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자국은 말해준다, 범인이 누구인지를…
경찰, 足·輪跡 DB 3만3000여개 확보… 사건 해결 큰 역할]
2002년부터 DB로 관리…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한 번씩 새로 나온 신발바닥 촬영·수집
모은 발자국은 문양별로 구분… 한 해 5000여개 새로 DB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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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7월 서울 상계동 절도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용의자의 발자국(왼쪽)과 실제 체포된 범인의 신발 바닥 문양. /경찰청 제공
작년 2월 충남 천안의 프랜차이즈 음식점 채선당에서 임신부가 종업원에게 배를 발로 차이는 등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고 주장해 큰 파장이 일었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후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경찰 과학수사팀이 종업원 앞치마에서 임신부의 족적(足跡·발자국)을 발견했던 것이다. 임신부 옷에는 종업원 발자국이 없었다. 경찰이 발자국 증거를 들이밀자 임신부는 "쌍방 폭행이었고 배를 가격당하지는 않았다"고 자백했다.
2011년 7월 서울 상계동 한 아파트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방범 창을 뜯어내고 들어가 다이아몬드 반지와 귀금속을 훔친 뒤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발자국을 지우지는 못했다. 경찰은 거실 바닥에서 범인 발자국을 채취, 분석한 뒤 주변 CCTV를 확인해 특정 신발을 신고 주변을 배회하던 길모(33)씨를 붙잡았다. 어떤 신발이 그 발자국을 남기는지 경찰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확보한 족적·윤적(輪跡·바큇자국) DB가 범인 검거와 사건 실체 파악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증거분석계 조세한 경위는 "경찰은 2002년부터 시중에서 파는 신발 밑바닥과 타이어 문양 등을 DB로 관리해 범인 검거와 용의자 확인에 활용하고 있다"며 "지금껏 확보한 운동화·구두·등산화·슬리퍼·타이어 자국은 3만3126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새로 나온 신발 발자국을 수집해 DB를 업데이트한다. 신제품이 늘어 요즘은 매년 추가되는 발자국이 5000개가 넘는다.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신발도매시장의 한 신발 가게에서 발자국 수집 작업이 한창이었다. '과학수사'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경찰청 과학수사팀 이혜숙(45) 행정관과 전호신(37) 주사가 가게 뒤편 창고에 널빤지 두 개를 이어붙인 간이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그 위에 신상품 신발을 올려놓더니 바닥과 옆면 사진을 쉴 새 없이 찍었다. 가게 주인은 "손님이 있으니 빨리 찍고 가달라"면서도 신제품 신발을 계속 꺼내줬다. 이 행정관은 "장사에 방해된다고 족적 수집을 거부하는 상인이 많지만 이렇게 수집한 족적 DB가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된다는 걸 이해하는 분들이 협조해 준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날 수집한 발자국은 60여개. 이렇게 모은 신발 바닥은 동그라미·네모·빗살무늬 등으로 분류돼 문양별로 관리한다. 전 주사는 "여성용 신발은 족적 관리를 하지 않는다"며 "현장에 흔적을 남기는 강력 범죄의 99%는 남성이 범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성용 구두는 워낙 다양하고, 일부 신발은 남성용과 색상만 다를 뿐 바닥 문양이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그 이유다.
범죄가 발생하면 과학수사팀은 특수 약품을 이용해 거실이나 방바닥에 찍힌 족적을 채취한다. 조 경위는 "육안으로 볼 때 바닥이 깨끗해도 발자국은 어김없이 현장에 남는다"며 "채취한 발자국 무늬를 DB와 대조하면 범인 신발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신발을 확인한 후엔 범행 현장 주변의 CC(폐쇄회로)TV를 통해 범행 시간에 해당 신발을 신었던 사람을 주요 용의자로 특정한다.
족적은 범인의 여죄를 밝히는 데에도 유용하다. 경찰이 지난달 검거한 서울 은평구 일대 빈집털이범 박모(44)씨는 신고 있던 등산화 발자국이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14차례 도난 사건 범인의 발자국과 동일한 것이 확인됐다. 경찰은 여죄를 추궁해 자백을 받았다. 족적 수집 작업을 마친 전호신 주사는 "범인은 사건 현장을 떠날 수 있어도, 발자국은 벗어날 수 없다"며 "범인이 누군지 발자국은 이야기를 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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