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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법

법원 "노조원 일자리 대물림은 사회正義에 反한다" (조선일보 2013.05.17 23:18)

법원 "노조원 일자리 대물림은 사회正義에 反한다"

 

울산지방법원은 퇴직 2년 뒤 폐암으로 사망한 현대차 근로자의 유족이 노사 단체협약을 근거로 자녀 특별 채용을 해달라고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보상금 지급 요구만 받아들이고 자녀 채용 요구에 대해서는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업무상 사망한 경우 유족의 생계 보장은 금전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라며 "고용은 사용자(使用者)의 인사권에 속하는 것이므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단체협약에 그런 조항이 있을 경우 그 자체가 무효"라고 밝혔다.

판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단체협약이 노동 관계법뿐 아니라 사회정의(正義) 관념에도 어긋나 민법이 금하는 '반(反)사회질서' 행위에도 해당한다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대를 이어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식은 자기들만의 비밀의 오솔길을 만들어 수많은 구직 희망자를 좌절시키는 행위"라며 "우리 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질서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청년들의 일자리가 귀한 요즘 이동과 상승을 위한 사다리가 있다는 희망은 사회 동력의 근간(根幹)이므로 그 신뢰를 해치는 것이 제도적으로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200대 기업 가운데 노조가 있는 회사의 33%가 단체협약에 노조원 자녀 우선 채용 조항을 두고 있다고 한다. 현대차와 같은 그룹인 기아차도 지난달 생산직 근로자를 뽑을 때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 직계 자녀를 우선 뽑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한국GM, 현대중공업에도 비슷한 조항이 있다. 그동안 대기업 노조의 '고용 세습'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지만 많은 기업이 노조의 위세에 눌려 적당히 타협해 왔다. 대기업 정규직의 일자리 대물림은 청년 취업난뿐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 같은 사회 불안을 부추긴다. 대기업 회사와 노조 모두 이번 판결의 의미를 진지하게 새기고 잘못된 단체협약 개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