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79학번, 우리땐 대기업 취직도 했지만 요즘은…
[2012 대선 만인보]
국토종단 민심기행
강원대생 79학번-00학번 취업 비교
79학번, 현대그룹 등 취업 수월
외환위기 이후 수도권집중 심화
00학번, 지역농협·하급공무원으로
198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강원대생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1986년 한국통신에 4급 간부사원으로 입사했던 79학번 박헌용 케이티(KT)문화재단 이사장은 “당시 졸업생 100명 가운데 16명이 한국통신에 입사했고, 20여명은 현대그룹에 갔다”고 기억했다. 박 이사장은 “서울에 있는 명문대만큼은 아니었지만 기회만 공평하게 주어지면 어디든 합격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원대생들 사이에 있었다”고 말했다.
강원도 출신인 고 정주영 회장이 이끌었던 현대그룹은 강원대 졸업생이 취업하기가 수월했다. 강원대 경영학과 동문인 박상규 경영대학장은 “당시 현대그룹에서는 지방 국립대 출신을 모두 합치면 연세대·고려대 출신만큼 많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20년 동안 강원대 졸업생의 취업 사정은 급변했다. 강원대 자체 통계를 보면, 1994년 73.9%에 이르렀던 취업률은 1997년 77.9%로 정점을 찍은 뒤 1998년 49.0%로 급락했다. 이후 50~60%대를 오르내렸지만, 90년대 초반의 취업률을 회복하진 못했다. 이 시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역 경제 기반이 붕괴하고 수도권 집중 현상이 오히려 강화됐던 때와 일치한다. 올해 취업률은 48.0%까지 떨어졌다. 각종 비정규직 등도 취업 통계에 포함되므로 강원대 졸업생의 취업 형태는 더 악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겨레>가 강원대 경영학과 1979년 입학자와 2000년 입학자 가운데 임의로 5명씩 골라 취업 형태를 파악했더니, 20여년 전 선배들이 한국통신 등 공기업이나 현대그룹 등 대기업에 취업했던 것과 달리 최근 졸업자들은 지역 농협, 하급 공무원, 영업직 사원 등으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지난달 21일 오후 강원도 춘천 강원대 중앙도서관 앞 계단을 학생들이 올라가고 있다. 이들의 손에는 이날 학교 밖에서 열린 한 취업박람회에서 받은 자료가 든 종이가방이 들려 있다. 춘천/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강원대의 한 동아리에서 총무를 맡았던 박아무개(28)씨는 “2008년 같이 졸업한 동아리 친구 7명 가운데 2명은 서울에서 일자리를 구했지만, 3명은 강원도에 있는 중소기업에, 1명은 비정규직으로 취업했고 1명은 아직도 일을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왜 대기업·공기업·공무원 등을 선호하는지도 박씨가 설명해줬다. “중소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을 보면, 주말에도 바쁘게 일하면서 언제 회사가 망할지 몰라 힘들어하더라고요.”
<한겨레>가 강원대 별관 도서관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졸업생 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7명이 공무원·교사·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스스로 취업의 고려 대상에서 문턱이 높은 민간 대기업을 아예 제외한 것이다.
안정적 일자리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취업 준비 기간도 계속 길어지고 있다. 별관 도서관에 있는 졸업생 26명 가운데 졸업 뒤 2년 이상 취업 준비를 해온 경우가 9명이나 됐다. 26명 가운데 월 20만원 미만의 비용으로 생활비를 해결하는 이가 12명이었다. 극빈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공무원을 노리며 2년 넘게 취업을 준비하는 그들이 섬처럼 고립된 ‘별도’에서 절망을 곱씹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강원대의 한 보직교수는 “서울로 가는 문은 점점 좁아지는데 강원도 안에 일자리 창출이 안 되니 진퇴양난”이라며 “지역 균형 발전이 곧 청년 일자리 창출과 연관되는데, 이명박 정부는 관련 정책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역 발전의 토대인 지역 거점 국립대의 정상화를 위해 지금이라도 국립대 등록금 무상지원 등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명선 허승 기자 torani@hani.co.kr
강원대생 53% “MB정부 등록금 대책 잘못”
최대화두는 ‘국가장학금’
“등록금은 학습권보장의 문제”
정확한 선정기준 안밝혀 논란
“왜 못받는지 몰라 열받고
받아도 액수 적어 실망해”
등록금은 대학생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상당수 강원대생들은 ‘반값등록금’을 가계 부담 완화가 아닌 학습권 보장의 문제로 봤다. 졸업생 이종진(가명·26)씨는 “부모님은 어차피 등록금이나 용돈을 주실 형편이 안 된다”며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정말 공부하길 원한다면 등록금 자체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원대생들의 최대 화두는 ‘국가장학금’이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초부터 등록금 대책의 하나로 국가장학금 제도를 도입했다. 부모의 소득이 하위 70%에 속하고 학점이 B학점 이상이면 장학금 신청 자격이 부여된다. 국가장학금 제도에 따른 등록금 감면액은 평균 25% 정도다. 올해 2학기의 경우, 전체 대학생 136만명 가운데 40% 정도가 국가장학금을 받았다.
그러나 <한겨레>가 강원대 재학생 1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5%(53명)는 이명박 정부의 등록금 대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환경미화원인 아버지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한 이지수(가명·25)씨는 “못 받은 사람은 왜 못 받았는지 몰라서 열받고, 받은 사람은 액수가 적어서 실망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원대에서 국가장학금 업무를 담당하는 한 교직원은 “사업을 맡은 한국장학재단이 정확한 선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항의하는 학생들을 납득시키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에 직접 정부 예산을 지원해 대학이 그만큼 등록금을 인하하도록 해야 모든 학생들이 공평하게 혜택을 받는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등록금 대책에 대한 불만은 대선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원대 재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92.1%(93명)의 학생들이 ‘이번 대선 때 꼭 투표하겠다’고 답했으며, 63.4%(64명)는 ‘투표를 통해 정치나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등록금 문제를 중심으로 젊은층의 정치적 감수성이 단련된 셈이다.
정규직 일자리 사라져간 20년
지방 국립대생들에 무슨 일이…
(한겨레 2012.10.10 15:17)
③ ‘취업 바늘구멍’ 앞에 선 강원대 학생들
가을의 춘천에선 해보다 안개가 먼저 떴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국립대학인 강원대에도 안개가 자욱했다. 지난 9월17일 캠퍼스 곳곳에 내걸린 펼침막이 안개 속에 펄럭였다.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이○○ - 신한은행.’ 올해 신한은행 공채에 합격한 4명의 강원대생 이름이 내걸렸다. 다른 펼침막도 있다. ‘9급 공무원 합격자 명단 - 김○○, 박○○, 조○○….’ 하급 공무원이 된 강원대생 20여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동기 10명 가운데 1명이 취업하고 1명은 그냥 졸업만 하고 8명은 졸업을 미루고 휴학했어요.” 졸업을 앞둔 이 대학 신문방송학과의 한 4학년 학생이 말해주었다.
강원대 경제학과 81학번으로 모교 교직원으로 일하는 이상근(50)씨는 이런 장면이 낯설다. “예전엔 사시·행시 정도는 합격해야 펼침막이 붙었거든요. 한국통신(KT)에 4급으로 채용돼도 펼침막이 붙지는 않았죠.”
지난 20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별도’에 가면 알 수 있다. 학생들은 별관 도서관을 ‘별도’라 부른다. 5층 건물 가운데 4·5층을 600여석 규모의 열람실로 만들었다.
“예전엔 사시·행시 합격해야
캠퍼스에 펼침막 붙었는데…”
요즘은 은행 합격에도 들썩
24시간 개방된 별도에는 졸업생들이 모여든다. 강원대는 2010년부터 ‘졸업생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졸업생이라도 예치금 5만원을 내면 학교 도서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회원증’이 있는 졸업생은 현재 600여명이다.
별도에 모인 강원대 졸업생들의 처지는 서로 비슷하다. <한겨레> 설문조사에 응한 26명의 졸업생 가운데 14명은 취업 경험이 전혀 없었다. 나머지 12명 가운데 10명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그만뒀다.
별도에서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박미숙(가명·31)씨는 2년 동안 기간제 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 “친구들끼리 취업했는지 묻는 게 아니라,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물어요. 그게 더 중요해요.” 그에게 정규직의 열망은 소중하다. 박씨는 사람대접 받으며 살고 싶다는 청춘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런 꿈을 품은 대졸 실업자들이 대통령 후보를 보는 잣대는 ‘공감’이다. “경쟁만 시켜 놓고 자기 실력을 펼칠 자리가 없는 구조를 우리 사회가 만들었다”고 말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박씨는 마음이 끌린다. “비정규직의 설움을 당한 게 제 무능함 탓이 아니라고,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해준 정치인이었어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홍종호(가명·28)씨의 잣대도 비슷하다. 홍씨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 “특전사를 다녀왔잖아요. 험하고 어려운 일을 스스로 감당한 사람이니까, 우리들 처지도 잘 이해하겠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취업 준비로 허덕이는 지방대생들은 대통령으로부터 이해받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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