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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아이디어

국산 캐릭터들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나 (조선닷컴 2009.12.26)

국산 캐릭터들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나

뽀로로

영유아를 타깃층으로 선정기존 캐릭터들과 차별화
다양한 상품 동시 발매 "2년 전부터 지원 줄어 걱정"

EBS에서 선보인 애니메이션 '뚜바뚜바 눈보리'는 9월부터 미국 공중파 방송인 CBS에서도 방영돼 한미 동시 방송이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냉장고 속 소시지가 원숭이로 변한 '코코몽' 캐릭터는 지난해 첫선을 보인 뒤 50여개 라이선스를 통해 140여종의 제품이 출시되면서 캐릭터 매출로만 300억원을 거뒀다.

연합뉴스 12월 16일 보도

뽀로로, 뿌까, 마시마로, 코코몽, 눈보리…. 국산 캐릭터들이 세계를 점령하고 있다. 뽀로로는 90개국에서 4000억원을 벌었고 뿌까는 170개국에서 4800억원의 벌었다. 마시마로는 53개국에서 450억원을 벌었다.

국산 캐릭터들의 인기 비결은 뭘까. 먼저 차별화된 캐릭터가 꼽힌다. 아이들이 호감을 느낀다고 알려진 원통형 몸매, 머리와 몸통의 크기가 비슷한 이등신, 눈에 잘 띄는 원색으로 이뤄진 점만 제외하면 각양각색이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펭귄인데 비행 모자 고글을 착용했다. 이미 알려진 곰(곰돌이 푸우), 쥐(미키마우스), 고양이(헬로키티)를 피한 것이다. 뽀로로는 '날지 못하지만 하늘을 날고 싶은 펭귄'으로 소개되면서 차별화된 것이다.

'뿌까'는 빨간색 치파오(중국 전통의상)를 입은 중국 소녀다. 중화요리점 거룡반점에서 태어난 것으로 소개된 뿌까는 동양적 느낌이 물씬하다. 동양적 코드를 상품화해 해외시장에 신선하게 다가가겠다는 계산이었다.

계획은 성공이었고 뿌까는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럽에서 큰 인기몰이를 했다. 냉장고 속 프랑크 소시지가 변한 원숭이인 코코몽도 냉장고 속에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차별화된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런 차별화는 비슷한 캐릭터가 많은
미국일본보다 신선해 미국과 일본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캐릭터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국산 캐릭터들이 차별화를 위해 한국적 요소를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뿌까 / 마시마로 / 코코몽

심평보 사단법인 한국캐릭터협회 부회장은 "연령과 국적을 초월한 캐릭터가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다"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독창적인 이야기가 캐릭터 성공의 비결"이라고 했다.

타깃층을 잘 선정한 것도 국산 캐릭터의 인기비결이다. 뽀로로와 코코몽 등 대부분의 국산 캐릭터들은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한다. 초등학생이나 그 이상은 일본 캐릭터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원희
한국콘텐츠진흥원 과장은 "해외 캐릭터를 봐도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것은 '토마스(기차 캐릭터)'와 '텔레토비' 정도인데 상대적으로 적은 경쟁자 속에서 값싸면서 캐릭터가 좋은 국산이 어필한 것"이라고 했다.

김진규 한국콘텐츠진흥원 전략콘텐츠본부장은 "뽀로로의 개발자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아이를 갖고 있어 타깃팅이 잘 됐다"며 "어린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 것도 별다른 문화적 충돌없이 인기를 끌 수 있는 비결"이라고 했다.

단순 캐릭터 개발을 넘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산업이 확대된 것도 국산 캐릭터의 인기를 가져왔다. 지금은 캐릭터를 개발할 때 그것을 이용한 뮤지컬과 만화영화, 테마파크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함께 기획한다.

캐릭터 개발과 동시에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고 실제 영업을 한다는 이야기다. 한 가지 소스로 여러 곳에 이용한다는 OSMU(One Source Multi Use)를 통해서 캐릭터는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다.

이원희 과장은 "유럽에 뿌까 관련 상품들이 많이 배치되고 TV와 인터넷에 자주 등장하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세훈 세종대 교수는 "콘텐츠 산업 육성을 한 것도 국산 캐릭터의 부흥을 일으켰다"고 했다.

국산 캐릭터들은 미국과 일본을 넘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까. 현재 세계 캐릭터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 좌지우지한다. 우리나라 캐릭터의 시장 점유율은 3% 정도다.

김세훈 교수는 "캐릭터가 선전하려면 애니메이션 작품과 여러 상품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야 하는데 우리는 2년 전부터 그런 지원이 부족해졌다"며 "장기투자와 지원전략이 있다면 미국과 일본에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