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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아이디어

초음속 시대에 웬 人力비행기? (조선닷컴 2009.12.26)

초음속 시대에 웬 人力비행기?

국내 첫 '페달 밟아 나는 비행기' 시험비행 성공
초경량 소재와 설계 기술의 결정체… 무인 비행기 등 응용분야 무궁무진

사람의 힘만을 이용해 하늘을 나는 이른바 '인력비행기' 가 국내 최초로 시험 비행에 성공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조선닷컴 12월 17일 보도

공군은 17일 조종사 1명을 태운 인력비행기가 사람 키 높이에서 150m를 날았다고 했다. 이 비행기는 조종사가 페달을 굴러야 움직인다. 만드는 데만 3억원이 들었다. 초음속시대에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일일까.

사람의 힘으로 하늘을 나는 건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날개를 흔드는 인력비행기를 연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인력비행기가 본격적으로 연구된 것은 1933년이다.

독일의 허슬러와 빌링거는 712m를 비행했다. 그들의 비행기는 이륙할 때 고무줄을 사용했기에 온전한 인력비행기라 할 수 없었다. 오직 인간의 힘만으로 최초 비행에 성공한 것은 1961년이다.

영국의 사우샘프턴대에서 개발한 섬팩(Sumpac)호로 64m를 성공했다. 1988년 미 MIT는 3시간54분 동안 119㎞를 나는 최장 인력비행 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 인력비행기 개발은 작년 8월에 시작됐다.

공군에서 예편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희우 박사의 아이디어가 발단이다. 이 박사는 "인력비행기가 인간의 꿈을 이뤄줄 뿐 아니라 산업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연구진 6명을 모았다.

인간의 힘으로만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이카로스의 꿈’은 어디까지 실현될까. 최성옥 중령은 “인력비행기 기술을 통해 파생되는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며 “이 기술로 출·퇴근용 비행기를 만드는 것은 어떠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고 했다. 사진은 국내 인력비행기 ‘스카이러너’의 모습. / 공군사관학교 제공

개발 주체가 된 공군사관학교 최성옥 중령은 "2007년 잇따른 전투기 추락으로 어려웠던 공군에 도전정신을 불어넣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전경련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7곳 업체에서 3억원을 후원했다.

비행기의 모든 부분은 100%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쭈글거리는 강화비닐을 다리미로 펴기도 했다. 3개월의 연구 끝에 55㎏의 시제기가 만들어졌다. 올 2월 첫 실험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력비행기는 계속 진화했다.

30번 활주로에 나가 107번의 이륙을 시도했다. 한 쌍에 1000만원 하는 날개가 9번 부러지면서 길이 9m, 폭 30m, 무게 39.8㎏의 지금 같은 모습을 갖췄다.

국산 인력비행기 '스카이러너'가 세운 최장 거리는 150m다. 인라인스케이트 강사인 53㎏의 조종사가 9월 11일 비행에 성공했다. 500만원짜리 산악자전거에서 떼어낸 페달을 굴려 지상 2m 높이에서 시속 20㎞ 속도로 난 것이다. 이로써
한국미국, 영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번째로 인력비행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거둔 결과는 초라하다. 이미 1974년 미국의 '이카로스'가 난 143m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력비행기 페달은 일반 자전거 페달과 달리 헛도는 느낌이 들어 멈추지 않고 발을 굴러야 한다. 이동혁 공사 중위는 "거리는 짧지만 비행기가 떴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짧은 기간에 성공을 했다고 본다"고 했다.

단순히 하늘을 날고 싶어 3억원을 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요"가 답이다. 인력비행기 기술은 고고도·장시간 체공 무인기 개발에 적용된다. 1977년과 1979년 '고새머콘더'와 '고새머알바트로스'로 인력비행에 성공한 미국 에어로바이론먼트사(社)는 그 기술로 헬리오스(Helios)라는 무인기를 만들었다.

이희우 박사는 "인력비행기를 만들 때 초경량 소재 기술과 높은 수준의 설계기술이 응용된다"며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적은 양의 태양열로도 장시간 운용이 가능한 무인 태양열 발전 비행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현재 '한국판 이카로스의 꿈'은 중단됐다. 자금도 바닥났고 바람이 심한 겨울철을 피한 것이다. 국내 1호 인력비행기는 공군사관학교의 격납고에 보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