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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홍콩 시민들, 한류 가수들에 "제발 홍콩 오지 말아달라 (조선일보 2013.07.01 14:54)

홍콩 시민들, 한류 가수들에 "제발 홍콩 오지 말아달라

 


	홍콩 시민들, 한류 가수들에 "제발 홍콩 오지 말아달라"

한류(韓流)의 위상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급기야는 한류의 인기를 이용해 외국 정부가 자국의 시위대를 막으려 한다는 정치적 오해까지 불거지고 있다.

배경은 홍콩으로, 매년 7월1일이 되면 홍콩 시내에서는 중국으로부터 홍콩이 반환된 것을 기념하며 중국 정부에 민주화를 촉구하는 대규모 가두 시위가 벌어진다.

지난해 같은 날에는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홍콩 민주주의 세력과 시민단체 등으로 이루어진 40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홍콩 민주화 시위를 앞두고 국내 '케이팝(K-POP) 스타'들이 홍콩 시민들과 당국 사이에 끼어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사고 있다.

요는 홍콩 당국이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국내 한류 가수들을 불러 모아 한창 시위가 절정이 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야외 콘서트 ‘홍콩 돔 페스티벌’을 기획했다는 것이다. 홍콩 시민단체들은 "당국이 한류 콘서트를 열어 젊은 시위 참가자들의 관심을 빼앗기 위해 일부러 낮시간에 대형 이벤트를 기획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공연에는 가수 보아를 비롯해 슈퍼주니어, 샤이니, f(x) 등 국내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대거 참여해 현지 가수들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평소 한류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은 인기가 많아 1000HKD(약14만7000원)의 고가에 책정됐지만, 이날만큼은 티켓 가격이 10분의 1 가량으로 할인된 99HKD(약1만4500원)에 그쳐 이같은 정치적 오해는 더욱 증폭됐다. 1만8000여장의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된 상태다.

홍콩 시위대의 불똥은 국내 가수들에게 튀었다. 한류 공연도 좋지만 자국의 민주주의 시위를 고려해 자발적으로 이번 공연을 '보이콧' 해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이었다.

홍콩의 한류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공식 팬페이지와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등에 "이번 만큼은 홍콩에 오지 말아달라"며 직접 하소연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다. 콘서트를 보이콧 하자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만들어 홍콩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을 정도다.

한 홍콩팬은 가수 보아의 페이스북에 "정부는 시위대들의 관심을 시위에서부터 돌리기 위해 당신들의 명성과 인기를 이용하고 있다"며 "제발 다시 생각해달라. 당신들은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지만 우리들은 아니다"고 썼다.

콘서트를 주최한 현지 기획사 측은 "7월1일로 날짜를 정한 것은 우리에게도 좀더 경쟁력 있고 수용 인원이 넓은 콘서트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에 알리기 위해서였다"는 입장이다. 이날 콘서트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들은 향후 한류와 국내 가수 및 배우들에게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류의 위상을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