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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유 머

NGO칼럼 - 지금은 유머와 웃음이 필요한 때 (무등일보 2009. 04.10. 00:00)

NGO칼럼 - 지금은 유머와 웃음이 필요한 때
입력시간 : 2009. 04.10. 00:00

학창 시절의 일이다. 별명이 '말대가리’인 국어 선생님이 계셨다. 어느 날 그 선생님이 수업하러 교실에 들어오신 것도 모르고 한 학생이 "얘들아. 말대가리 온다!”하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일순간 교실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제야 사태를 눈치 챈 학생은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학생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이제는 선생님으로서도 모른 체 지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교단에 서신 선생님은 여유 있는 태도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얘들아, 말대가리가 뭐니?, 말머리라고 해야 맞지!”국어 선생님답게 표준말로 교정을 해주신 것이다. 순간 폭소가 터졌다. 모두들 안도했다. 그분의 번뜩이는 기지(機智)의 유머 한 마디로 위기 상황이 반전돼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선생님에 대한 태도는 존경으로 바뀌었다.

서구 사람들은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을 좋은 신랑감으로 꼽는다. 그들은 종종 엄숙한 행사 때에도 조크를 던져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심지어는 장례식에도 웃음이 있다. 유머의 힘은 대단하다.

짜증나거나 관계가 어색할 때, 화가 날 때 재치 있는 유머와 위트 있는 말 한 마디가 폭소를 자아내고, 긴장감을 해소시키는 경우를 종종 본다. 유치하지 않은, 건강한 유머가 생산해 내는 청량하고 건강한 웃음은 삶에 활력소가 된다.

한번은 아인슈타인이 동년배 교수들이 모인 만찬 자리에서 나치 독일에서 겪은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있었다. 그때 하버드 대학 총장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아인슈타인 박사, 저는 학문과 예술이 최고도로 발달한 독일이 어떻게 반지성적인 나치의 철학을 받아들였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까?

"말씀드리지요.” 아인슈타인이 대답했다. "독일 국민은 세 가지 특성을 부여 받았습니다. 그것은 정직과 지성과 나치주의입니다. 그런데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자유의지를 가진 피조물인 독일 국민에게 세 가지 중 두 가지만을 가질 수 있도록 정하셨습니다. 정직하고 나치 당원인 사람이 지성적일 수가 없습니다. 또 지성적이고 나치 당원인 사람은 정직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만일 그가 정직하고 지성적이라면 나치당원이 될 수 없는 거지요.”

그의 뼈 있는 유머에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자칫 딱딱했을 만찬장의 분위기가 그의 해학으로 말미암아 순식간에 정감있는 분위기로 바뀌었던 것이다.

'웃음이 양약’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연구가에 따르면, 우리가 웃을 때 신체의 모든 기관이 영향을 받는다. 우리 몸은 소위 '정지상태의 조깅'에 들어간다. 호흡은 깊어지고, 얼굴, 목, 위장 그리고 횡경막이 운동을 하게 된다. 혈관이 피부까지 팽창하여 혈액 순환이 개선된다. 웃음을 광범위하게 연구한 프랑스의 신경학자 '헨리 르빈 스타인’에 따르면, 1분의 웃음은 신체에 45분의 이완(弛緩)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또한 심리학자 '로봇 지존크’에 따르면 우리 뇌는 웃음이 행복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의도적으로라도 웃기 시작하면, 뇌는 기분을 좋게하는 신경 전달 물질을 분비한다. 그러면 침울한 기분이 행복한 기분으로 바뀐다. 특히 심인성(心因性)질병, 디프레션, 혹은 염려에 찌든 마음은 관골, 즉 광대뼈 근육을 뒤로 당겨서 웃는 얼굴을 만드는 연습을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어떤 사람은 기분이 침울하거나 정서적, 신체적으로 저기압 일 때 그리고 일상의 일에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면 자기 자신을 향해 유머섞인 농담을 던진다고 한다.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한다. "아! 어리석은 자여, 그대 자신의 어깨에 그대 자신을 메고 가려고 하다니! 오 거지여! 그대 자신의 집 문 앞에 가서 구걸을 하려고 하다니!”이렇게 말하고 나서 자신을 보고 큰 웃음을 터뜨린다.그러면 신기하게도 억눌렸던 마음이 풀린다.

요즈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좀처럼 웃을 일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정치, 경제, 사회 어느 면을 보든지 어두운 전망뿐이다. 웃기보다는 염려할 일이 천지다. 숨이 막힐 것 같다.

백지의 중앙에 점을 하나 찍고 무엇이 보이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의 사람이 점이 보인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넓은 백지라는 공간을 본 사람은 몇 안 되었다. 점이 보인다고 한 사람은 비관론자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웃을 일이 별로 없다. 반면에 장미의 가시를 보지 않고 그 탐스러운 꽃과 향기를 즐기는 사람, 즉 불평거리가 많은 상황 가운데서도 웃음거리를 찾는 사람이 낙관론자이다. 그런 사람은 더 행복하다. 그런 사람은 웃을 일이 많을 뿐 아니라 자신의 웃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밝게 해 주는 사람이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웃으며 살았으면 한다.

김 향 옥 영산강뱃길살리기운동본부 상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