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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

노무현이 실제로 한 말은… 파장 확산 (한국일보 2013.02.22 09:51:06)

노무현이 실제로 한 말은… 파장 확산

■ '노무현 NLL 양보 발언' 관련자들 무혐의
검찰, 대화록은 공개 안해… 논란 다시 불붙어
사실상 '양보 발언' 인정… 민주 "편파 수사" 항고 의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양보 발언'을 폭로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의 결정은 노 전 대통령이 실제 이러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NLL 포기 회의가 열렸다'고 주장한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 등도 함께 무혐의 처분되면서 이 같은 해석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검찰이 비밀유지 원칙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이 실제 어떤 말을 한 것인지 밝히지 않은 만큼 당시 구체적 발언 내용과 정확한 취지 등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았다. 이로 인해 여야 모두 아전인수격 입장을 내놓고 있어 지난해 대선 정국을 달궜던 NLL논란의 후폭풍이 계속될 전망이다.

21일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논란의 불씨가 된 대화록은 국가정보원이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작성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다. 당시 회담에 참석했던 주무비서관과 안보정책비서관, 국정원 담당자 등의 진술을 종합하면 배석자 중 한 사람이 북한 측 협조 하에 정상회담 대화를 녹음했고, 이를 토대로 국정원이 회의록 형태의 문건을 작성한 뒤 노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공공기록물(2급 비밀)로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 의원과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접근이 금지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봤다는 의혹은 자연스레'혐의 없음'으로 귀결됐다.

정 의원 폭로의 허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회의록 발췌본과 원본을 대조한 검찰은 "구체적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정 의원 발언의 기본적 취지가 사실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체 발언 상황과 맥락, 어휘가 공개되지 않은 이상 실제 'NLL 포기 및 양보'발언이 있었는지, 노 전 대통령의 의사가 분명했는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지난해 이해찬 민주통합당 전 대표가 정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할 당시, 2007년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이 전 대표에게 "노 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조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검찰은 "뉘앙스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전체 맥락을 놓고 볼 때 NLL 발언의 해석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니 정 의원의 폭로에 대해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검찰의 수사(修辭)가 여야의 정쟁을 재생산하는 분위기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민주당이 사과해야 한다"며 "특히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후보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박범계 의원과 김현 대변인은 "검찰이 철저히 편파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수사를 통해 사실을 왜곡하고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항고 의사를 밝혔다.

"노무현 NLL 양보 발언 허위로 보기 어려워"


김혜영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양보 발언' 논란과 관련한 여야의 고소ㆍ고발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21일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 내용은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밝히고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구체적 발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NLL 양보 발언 존재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치열한 공방이 재연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이날 민주통합당에 의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된 정 의원과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박선규 중앙선대위 대변인을 불기소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18대 대선 전인 지난해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양보 발언을 공개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이 제출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분석한 결과 정 의원 발언의 기본적 취지가 사실에 부합한다"고 무혐의 처분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정 의원이 비밀누설을 금지한 공공기록물관리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아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검찰은 정 의원에 이어 이 의원과 박 대변인이 "청와대에서 NLL 포기 관련 회의가 있었고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도 참석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2007년 8월18일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남북정상회담 준비(대책)회의가 개최됐고 서해 NLL 평화 정착 방안이 의제로 상정된 사실이 있어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봤다"고 말했다가 민주당에 의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역시 무혐의 처분했다. 이 대화록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닌 국정원이 생산한 공공기록물(2급비밀)로 밝혀졌고, 천 수석은 1급비밀 취급 인가자로 국정원장 승인 하에 대화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새누리당을 고발했다가 무고 혐의로 맞고발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범죄 의도가 없었다"는 사유로, 대화록 열람 요구를 거부했다가 새누리당에 의해 고발된 원세훈 국정원장은 "국가안보를 위한 재량행위였다"는 사유로 각각 무혐의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