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여대생 청부살인' 부른 의문의 전화… 중매비 못 받은 마담뚜의 복수극?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의 진상
사위 불륜 의심한 회장 사모님, 살인까지 사주한 이유는
사모님에게 걸려온 怪전화 - "당신 사위인 판사가 이종사촌 여대생과 불륜"… 사모님, 의심품고 미행도… 결국 살인사건으로 번져
중매 주선한 마담뚜가 배후? - 법적근거 없다는 이유로 중매비 3000만원 못 받자 어떻게든 결혼 망치려고 불륜설 흘렸다는 소문
공범인 조카 돌연 말 바꿔 - 처음엔 "살인청탁 받았다"… 항소심 후 진술 번복… 총대 메면 50억 준다는 친척들의 증언까지 나와
'刑 집행정지' 몰랐던 유족들 - 사모님 치료 맡은 병원서 여대생 아버지에게 제보… 유족들, 허위진단서 끊은 의사 2명 검찰에 고소
무기징역을 받은 범인이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 호화 병실에서 생활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 발생 11년 만에 다시 논란을 일으키는 '여대생 청부 살인사건'. 범인인 중견기업 회장의 부인인 윤모씨가 사위의 불륜 상대로 이종사촌 여동생을 멋대로 의심해 무참히 청부 살해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살인을 청부한 회장 부인, 부탁을 받고 살인을 실행한 운전기사(회장 부인의 조카)와 사채업자(조카의 친구)는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이상한 대목이 나온다. 성명불상의 여자로부터 '사위가 결혼 전부터 여대생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의심을 품었다는 내용이다. 누가 이런 전화를 걸어 회장 부인의 눈을 뒤집어놓은 것일까? 재판에서도, 수사에서도 사건의 발단이 된 괴전화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
- 그래픽=박상훈 기자
◇비극의 시작은 怪전화…마담뚜의 보복?
범인의 형 집행정지를 다룬 TV 방송(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 나간 이후 한 인터넷 블로그에 매일 10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방문하고 있다. 2심 법정에서 청부 살인범인 회장 부인의 조카를 변호한 엄상익 변호사가 7년 전 사건을 기록한 블로그다. 이 블로그에는 괴전화의 실마리를 풀어줄 존재로 '○○할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회장 부인의 딸과 사위를 중매한 '마담뚜(중매쟁이)'였다.
블로그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판사 쪽에서 아들 몸값으로 7억원을 요구했다. 마담뚜는 건너가는 돈의 10%를 받고 소개료 명목으로 양쪽에서 3000만원씩 별도로 받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판사 사위는 부모에게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소개료 3000만원을 주지 말라고 했다. 이게 화근이었다는 말들을 한다."
엄 변호사는 마담뚜 세계의 관례를 알기 위해 업계의 유명한 중매쟁이를 만나 이렇게 기록했다.
"○○할매는 성격이 차고 깐깐한 여자다. 어떤 중매인들은 중매료를 내지 않으면 남자에게 동거하는 여자가 있다고 모략도 하고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갈라 놓는다. 중매쟁이들 사이에 여대생 살인 사건에 대한 소문이 쫙 퍼졌는데, 다들 회장 부인도 나쁘고 ○○할매도 나쁘다고 한다."
엄 변호사는 기자와 만나 "마담뚜가 관련이 있다는 의심이 있었지만, 진상을 밝히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어디까지 사실일까? 기자가 만난 여대생의 가족은 "마담뚜에게 돈(소개료)을 안 준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대생의 어머니는 판사 어머니의 친동생이다. "2000년대 초반 조카(판사의 형) 결혼식에 갔다가 중매쟁이를 봤다. 판사가 재벌가 딸과 결혼한 이후였다. 이때 언니가 '중매쟁이가 돈 받으러 왔다'면서 식장에서도 피해 다녔다. 그래서 '줄 돈이면 당장 주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입장을 듣기 위해 ○○할매를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기자는 중매 세계의 관행을 알기 위해 30년 경력의 중매업자를 만났다. 그는 주장했다. "○○할매는 몸이 안 좋아 지금은 은퇴한 상태로 알고 있다. 일부 중매쟁이는 소개료를 못 받으면 결혼식장에서 드러눕거나 욕을 퍼부어서라도 받아낸다. 끝내 못 받으면 신랑·신부의 흠을 과장해서 퍼트리거나 '이성 관계가 복잡하다'는 소문을 내고 다닌다." 하지만 마담뚜로 일해본 60대 여성은 "소개료를 받으려고 애쓰긴 하지만 벌 받을 짓은 안 한다"고 했다.
◇이해득실 따라 달라진 살인범의 진술
엄 변호사의 블로그에는 무서운 대목이 나온다. 항소심 판결을 받은 이후, 엄 변호사가 변호한 살인범이 돌연 말을 바꾼 것이다. "회장 부인은 살해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산으로 데려가 겁만 주려다 엉겁결에 죽이게 됐다"는 얘기였다. 판을 뒤엎는 진술이었다.
이들은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왜 말을 바꿨을까? 그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선 무기징역이었다. 회장 부인의 청부 살해를 강조했지만, 형량이 사실상 최고형까지 올라간 것이다.
엄 변호사는 "돈이 개입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의 2심 재판 기록엔 살인범의 부인이 법정에서 한 증언이 이렇게 기록돼 있다. "친척을 통해 (남편이) 사건의 총대를 메고 대신 뒤집어써 주면 50억원을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2심을 끝낸 살인범도 엄 변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차라리 회장 부인이 부탁한 대로 말을 맞춰 줄 걸 그랬다. 회장 부인 쪽 변호사가 하는 말이 전체적으로 작전을 잘못 짜서 그렇게 됐다고 한다." 어차피 최고형을 받았으니 회장 부인의 범행 사실을 부인해 반대급부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챙기자는 계산이었는지 모른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순간에도 살인범들은 자신의 진술에 따르는 이해득실을 철저히 계산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바뀐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형량을 그대로 확정했다. 그래도 회장 부인은 포기하지 않고 "나는 미행만 시켰는데 살인범들이 내가 시켰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며 조카와 공범을 고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미행의 대가로 보기에 살인범에게 지불한 8000만원의 금액이 너무 크고, 살인범들이 서로 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살인범의 위증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회장 부인이 살인을 사주했다"는 진술이 거짓이 아니라는 판결이었다.
◇주변에선 이미 '형 집행정지' 예감
엄 변호사의 블로그엔 예언 같은 대목이 나온다. 2심이 진행될 때 살인범의 아내가 엄 변호사에게 한 말이다. "회장 부인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감옥에서 나올 여자다. 석방되고 나면 나를 꼭 죽일 것이다." 실제로 회장 부인은 무기징역이 확정되고도 4년여를 교도소 밖에서 생활했다.
형 집행정지의 근거가 된 것은 건강 진단서였다. 회장 부인의 주치의였던 연대 세브란스병원의 한 교수가 작년에 쓴 진단서에는 "유방암 전이 가능성이 있고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태라 파킨슨 증후군 치료를 위해 입원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해당 교수는 이에 대해 "과장해서 진단서를 쓴 게 아니라 당시 환자 상태를 사실대로 열거했고, 환자의 나이와 정신 상태를 고려해 수감 생활이 어려울 것 같다는 소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올 초 병원 내부에서도 "유방암 수술 한 지 6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징후가 없고 파킨슨병 증세도 없어 수감 생활이 가능한 상태이니 퇴원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회장 부인의 형 집행정지 사실을 피해자 아버지에게 알려준 것도 병원 관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가족들은 진단서를 발급한 교수 등 2명을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정 치 > 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속보] "리쌍 건물에서 나가라" 법원 건물 임차인 서씨에 패소판결 (경향신문 2013-06-05 16:37:10) (0) | 2013.06.05 |
---|---|
만취운전으로 사망사고 낸 치과의사에 집행유예 판결 (조선일보 2013.06.02 09:53) (0) | 2013.06.02 |
사법연수생들 "로스쿨 출신들과 공개 경쟁시험 치르게 해달라 (조선일보 2013.05.22 14:29) (0) | 2013.05.23 |
법원 "노조원 일자리 대물림은 사회正義에 反한다" (조선일보 2013.05.17 23:18) (0) | 2013.05.18 |
신발 자국은 말해준다, 범인이 누구인지를… (조선일보 2013.05.18 02:59) (0) | 2013.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