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유 머

약수터-유머 감각 (무등일보 2004. 11.04. 00:00)

약수터-유머 감각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아내 쿠산티페는 악처로 유명하다. 누가 있건 말건 남편에게 욕을 퍼붓고 그 머리에다 물을 끼얹곤 했다. 그럴 때면 이 철학자는 태연하게 말했다. ‘천둥이 치고 나면 소나기가 오게 마련이지’


영국의 에드워드 8세는 심프슨 부인과의 결혼을 위해 왕위를 내놓은 왕이다. 1차 대전 때 전선에서 있었던 일화. 한 미군 장교가 정찰을 하다 젊은 영국 위관을 만나 ‘누구냐?’고 수하를 했더니 ‘영국 황태자다’라고 했다. 미군 장교 ‘그런가. 나는 영국 왕이다’ 며칠 후 미군 장교가 적십자에서 그 영국 위관을 다시 만났는데 진짜 황태자였다. 어쩔 줄 모르고 있자 황태자가 먼저 소리쳤다. ‘아버지, 나 여기 있어요’


지오토는 피렌체의 화가다. 어느 날 세르비 사원에서 마리아와 그의 남편 요셉의 벽화를 보고 있는데 일행인 친구가 물었다. ‘지오토, 화가들은 왜 항상 요셉의 얼굴을 이렇게 우울한 모습으로 그리지?’ 지오토 ‘당연하잖나. 신부인 마리아의 배는 자꾸 불러오는데 그는 영문을 알 수 없었거든’


사람의 머리엔 유머 감각을 맡은 부위가 있고 유머 감각도 늙는다고 하지만, 국민에 따라 유머에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미국의 32대 대통령 루스벨트는 39세에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했으나 유머 감각이 뛰어나 재임중 곧잘 기자나 주윗 사람들을 웃기곤 했다. 그가 즐겨 말한 우스개는 공식 연회장에서 어느 외교관 부인이 대통령과 악수를 하려다 팬티가 주르르 흘러내렸다는 얘기였다.


미국인들은 엄숙한 장례 때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지난번 레이건의 장례 때 조객들이 웃음을 터뜨린 것도 생전의 레이건을 회고하던 연사가 유머를 섞었기 때문. 미국에서는 블랙 조크 하나 구사할 능력이 없으면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그 정도의 머리 회전은 갖고 있어야 ‘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뚝뚝한 탓인지 공석에서 농담부터 시작하면 경망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빅토르 위고는 ‘인생이 엄숙하면 할수록 그만큼 유머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머는 회화의 소금이요, 사회의 윤활유이기 때문이다.


간디는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유머 감각’이 없었더라면 오래 전에 자살했을 것이라고 말한 일이 있다. 처칠은 웅변가로도 유명하지만 그의 유머는 사람들을 늘 즐겁게 했다.


처칠을 방문한 사람이 그의 손자를 보고, ‘당신을 많이 닮았군요’라고 했더니 대답이, ‘갓난애들은 모두 나를 닮았지’


1932년 일본을 방문한 찰리 채플린이 방일 중이던 프랑스 시인 장 콕토와 함께 미국으로 가게 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LA로 가는 열차에서 콕토가 일본에서 받은 여치를 풀어주자 채플린이 놀라 물었다. ‘왜 풀어줬습니까?’ ‘자유를 주는 거지요’ ‘하지만 낯선 나라에서 혼자 되지 않습니까. 게다가 영어도 못하고’ ‘뭘요, 영리한 녀석이라 영어 정돈 금방 배울 겁니다’


‘유머(humour)’는 고대 그리스의 ‘체액설’에서 유래한 말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인체에 4가지 체액이 있는데 이것을 몸의 습기(후모르:humor)라고 생각했다. 이 후모르의 상태에 따라 건강 상태도 정해지고 기분도 좌우된다고 보았다. 이 후모르가 프랑스어형으로 바뀐 후 영어의 humor가 된 것이다.


유머란 사람 사이의 교류를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나 같다. 한 조사를 보니, 우리나라 경영자들은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업무 능력도 뛰어나며, 채용 때도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농담을 하고 정색을 해야 할 때 실없는 소리나 늘어놓는 것이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유머는 때와 장소, 분위기에 어울려야 한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임기가 끝난 후 한 아동복지시설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로부터 커다란 쿠션을 선물로 받았다. 레이건의 인사말. ‘여러분 대단히 고마워요. 이 선물이 내 마음에 꼭 들었어요. 그리고, 이것이 실업 중인 지금의 나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겠어요’


일본의 전 수상 요시다 시게루도 유머가 풍부한 사람이다. 89세까지 장수했는데 그 비결에 대해 물었더니, ‘그거라면 있지. 대체로 자네들하곤 먹는 게 다르거든’ ‘그럼, 선생님께서는 뭘 잡숫고 계시는데요’ ‘그건 말이야, 사람을 먹고 있지’ 하고는 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