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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취업전쟁

삼성전자 인사팀장이 밝힌 여성 인재상은? (pyo@ebn.co.kr) l 2013-04-05 11:41:04)

삼성전자 인사팀장이 밝힌 여성 인재상은?

원기찬 부사장 "여성이 감성적 리더십 뛰어나…여성이 일하기 좋은회사 자부"

 

▲ 4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열정樂서의 강연자로 나선 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인사의 끝판왕(?)인 원기찬 부사장(인사팀장)이 삼성의 여성인재상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4일, 삼성의 대학생 대상 소통 프로그램 열정樂서 강연을 위해 이화여자 대학교를 찾은 원기찬 부사장은 여대생들과의 만남에 들뜬 모습이었다.

원 부사장은 자신있게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 1위, 들어가고 싶은 회사 1위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삼성전자의 22%가 여성인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삼성에 대한 선입견을 경계했다.

원 부사장은 "삼성은 여성이 다니기 힘들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수원까지 너무 멀지 않을까? 애 키우기 어렵지 않을까? 주변에 공장이 있다 보니 남성 중심의 문화 아닐까 등등의 걱정...맞다. 10년 전이면 사실이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고 단언했다.

이어 "지난 3월 8일이 여성의 날이었는데 많은 여성 직원들로부터 메일을 받았다"고 운을 뗀 원 부사장은 "메일 중에는 과거에는 여자에게 일도 안 줬다. 하지만 지금은 키워준다. 문화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 내가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과장도 됐고 일도 한다. 정말 달라졌다. 대한민국의 기업이 저희처럼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 하는 여성직원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원 부사장은 "삼성과 KT가 여성임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삼성에서는 상무급 이상 여성임원이 25명이다. 올해 초에는 9명이 새로 상무가 됐고 앞으로도 여성임원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 초에 여성 임원이 된 조인하 상무의 얘기를 해보자면, 조 상무는 여성특유의 꼼꼼함이 있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스페인어도 스스로 독학했다. 아르헨티나에 가서 성공적인 판매실적을 올린 뒤 금의환향했다"며 승진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조 상무는 38세의 나이로 부장 생활 9개월만에 상무로 승진해 화제가 됐다.

원 부사장은 "삼성전자에 입사하면 결혼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던데 3년 안에 못하면 못 간다.(웃음) 그런데 트렌드를 분석해보면 요즘 골드미스에서 다이아몬드미스까지 가고 있지 않나. 삼성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웃음)"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여성 인력의 88%가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육아휴직 혜택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사내 직원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어린이집도 최대 규모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많이 생기는데 오후 1시까지 출근하면 되는 자율출근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에 여성인력들이 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인재들은 남성들보다 감성적 리더십과 집단지성의 조건을 더 갖췄다고 본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남성들은 군대에서 조직능력 배양했다고 얘기하고 여성들이 불리하다고 부각한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남녀가 다를게 없더라. 여자라서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페어하게 경력관리를 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이날 이화여대 학생들은 전 세계 21만명이라는 삼성전자 직원의 인사를 책임지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집중했다.

그런 여대생들에게 원 부사장은 자신의 인생스토리를 소개하며 "고등학생때 몰래 술도 마셔보고, 대학시절 F학점도 맞았다. 당구장에 빠져살기도 했고, 기타를 메고 가요제에 나가는 무모한 도전도 해봤다"고 현재의 자신과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과거를 털어놨다.

그는 "그런데 지금 생각해봐도 그랬을 것 같다. 후회는 없다. 다만 집안에 넷째였는데 더이상 민폐끼치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당구치지 않는다´ ´연애하지 않는다´ ´장학금 한번 타본다´는 조금은 유치한 다짐을 세우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했고 80년대 ´수출만이 살 길´인 사회 분위기 속에 원 부사장은 수출회사인 삼성물산에 가고 싶었다"고 회상한 그는 "그러나 내 뜻과 다르게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됐고 삼성전자에서도 그나마 원하던 해외영업이 아닌 인사 팀에 배치 받았다"고 말했다.

원 부사장은 입사 초기 ´까라면 까야 하는´ 부서 분위기나 시시콜콜 신경 쓸 게 많은 인사 업무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컴퓨터도 없던 당시 대부분의 문서를 손으로 직접 써야 했고 글씨를 잘 써야 대접받던 시절이었는데 글씨를 잘 못쓰던 원 부사장은 선배들로부터 "발로 써도 이것보다는 낫겠다", "너 학교 나온 거는 맞냐"는 구박을 받기 일쑤였다고 했다.

그러나 이왕 시작한 일,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업무가 끝난 뒤에도 회사에 남아 업무 규정집을 꼼꼼하게 공부했고 6개월, 1년이 지나자 기존 관행과 제도의 허점을 볼 수 있었고 이를 하나씩 바꿔나가기 시작하면서 인사 업무에 재미가 붙었다고 회상했다.

원 부사장은 "그러다 승진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느껴 개선안을 제안했는데 하루만에 사장까지 결제가 이뤄졌고 입사 2년차가 사고를 친 셈이 됐다. 재미가 붙었고 인사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게 아니구나 인사도 많은 것을 바꿀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원 부사장은 "요즘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한 시대"라며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판단력과 균형감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균형감각을 기르기 위해 종이신문 읽기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요즘은 한쪽으로 굉장히 많이 쏠리는 시대"라며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접하는데 주로 남들이 많이 본 인기뉴스를 위주로 기사를 보게 된다. 결국 봐야 할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골라 읽게 되고 그러다 보니 쏠림현상이 나타나 균형감각이나 판단력을 상실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자신이 매일 아침 5개의 종이신문을 읽는다고 설명하며 “신문에는 오른쪽, 왼쪽에 상관없이 좋은 이야기와 싫은 이야기가 다 나오기 때문에 균형감각을 기르는데 매우 좋다”고 말했다.

원 부사장은 "삼성의 채용 역시 스펙이 아닌 기본기와 판단력을 본다"며 가장 매력적인 인재로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넓고 깊은 기본기를 갖고 있는 사람´을 꼽았다.

그러면서 “삼성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 실제 삼성그룹은 학점이 4.5점 만점에 3점만 넘으면 그 이후에 학점은 보지 않는다. 학점이 높은 사람보다 실제로 전공에 대해 이해를 많이 하고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며 “외관적인 스펙은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면접장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것으로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꼽았다. 신언서판은 중국 당나라 시절 관리를 뽑을 때 몸가짐과 말씨, 글씨, 판단력 등을 본 것을 의미한다. 원 부사장은 “면접장에서 옷매무새를 제대로 갖췄는지 남의 이야기를 잘 존중해주는지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면접장에서 꾸며서 말하기보다 솔직하게 답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원 부사장은 "주인의식과 긍정 마인드, 행복의 마인드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런데 knowing보다는 doing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내가 일해보니 한국여성은 강점이 많다. 첫 번째는 감성적 리더십으로 대표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다. 두 번째는 집단지성의 조건을 갖췄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가 앞으로 펼쳐진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훌륭한 나무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여대생들로 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