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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세계각국, '중도' 이란 대통령 당선에 제각각 반응 (연합뉴스 2013/06/16 04:56)

세계각국, '중도' 이란 대통령 당선에 제각각 반응

미국-프랑스 등, 로우하니와 협력 용의 자세

아랍권은 관계 개선에 기대반 우려반 표명

 

하산 로우하니(64)가 15일(현지시간)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자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은 발 빠르게 협력할 용의를 표시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지만, 아랍권은 기대반 우려반의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이날 로우하니가 당선됐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에 이란의 새 정부와 최대 현안인 핵개발 문제를 놓고 기꺼이 직접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천명했다.

백악관은 이런 접근이 "이란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완전히 없애는 외교적 해결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 대선 이전에 검열과 투명성 부족 문제가 나왔다면서도, 미국은 이란인들이 목소리를 낸 이번 대선의 결과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도 로우하니와 이란의 핵개발에서 시리아 사태까지 포괄적인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란에 관한, 특히 핵개발과 시리아 사태 개입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치는 상당하다"며 "우린 이들 문제에서 새 대통령과 함께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파비우스 외무장관은 또 이란 대선 결과가 "민주화에 대한 이란 국민의 확고한 열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로우하니 당선자에게 이란을 "다른 길"로 이끌어줄 것을 촉구했다.

대변인은 "우린 그에게 이번 기회를 활용해 앞으로 이란을 다른 길로 인도해 이란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국제사회와 건설적인 관계로 나가며 이란 국민을 위해 정치와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엠마 보니노 외교장관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이란과 "새로운 이해와 건설적 대화의 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랍권은 로우하니가 이란과 주변국 간 적대감을 조절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이로의 아랍연맹(AL)에 주재하는 한 아랍국 대사는 "새로운 이란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결 가능성을 믿었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로우하니에 관해 아는 것 전부가 희망의 근거일지도 모른다"고 그의 당선을 반겼다.

다만 그는 선거 운동 때와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의 언동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명 정치분석가 자말 카쇼기는 "사우디 지도부 입장에서 이번 이란 대선 결과가 최상의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동맹인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맞서는 시리아의 반군은 로우하니가 등장해도 별다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리아 데라에서 반군으로 활동하는 오마르 알 하리리는 "이란 대선은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시리아 라카를 거점으로 하는 수니파 반군 아흐라르 알 샴의 무함메드 알 후세이니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거론하며 "요즘 이란 대통령에 주어진 권한은 약하고 허구적"이라고 강조했다.

바레인의 사미라 라자브 정보장관은 "로우하니가 한 팀의 일원이라고 본다. 그 팀에 속한 사람은 어떤 누구라도 동일한 정책을 고수할 것이다. 우리는 바레인에서 시위가 발생한 이래 이란을 더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바레인 당국은 2011년부터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 주민을 이란이 선동해 반정부 시위를 벌이도록 조종한다고 비난해 왔다.

이집트 여당인 자유정의당의 무라드 알리 대변인은 "(로우하니) 당선자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지켜보고 싶다"며 이란의 변화를 원하는 속내를 내비쳤다.

알리 대변인은 "이란의 정책, 특히 시리아 사태에 관한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며 "대체로 이란과 협력할 용의가 있으나, 이란이 시리아에 개입하는 데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우하니호' 이란 강경 대외정책 선회할까>

 (연합뉴스 2013/06/16 05:00)

 

하산 로우하니 이란 대통령 당선(ap=연합뉴스, 연합뉴스DB)

획기적 변화는 '난망'…"국제사회와 화해할 것"

국내 자유권 신장…야권지도자 가택연금 해제 가능성

 

 중도파 하산 로우하니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핵개발과 시리아 사태 등에서 사사건건 서방과 대립하는 이란의 강경한 대외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각종 제재로 압박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에 맞서 이른바 '저항 경제'로 버티며 핵개발을 강행해 왔다.

이에 따라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소위 'P5+1'과 이란 간 협상은 지난해 4월 이스탄불 협상을 시작으로 지난 4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됐으나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알마티 협상에서는 'P5+1'이 대폭 양보한 수정안을 제시하고 이란의 긍정적인 입장 표명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란은 4월 알마티 협상에서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전보다 더 후퇴한 수준의 제안을 내놨을 뿐이다.

물론 핵 문제를 비롯한 외교·국방 등 주요 현안에서 최종 결정권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행사한다는 점에서 이란의 이런 강경 기조에 당장 획기적인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핵 문제에서 서방에 양보하면 스스로 집권 정당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란 지도부에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작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종신직인 최고지도자와 달리 이란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뽑는 선출직 최고위급 인사다.

최고지도자에 이은 국가의 2인자로서 최고지도자가 담당하는 외교·국방·사법·종교·핵개발 등을 제외한 경제와 교육, 사회 등 다른 국정 현안을 책임진다.

경우에 따라 일정 부분 대외정책에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가 분명히 있는 셈이다.

특히 중도 성향의 로우하니 당선인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비롯한 평화적 핵개발 권리를 옹호하면서도 서방 제재 해제를 위한 유연한 협상 자세를 강조해 왔다.

선거 유세에서 로우하니는 평화적 핵개발과 관련해 "서방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제사회와 건설적 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여기에는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노력이 포함된다.

지난주 유세 현장에서 로우하니는 "우리는 지난 8년의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과 분명한 각을 세웠다.

그는 또 "지난 8년은 이란에 제재를 가져왔고 (정부는) 이를 자랑스러워 한다"면서 "평화 정책을 추진해 국제사회와 화해하겠다"고 약속했다.

로우하니 당선인이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와 같은 거물은 물론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도 친분이 있다는 사실 또한 'P5+1'과의 협상에 긍정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로우하니의 개인적인 성향과 별개로 이란이 처한 경제적 상황도 강경 일변도의 협상 기조에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금융 거래 제한과 석유 금수 등 미국와 EU의 각종 제재로 이란 경제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지난해 원유 생산은 전년보다 25% 감소했고, 석유 수출과 외환 수입 감소는 자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리알화 가치가 2년간 70%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은 30%를 넘어섰고 실업률도 2011∼2012년 2년 연속 12%를 웃돌았다.

보수파 후보와 치열하게 경합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로우하니가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고 당선된 배경에는 이같이 심각한 경제 상황을 개선해 줄 변화를 바라며 적극 투표에 참가한 이란 국민의 민심이 깔렸다.

아무리 최고지도자라고 할지라도 이런 민심을 언제까지나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경제난의 책임을 지고 모든 비난을 감당했던 '희생양'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마저 물러남에 따라 하메네이로서도 더는 경제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강경한 대외정책을 고집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8월 3일 로우하니 당선인이 제11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고서 차기 핵협상에 나서는 이란 대표단은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는 이란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우하니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시리아 사태에 언급,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개입에 반대"한다면서 "이란의 대 시리아 정책은 대선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한편 국내 정치 측면에서 로우하니 정부는 일반 국민의 자유권은 더욱 보장하고 정부 당국의 검열과 감시는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로우하니는 특히 부패 척결을 위한 언론의 자유와 여성부 신설 등을 통한 여권 신장을 강조해 왔다.

그는 또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인 2009년 대선 당시 시위를 주도한 야권 지도자 미르 호세인 무사비와 메흐디 카루비를 지지하며 이들의 연금 해제를 촉구해 왔다.

무사비가 2009년 대선에서 선거운동에 녹색을 상징색으로 활용 '녹색 물결'을 만들어냈다면 로우하니는 이번 대선에서 '보라색 물결'을 만들어냈다.

이달 초 로우하니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는 무사비와 카루비의 석방을 연호하던 선거운동원 7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무사비와 카루비는 2011년 2월 반정부 시위를 재차 시도한 이래 지금까지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이에 따라 로우하니 대통령 취임 후 이들이 풀려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외교의 달인' 로우하니 이란 새 대통령

 (연합뉴스 2013/06/16 03:57)

 

하산 로우하니 이란 대통령 당선
 

아마디네자드와 논쟁 끝에 핵협상 대표서 물러나

이슬람혁명 참여…라프산자니·하메네이와 친분

 

 이란 제11대 대통령 선거에서 낙승한 하산 로우하니 당선인에게는 '외교의 달인'(Diplomat Sheikh)라는 별명이 있다.

최고국방위원회 위원, 대통령 국가안보자문,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사무총장, 핵협상 수석대표 등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그가 역임한 자리들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화려한 경력뿐만 아니라 핵협상 수석대표로서 그가 보여준 능력은 아직도 많은 이란인의 기억에 남아 있다.

사데크 지바칼람 테헤란대 정치학 교수는 15일(현지시간)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대담에 출연해 "로우하니가 핵협상 수석대표이던 시절 이란은 핵개발을 진행하면서도 서방 제재를 피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2005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과 수차례의 거친 논쟁 끝에 로우하니가 핵협상 수석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일화는 유명하다.

서방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아마디네자드의 강경 기조와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제재를 피해 핵개발을 지속하겠다는 그의 유화 노선이 충돌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로우하니는 국제 문제에 강경 일변도인 아마디네자드에 저항한 중도파 인사로서 입지를 굳혔다.

2002년 반체제단체의 폭로로 이란 핵개발이 세계의 주목을 받자 그 이듬해 초대 핵협상 수석대표를 맡은 로우하니는 200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피하려고 우라늄 농축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최종 대선후보 6명 가운데 유일한 성직자인 그는 1948년 셈난 주 소르케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 종교 공부를 시작해 곰 신학원과 셈난 신학원에서 수학했고, 팔레비 왕조의 '샤'(국왕)에 반대하는 '반(反) 샤' 인물로 성장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반샤 연설을 하는 그는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주목을 받기도 했다

1972년 법학 전공으로 테헤란 대학을 졸업했으며 훗날 영국 글래스고 칼레도니언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이후 샤 왕조에 대한 로우하니의 비판 목소리는 갈수록 커졌다.

그러던 중 체포를 피해 프랑스로 도피한 그는 파리에서 망명 중이던 호메이니와 합류, 훗날 혁명 주도 세력의 일원이 된다.

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중도파 거물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와의 인연은 여기서 시작된다.

라프산자니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기간 내내 대통령 국가안보자문으로 활동했고, 개혁파 모함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 시절에도 6년간 이 자리를 지켰다.

로우하니는 또 최고국가안보위원회에서 하메네이의 대리인을 역임했을 정도로 최고지도자가 신임하는 인물로 보수 성직자, 군부와도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정조정위원회와 국가지도자운영회의의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국정조정위원회 산하 전략연구센터 소장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