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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IT 첨단산업

갤럭시S3, 10만원대까지 추락…분노하는 구매자들 (조선일보 2012.09.10 03:22)

갤럭시S3, 10만원대까지 추락…분노하는 구매자들

 

보조금 경쟁에 가격 떨어져… 스마트폰 가격 거품 논란
이통사 약정 통해 보조금 구매가격 큰 폭으로 줄어
출고가 80만~90만원대 휴대폰 원가는 40만~50만원 불과
스마트폰 가격 변동 심해… 정보 부족한 소비자만 피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3'는 지난 5월 말 출시 이후 국내에서 약 130만대가 팔렸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산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이 제품의 출고 가격은 약 100만원. 그러나 7월 들어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요금 할부 조건에 따라 단말기 가격이 약 70만원대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이동통신사를 갈아타는 '번호 이동' 조건으로 단말기 가격(할부 원금)이 1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업체가 구매자에게 70만원 넘게 보조해주는 셈이다.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가격 변동이 심한 경우 오전·오후에 가격 차이가 10만원이 넘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90만원대에 출고된 제품, 보조금 경쟁에 20만원대로

최근 갤럭시S3를 비롯한 일부 스마트폰은 2~3개월 만에 가격이 급락했다. 국내의 왜곡된 휴대전화 유통 시장과 짧아지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로 갤럭시S3는 이동통신사와 계약하지 않고 '공기계(이동통신사에 가입되지 않은 휴대전화)'만 사들일 경우 아직도 90만원대에 팔리지만, 이동통신사와 약정을 통해 보조금을 받으면 구매 가격이 대폭 줄어든다. 9일 실제로 일부 휴대전화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17만원에 갤럭시S3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 매장에서는 10만원대 이하로 팔린다는 글도 있었다.

'거품 붕괴'에 대해 스마트폰을 비싼 가격에 사들인 고객들은 화가 잔뜩 나 있다. 이 중 일부는 휴대전화 매장을 찾아 항의하고 영업을 막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분노에 대해 이동통신업계와 휴대전화 업체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변명한다. 이동통신 업체들의 4세대 이동통신(LTE) 서비스 가입자 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이달 아이폰5를 비롯한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면서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번호 이동 건수는 113만여 건으로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커지는 '가격 거품' 논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2년 53만원이던 국내 휴대전화 출시 가격은 2010년 66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이미 지난 3월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업체들은 휴대전화 출시 가격을 고의로 높이고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기만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453억원 부과 처분을 받았다. 일부 제품은 출고가가 조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소비자들은 휴대전화 출시 가격에 여전히 '거품'이 크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들이 관측하는 스마트폰 원가율은 40~50% 수준. 아이서플라이를 비롯한 해외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아이폰, 갤럭시 시리즈 등 스마트폰의 출고 가격은 80만~90만원대지만 부품 가격은 20만~30만원대에 불과하다. 광고비·인건비 등을 더해도 대당 원가가 40만~50만원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싼 스마트폰 , 결국 소비자 부담

통신·휴대전화 업체의 정책에 스마트폰 가격이 요동치는 현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2010년에 마케팅 비용 가이드라인(매출액 대비 22%로 규제)을 정하고 마케팅 비용 축소를 유도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요금 할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국 스마트폰 판매 가격의 변동이 심해지면서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특히 국내 소비자의 피해가 심하다. 해외는 스마트폰 유통 경로가 다양하지만, 국내는 이동통신 업체 위주로 유통 경로가 단순해서 경쟁도 덜하고 시장 가격이 쉽게 왜곡된다. 물론 각 시장 제품별로 기능이 다르거나 이동통신 업체의 지원 금액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삼성뿐 아니라 LG전자(인사이트), 애플(아이폰), HTC(디자이어) 등 대부분의 휴대전화 사업자들이 비슷한 제품을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비싸게 출시했다는 논란을 겪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소비자들의 비용으로 업체들이 이익을 보는 구조"며 "정부가 유통 경로를 개혁해 지속적으로 출고가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할부 원금

매달 휴대전화 가격을 할부로 지급하는 금액의 총액. 사실상의 휴대전화 판매 가격이며, 이동통신·휴대전화 업체의 지원 보조금에 따라 달라진다.

 

 

"10만원대 갤럭시S3 놓칠라" 대리점 폭주

 (조선일보 2012.09.11 16:05)

 

그래픽=박종규

17만원 갤럭시S3 대란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9일부터 10일까지 온라인 휴대폰 판매점과 일선 통신사 대리점에서는 17만원 갤럭시S3를 사기 위한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경쟁을 벌이는 통신 3사가 갤럭시S3 번호이동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지원금을 걸었기 때문이다.

정가가 99만원인 갤럭시S3는 이 기간에 3개월 동안 LTE-62 요금제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할부원금 17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할부원금은 휴대폰을 구입한 사람이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다. 할부원금 17만원을 24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7000원 수준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이틀 동안 기록한 번호 이동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온라인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이틀 동안 소화한 개통 물량이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평소보다 휴대폰 배송과 개통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려 아직도 작업을 끝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선 대리점과 판매점에도 많은 사람이 몰렸다. 서울 무교동의 한 휴대폰 대리점은 퇴근시간이 겹친 10일 저녁에 수십명의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상담을 받는데만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 대리점 관계자는 “평소에는 상담만 받고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제는 갤럭시S3가 17만원인 것을 확인한 사람들이 대부분 개통까지 원했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의 갤럭시S3 대란이 끝났지만 업계에서는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0일 통신 3사 마케팅 담당 임원들을 불러 경고하면서 지원금이 줄었지만,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TE 가입자 확대에 바쁜 KT가 언제든지 다시 보조금 경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한 통신사가 경쟁을 시작하면 나머지 통신사는 무조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일선 대리점에서 자체적으로 경쟁에 불을 지피는 경우도 있다. 통신사는 일선 대리점이 가입자를 모집하면 성과급 형식의 리베이트를 주는데, 일선 대리점에서 리베이트를 가입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할 때에는 대리점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자신들에게 돌아갈 리베이트를 포기하고 보조금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일단 이번 주까지 통신사들의 보조금 지급 현황을 지켜보고 현장 조사에 나설지 결정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9월에도 보조금을 과잉지급한 통신 3사에 13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2010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은 보조금 기준을 세 차례 위반한 통신사는 최대 3개월까지 신규 가입자 모집을 정지시킬 수 있다. 현재 통신 3사는 모두 두 차례 보조금 기준을 위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