방식을 시도해 한달까지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었고, -45℃에서 급랭시킨 `냉동송편'을 만들어 유통기한을 1년까지 늘려 판매처를 국내 전역은 물론 미국 등 해외까지 확대할 수 있었다.

송악농협은 `미사랑'이라는 브랜드의 쌀빵집 3곳을 서울과 대전에 개설하며 쌀빵산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아울러 이르면 내년부터 아침식사 대용으로 떡을 배달하는 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이관모 이사는 "일본의 경우에는 아침식사 대용으로 떡을 먹는 이들이 많다"면서 "우유를 배달하면서 떡을 함께 배달하는 방식으로 아침식사용 떡을 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느티나무떡 공장은 공장직원으로 조합원 가족을 채용, 지역의 쌀 소비뿐만 아니라 고용창출에도 한 몫하고 있다. 이 공장 직원 18명이 모두 조합원 가족이다.

공작직원이자 조합원인 유연규(48) 씨는 "농협에서 쌀을 비싸게 사주는 것은 물론 농한기에 이렇게 일자리까지 제공해 수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