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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딸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던 어머니의 비참한 최후 (뉴시스 2010.12.18 11:10)

딸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던 어머니의 비참한 최후…멕시코의 비극

자신의 딸을 살해한 범인을 붙잡아달라며 관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던 어머니가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 주도인 치와와시의 주지사 사무실 앞에서 딸의 억을한 죽음을 호소하던 마리셀라 에스코베도가 16일 승용차에서 내린 복면 괴한들이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숨졌다고 호르헤 곤잘레스 주 범죄예방 특별검사가 17일 말했다.

주청사 주변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복면 괴한들이 승용차에서 내리자 에스코베도가 주지사 사무실을 향해 달아났고 괴한 1명이 그녀를 뒤쫓아가 머리에 총을 쏘는 생생한 장면을 담고 있다. 이 화면은 멕시코 국영 TV에 거듭해서 방영되고 있다.

주 법무부 대변인 카를로스 곤잘레스는 괴한들이 에스코베도를 살해하기 직전에 그녀의 남동생과 험한 욕설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곤잘레스 대변인은 괴한 중 한명인 세지오 바라자가 에스코베도의 딸(17)을 살해한 주범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코베도는 총을 맞고 병원에 옮겨졌으나 수분만에 숨졌다.

그녀의 딸 루비 프라이어 에스코베도는 2009년 시우다드 후아레스시의 한 쓰레기통에서 검게 태워져 토막난 채로 발견됐다. 프라이어는 그 이전 1년 가까이 실종 상태에 있었다.

에스코베도는 딸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수많은 거리행진을 벌였고, 한 때는 맨몸에 깃발만 두른 채 딸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에스코베도는 당시 메가폰을 들고 "이 싸움은 내 딸만을 생각해서가 아니다. 이 도시에서 소녀들이 살해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3일 전, 그녀는 세자르 두아르테 주지사의 사무실 앞에 자리를 잡고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그녀는 지난 12일 엘 디아리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바라자 가족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아르테 주지사는 신문보도 직후 에스코베드를 보호하기 위해 보안경찰이 배치됐다고 말했다. 그는 16일 에스코베도를 보호하지 못한 경위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주 검사들은 프라이어와 동거하던 바라자가 살인을 시인하고 경찰에 사체유기 장소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바라자는 범행사실을 부인하면서 자신은 고문을 받고 허위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판사는 검사들이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바라자를 석방했다.

이 사건은 멕시코의 대부분 법정에서 이용되는 비공개 신문과 서류 제출 대신 구두 심리를 채택하고 있는 치와와주 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부각시켰다.

치와와주의 많은 살인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되거나 심지어는 재판에 가지도 못하고 있다. 경찰은 종종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어 피의자들은 법정에 가서 고문에 의한 허위진술을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멕시코의 많은 지역에서 최근 붙잡힌 피의자들은 자신들의 얼굴에 난 상처를 언론에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두아르테 주지사는 법원이 바라자를 잘못 석방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주 사법부에 바라자 사건을 담당했던 판사 3명을 해임하고 이들을 권력남용으로 기소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시우다드 후아레스시 경찰은 마약카르텔과의 전쟁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극악무도한 도시의 하나인 130만 인구의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선 지난 한해동안 3000명 이상이 살해됐다.

AP통신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600건의 살인사건 가운데 검찰은 93건을 기소해 이 중 19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치와와주의 사법 부재는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지난 1990년대 수백명의 여자들이 시우다드 후아레스 주변에서 살해됐다. 이 가운데 약 100명은 성폭행을 당한 뒤 사막에 버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