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 로 필/칼 럼

`어업인 주식회사`가 경쟁력을 높인다 (전남일보 2011. 03.29. 00:00)

'어업인 주식회사'가 경쟁력을 높인다
이 인 곤 전남도 해양수산국장
입력시간 : 2011. 03.29. 00:00




나라 전체를 긴장시켰던 구제역과 AI가 잠잠해 가던 지난 11일 일본에서는 대지진이 일어나 국가적 재앙을 넘어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알리는 뉴스가 연일 매스컴을 도배하고 있다. 비록 대지진은 이웃 나라의 일이지만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보면서 자연의 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일본 대지진의 피해규모가 워낙 커서 우리나라와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아직 속단하기 어렵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피해는 당장 식탁에서 느낄 수 있는 듯하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시금치와 배추 등이 방사능물질에 오염되어 수입이 금지되었다는 뉴스가 바로 그것이다. 얼마 전 구제역과 AI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에 우리나라에서는 육류소비가 줄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산물 소비가 급증하여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전남은 서해와 남해에 청정해역을 갖고 있다는 지리적 여건에서 타 시도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두말할 여지없이 바다는 수산물의 보고이다. 산업, 경제, 관광, 국방 등 모든 면에서 우리 도는 바다와 연계되지 않은 것이 없다. 우선 바다와 관련된 산업과 경제적인 면을 살펴보자.

바다는 우리에게 무한한 수산자원을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식량기지이자 수출산업화 토대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앞으로도 구제역을 비롯한 가축전염병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도 재발할 수 있다고 볼 때 수산물은 대체품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다가 '제2의 식량기지'라는 말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수산업의 현실을 살펴보자. 한마디로 영세하고 재래적이고 소규모라는 사실에 자유로울 수 없다.

생산된 수산물은 원형이나 단순 가공형태에 의존하고 있고 대형 유통업자에게 시장지배력을 뺏겨 제값도 받지 못하고 판매하고 있다. 고령화 문제도 어업분야에 심각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어촌을 떠나고 노인들만이 그곳을 지키고 있으니 생산성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수산업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우리 도는 2012년까지 수산업의 기업화 규모화 전략을 마련하고 차질 없이 추진해 가고 있다. 도내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중 시장 점유율이 높은 전복, 새우젓, 조피볼락, 김, 그리고 멸치, 새우젓 등 20개 품목을 선정하여 생산과 가공, 유통을 아우르는 품목별 주식회사를 만들고 이를 위해 114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실행의 첫 단계로 2010년까지 장흥 무산김, 완도 전복, 여수 녹색멸치, 신안 새우젓과 우럭 등 5개 품목 주식회사를 설립하였고 2011년에는 새고막, 홍합, 새우조망 등 5개 품목에 주식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며 기업화 품목의 공동마케팅과 유통망 확충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어업인 주식회사가 성공한다면 생산 어업인이 직접 어업회사 주주로 참여하여 생산 수익뿐만 아니라 출자비율에 따른 배당수익과 회사 주식이 상장되면 자산가치 증대 등 다양한 경제적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 또한, 어업회사를 통하여 생산된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어 어업경영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으며 외부자금 유치 및 내부 자금 유통이 원할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수산물 유통기반 시설확충을 위해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4~5단계 유통구조를 과감히 개선하여 어업인과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도록 지난 1995년부터 작년까지 192억 원을 투자하였고 앞으로도 2012년까지 60억 원을 추가 투자하여 수산물 직매장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이제는 바다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질병과 자연재난으로 전 세계가 시름에 잠겨 있는 이때 우리는 바다를 통해 희망을 찾아보면 어떨까? 로마ㆍ스페인ㆍ영국이 '바다를 지배'하면서 세계의 패권을 차지했던 것처럼 국가의 흥망성쇠는 '누가 바다를 지배하고 잘 이용해 왔느냐'에 달려있었다고 역사는 말하고 있다. 이제 우리 전남이 그 중심에 우뚝 설 날이 가깝게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