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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중 국

보스 믿고 설치다 … 빨간불 켜진 '중국 핸들권력 (중앙일보 2014.07.30 10:31)

보스 믿고 설치다 … 빨간불 켜진 '중국 핸들권력

시진핑 '차관 이하 관용차 금지' 파장
운전기사 200여만 명 자리 불안
후난성 수십 명 집단 항의 사표

 

 

지난해 말 중국 산시(山西)성 당 기율검사위원회에 투서 하나가 날아들었다. 성 산하 한 시장의 인사 비리를 고발한 내용이었다. 조사 결과 연말 인사 이동을 앞둔 시장이 퇴직이 한 달 남은 자신의 관용차 운전 기사를 산하 구청 공안국장에 임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장 재직 때 비리를 눈감아 준 기사에 대한 보은 인사였다.

 이처럼 중국 관용차 기사들은 자기가 모시는 보스를 등에 업고 막강한 힘을 휘둘러왔다. 하지만 이 같은 ‘핸들 권력’에 적신호가 켜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주도하는 반(反)부패정책 여파다. 중국 정부가 지난 17일 관용차 상시 이용 대상을 차관급 이상으로 제한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전국 180만여 대의 관용차와 이를 운전하는 200여만 명의 기사들의 자리가 불안하게 됐다. 차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차량은 1만여 대를 넘는다. 낌새를 느낀 후난(湖南)성 기사 수십 명이 2월 집단 사표 제출로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도 중국 관가의 핸들 권력이 사라질 것으로 보는 견해는 많지 않다. 그만큼 뿌리가 깊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앙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관용차 개혁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만 관용차 구입 및 관리에 44억 위안(약 7295억원)을 썼다. 핸들 권력은 권력과의 거리에서 나온다. 항상 가까이서 고위 공직자를 대하다 보니 그들의 비리나 사생활을 공유할 수밖에 없어서다. 중국 관가에서 “기사와 비서는 수족과 같아서 끝까지 같이 가야 한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기사들의 월급은 많지 않다. 지역과 근무 년도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1200~3500위안(약 58만원)정도다. 그러나 상당수 기사들의 실수입은 매월 수만~수십만 위안을 헤아린다. 관용차 수리비·유류비·점검비를 과다 청구해 얻는 음성 수입이 많아서다. 2010년 후난성의 웨양(岳陽) 국토자원국장의 기사가 550 위안인 차량 수리 및 관리비를 25만3550 위안(약 4200만원)으로 허위 청구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이의를 제기할 경우 기사의 부탁을 받은 국장의 보복이 두려워서다.

 권력을 누리는 만큼 기사 채용 조건은 까다롭다. 지난해 1월 안후이(安徽)성 정부는 4명의 관용차 기사를 채용했는데 모두가 공산당원에 사상 무장과 충성심이 강한 군인 출신이었다. 묵계와 같은 근무 수칙도 있다. 묻지 말고, 보지 말고, 말하지 말고, 전달하지 말아야 한다는 4불(不)이다. 주리자(竹立家)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관용차 비리는 뿌리가 깊고 넓어 개혁의 책임부서를 명확히 하고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공산당 “관리들 기업 겸직 그만두라”=중국 공산당이 일반 기업 간부를 겸직 중인 당과 정부 내 고위관리 200여 명을 색출해 기업 직을 내놓도록 했다고 베이징청년보 등이 보도했다. 정치 권력이 경제적 이익 실현의 수단이 되는 통로를 막으려는 시진핑 주석의 정책이 반영된 것이다. 공산당 중앙조직부는 지난해 말부터 특별팀을 꾸려 전국 당·정 간부들의 외부 겸직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총 4만700여 명의 관리가 일반 기업에 직책을 가지고 있었다. 도지사 급인 성(省)급 관리와 장관급인 부(部)급 관리도 229명 포함돼 있었다. 조직부는 229명 중 173명에 대해 기업 자리의 면직 절차를 완료하고 나머지 56명 겸직 관리들도 스스로 사직서를 기업에 제출하도록 독촉했다. 경제관찰보는 이번 조치로 인해 300여개 상하이(上海)·선전(深?) 증시 상장 기업에서 고위직 ‘엑소더스(대탈출)’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체포설 돌던 저우융캉 … 중국 "심각한 기율 위반 조사 중"

(중앙일보 2014.07.30 10:31)

중국 당국 공식 확인은 처음
보시라이 보호 위해 정변 기도설도
당시 사법·공안 총괄 … 석유방 이끌어
정치국 상무위원 처벌 첫 사례 될 듯

 

지난해 3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 회의에서 나란히 앉은 저우융캉 전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왼쪽)과 시진핑 주석. [중앙포토]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후진타오 시대 권력 서열 9위)가 심각한 당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신화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저우가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는 지난해 12월 이후 계속됐으나 중국 당국이 이를 공식 확인하기는 처음이다.

 통신은 당 중앙에서 저우가 엄중한 기율 위반을 했고 공산당 당장과 기율위 관련 업무 규정에 따라 기율검사위원회가 그를 입건해 조사할 것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저우는 1949년 중국 공산정권 수립 이후 비정치적 이유로 사법 처리되는 첫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다. 또 국가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기존 관례도 깨졌다.

 저우 처벌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부패 척결은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저우에 대한 조사는 2012년 3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부인의 살인 사건과 부패 혐의로 실각하면서 시작됐다. 저우는 보 전 서기의 정치적 후원자였으며 보 전 서기의 사법 처리에 반대하고 정변까지 기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당 기율위는 저우를 잡기 위해 그의 정치적 기반인 석유방(석유업계 정치 세력)과 쓰촨(四川)방·정법방(사법기관 내 저우 추종 세력)에 대한 조사를 벌여 지금까지 50여 명의 차관급 이상 관리들을 부패 혐의로 처벌했다.

 추가로 시 주석이 전 정치국 상무위원들에게 반부패 칼날을 겨눌지 주목되고 있다. 당 최고 지도부가 5월 말 허궈창(賀國强)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기율위 서기의 장남인 허진타오(賀錦濤)에 대한 부패 조사를 승인했으며 그가 가택연금 상태라는 보도가 나왔다. 허 전 위원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절 기율위 서기를 지냈으며, 청렴을 무기로 부패 척결을 주도한 인물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과 자칭린(賈慶林)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에 대한 조사 여부도 관심이다. 뉴욕타임스는 2년 전 원 당시 총리 일가의 재산이 27억 달러(약 2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원 총리는 일가 재산에 대해 철저한 조사해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현재까지 그 결과를 밝히지 않고 있다.

 자칭린 전 주석도 친인척 부패와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의 아들 장몐헝(江綿恒)과 저우의 아들 저우빈(周濱)은 상하이에서 정유회사를 경영했던 동업자다. 저우빈은 지난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추가로 전직 상무위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일 경우 당내 권력 투쟁이 확산될 수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장 전 주석은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당서기를 하던 2002년부터 그를 미래 국가지도자로 낙점하고 오늘날 국가주석이 되도록 지원했다.

 저우의 사법 처리는 올가을로 예정된 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확정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4중전회의 핵심 의제는 ‘법치’가 될 것으로 중국 언론은 분석한다. 따라서 4중전회 전에 저우의 사법 처리를 결정한 것은 법치의 제도화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덩위원(鄧聿文) 중국 정치 평론가는 “저우에 대한 사법 처리로 시 주석은 성역 없는 반부패 당위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권력 기반도 다지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