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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중 국

중,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법·폭력 ‘위험 수위’ (경향신문 2013-07-21 22:32:52)_

중,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법·폭력 ‘위험 수위’

ㆍ수박 팔던 농민 구타 숨져… 장애인 자폭은 극단 사례

 

중국에서 농민공(도시 이주 노동자)과 노점상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무법 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반면 취약계층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제도 정비는 더디기만 해 이들이 불만의 분출구를 잘못 찾을 경우 심각한 사회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후난(湖南)성 린우(臨武)현에서는 자신이 재배한 수박을 팔던 덩정자(鄧正加·56)가 노점상 단속에 나선 청관(城管·도시 관리원)과 몸싸움을 벌이다 결국 구타로 숨졌다. 단속원들은 과일의 무게를 재는 쇠 저울로 덩정자의 머리를 때렸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분노한 행인들이 휴대폰으로 장면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으며, 그의 죽음은 도시의 무법자들로 불리는 청관들의 폭력실태를 도마에 올려 놓고 있다. 중국의 웨이보 논객 리청펑(李承鵬)은 “덩정자의 죽음과 그의 시신을 가져가려던 현지 경찰의 시도는 중국의 가혹한 통치 스타일이 미쳐 날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2010년 7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중국 언론에는 모두 150차례에 걸쳐 청관들의 권력 남용 행위가 보도됐다. 뉴욕타임스는 20일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에서는 전례없이 분노의 목소리가 높으며, 몇몇 비평가들은 튀니지의 노점상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에 비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아지지는 튀니지 정부의 노점상 단속에 항의하며 분신해 2011년 아랍의 봄의 도화선이 된 인물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대중의 지지를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는 당의 존망과 관련된 문제”라며 당과 행정조직의 대오각성을 촉구했지만 말단 행정조직의 구태는 여전하다는 사실이 이번 사고로 확인됐다.

공항 자폭자 응급 처치 중국 공안과 의료진이 20일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3터미널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사제폭발물을 터뜨려 중상을 입은 지중싱을 응급 처치하고 있다. 베이징 | AP신화연합뉴스

 

20일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발생한 사제 폭발물을 이용한 자폭 사건은 사회적 약자들의 분노가 어떤 식으로 폭발할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지중싱(冀中星·34)은 이날 오후 6시25분쯤 서우두 공항 3터미널 국제선 입국장에서 사제 폭발물을 터뜨렸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그는 2005년 6월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에서 오토바이 영업을 하면서 손님을 태우다 치안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치안원은 현지 지역 경찰에 고용된 사람들이었다. 지중싱은 결국 척추 부상으로 반신불수 장애인이 됐고, 8년 동안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하지만 현지 기관들은 ‘마이동풍’이었고, 국제공항에서 사제 폭발물을 터뜨릴 생각을 한 것도 이 같은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는 전단을 뿌리려다 공안에 제지당하자 손에 든 폭발물을 터뜨렸으며, 왼쪽 팔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소득격차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정부 공식 발표로도 2012년에 0.474로 위험수준인 0.4를 넘고 있으며, 인터넷의 발달로 정치의식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관(城管)

중국 도시에서 시설물이나 도로, 주차장 등을 관리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정식 공무원이 아니어서 법적으로 무력을 사용할 권한이 없으나 마구잡이로 폭력을 휘둘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월 급여는 보통 1200위안(22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