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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영유권 분쟁

中-日, `오키노도리시마` 성격 논란 (연합뉴스 2010.03.11 20:02)

中-日, '오키노도리시마' 성격 논란

섬이냐 암초냐.

중국과 일본이 일본 남쪽 1천700㎞ 해상에 있는 오키노도리시마(沖ノ鳥島)를 섬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일본은 “오키노도리는 무인도로 엄연한 일본의 영토”라면서 항구를 세우기로 하는 등 개발 방침을 정한 데 대해 중국은 “일본이 오키노도리를 보호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공해(公海)를 자국 해양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양국이 몇 개의 바위로 이뤄진 오키노도리의 섬 인정 여부를 두고 마찰을 빚는 것은 그 성격에 따라 인근 해역의 영유권은 물론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각국이 자원 전쟁에 나선 가운데 오키노도리에 망간과 코발트, 리튬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이들 자원의 가치는 줄잡아도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키노도리는 공해상에 있는 암초로 1931년 일본이 일방적으로 자국의 영토라고 선언했다. 물론 국제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은 파도가 치면 보이지도 않는 등 사람이 살 수 없는 이곳에 우편번호까지 배정했다.

공식 이름은 ’파레체 벨라’이며, 대만과 괌의 중간쯤에 있다.

중국과의 논란을 촉발시킨 것은 일본 정부가 최근 오키노도리에 항구 설치를 목적으로 자원 탐사를 위한 예산 배정을 의회에 요청한 것이다.

이는 항구를 건설할 경우 영유권 주장의 근거가 강화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금도 오키노도리를 자국 영토로 규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200해리 EEZ를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해양 정책을 총괄하는 종합해양정책본부의 오카니시 야스히로 내각참사관은 “중국이 왜 이 섬을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며 “파도가 잔잔할 때 이 섬은 폭 1.8㎞, 길이 4.5㎞에 달한다. 면적만 해도 8㎢에 달하고 해안선 둘레만 해도 10㎞나 된다. 커다란 섬이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측은 또 “오히려 중국이 남중국해의 바위나 산호초에 대해서도 섬이라면서 EEZ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베트남 및 다른 동남아 국가와 중국 간에 영유권 분쟁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토(京都)산업대 도코 가즈히코 교수(외교정책)는 “오키노도리시마가 암초라면 주변 해역은 특정 국가의 EEZ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공해가 되면서 중국을 포함한 몇 개국 사이에 자원 개발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지 언론을 통해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정부와 네티즌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 장위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항구 설치비용을 요구했다는 보도와 관련, “산호섬은 영유권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기반시설을 짓는다고 해서 (오키노도리의) 법적 지위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가 발행하는 국제문제 전문지인 환구시보는 인터넷판에서 “일본은 오키노도리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공해를 자국의 해역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이미 중일 간의 문제가 아니다. 전 인류가 공유해야 할 공해의 이익에 대한 침해이며, (일본의) 고래잡이와 마찬가지로 도덕성을 결여한 행위다”라고 비난했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일본이 오키노도리 정비를 골자로 하는 새 법안을 확정한다면, 이는 중국과 세계에 대한 선전포고를 의미한다”, “일본의 영토확장 행위는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등 일본을 비판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이런 반응이 군사적 측면 등 주요 국가전략 차원에서 나온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 섬이 대만과 괌의 중간 지역에 있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오키노도리를 섬으로 인정할 경우 중국이 태평양으로 나가는 주요 통로가 일본의 EEZ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유엔 국제형사법정의 중국인 재판관인 가오 즈궈는 지난 2007년에 “중국은 연안국가이지만 해양국가는 아니다. 중국의 모든 바다는 섬들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대만을 편입해 태평양에 곧바로 진출하는 길을 확보하는 것이 중국의 한결같은 희망”이라며 “그러나 중국이 오키노도리 주변에 대한 EEZ를 선언할 경우 이런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오는 “오키노도리의 전략적, 군사적 중요성은 분명하다”며 “이곳은 평화 시에는 (일본에 의해) 중국 군사 작전 등에 대한 정찰 기지로 사용될 것이며, 전시에는 군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와세다 대학원 아시아태평양 연구센터의 호리구치 마쓰히로 교수는 “중국인들은 일본이 오키노도리 인근에 대해 EEZ를 선언할 경우 자국의 잠수함이나 선박의 통행을 제한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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