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관계/중 국

줄서서 기다렸다 만두 사먹은 시진핑 (중앙일보 2013.12.30 08:50)

줄서서 기다렸다 만두 사먹은 시진핑

연말 순시 뒤 길거리서 깜짝 점심
종업원에게 "식품안전 만전" 당부
시민들 몰려 악수·사진 북새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 베이징 웨탄공원 부근의 칭펑 만두가게에서 양파·돼지고기가 들어간 만두와 돼지간볶음이 담긴 식판을 받고 있다. [사진 웨이보]

28일 정오, 베이징(北京) 중심 웨탄(月壇)공원 부근의 칭펑(慶豊) 만두가게에 트렌치코트 차림의 건장한 중년 남성 한 명이 나타났다. 점심시간이라 가게에는 만두를 주문하려는 손님 예닐곱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중년 남성은 카운터에서 메뉴를 확인하더니 줄 맨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때 식사를 하던 한 남성이 갑자기 “(중국공산당) 총서기 아니십니까”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후에 이 남성은 “당시 너무 놀라 순간 정신을 잃었다”고 신경보(新京報) 등 중국 언론에 말했다. 식사를 하면서 ‘설마’했던 시민들은 일제히 시진핑(習近平) 주석 주변으로 몰려들어 악수를 청했다. 일부는 휴대전화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경호원들의 제지는 없었다.

 시 주석임을 확인한 허위안리(賀媛麗) 식당 지배인이 시 주석에게 다가가 “줄 서지 마시고 바로 주문하시라”고 했지만 시 주석은 듣지 않았다. 그의 차례가 되자 주위 시민들이 양파와 돼지고기 소가 들어간 만두를 추천했다. 시 주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추가로 돼지간볶음과 갓요리를 주문했다. 21위안(약 3648원)은 직접 지불했다.

 시 주석의 음식 주문을 받았던 궈쉐친(郭雪琴)은 “위세나 거만함은 찾을 수 없었고 위엄이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자리에 앉은 시 주석은 “오전에 현지 순시를 하고 점심때가 돼서 그냥 들른 것”이라고 주변 시민들에게 말했다. 이날 오전 시 주석은 연말을 맞아 베이징징차오(北京京橋) 화력발전소에 들러 직원들을 격려하고 쓰지칭(四季靑) 경로당에서 노인들을 위로했다.

 시 주석은 식사를 하면서 종업원들에게 원료를 어디서 가져오는지, 위생은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묻고 식품 안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시간여 동안 식사를 한 시 주석은 종업원들에게 “수고했습니다”고 인사한 뒤 자리를 떴다. 시 주석의 이날 만두가게 행보 소식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사해미전박(四海微傳博)’이라는 필명을 쓰는 시사평론원이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다시 올리면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신화망(新華網)과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 등 언론매체들도 시 주석의 이 같은 친서민현장 행보를 전하면서 관료주의·형식주의·향락주의·사치 풍조 등 이른바 ‘사풍’(四風) 퇴치를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분석을 했다.현장에서 직접 주민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개혁에 반영하는 시진핑 식 ‘길거리 통치학’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