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이러스/신종플루 바이러스 (멕시코발 돼지독감)

사람 동물 바이러스 섞여 (조선일보 2009.04.28)

사람·동물 바이러스 섞여, '인수(人獸)전염병' 창궐

인간의 바이러스가 닭·돼지 등 가축을 넘나 들면서 새로운 형태의 강력한 바이러스로 재탄생 하여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이번 멕시코 SI 바이러스도 사람 인플루엔자와 조류·돼지 인플루엔자가 돼지에서 섞이면서 신종 바이러스로 변종 한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아시아 지역을 공포로 몰아 넣었던 조류 인플루엔자(AI)도 사람의 인플루엔자가 조류의 것과 재조합 되면서 변종 인플루엔자로 탈바꿈했다. 그 동안 AI는 조류에게만 감염을 일으키고 사람에게는 넘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997년
홍콩에서 조류와 사람의 인플루엔자가 혼합되면서 새로운 유형이 인간을 공습하기 시작했다. 가축을 매개로 한 질병을 사람이 같이 앓는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 창궐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1918년 전세계적으로 수 천만 명의 희생자를 냈던 스페인 독감이나 1950년대와 1960년대 수 백만 명의 사망자를 냈던 아시아·홍콩 독감 등도 바탕에는 가축과 인간의 바이러스가 우연히 혼합되는 과정에서 변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하여 대유행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전염병 관리과장은 "1970년대부터 거의 매년 지역별로 새로운 전염병이 나왔는데 대부분 가축으로부터 넘어온 것"이라며 "인간의 주거 지역이 점점 넓어지면서 야생 동물이나 가축과 접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근의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도
중국이나 베트남 농촌 지역 등 사람과 가축의 주거 환경이 분리되지 않은 곳에서 주로 태어났다.

서울대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 이영순(수의학과 교수) 소장은 "조류나 돼지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지역을 가보면 사람과 가축의 생활 영역이 구분돼 있지 않은 곳"이라며 "이런 환경 속에서 이종(異種)간에 바이러스 재조합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변종 인플루엔자가 태어나고 퍼져 나간다"고 말했다.

기업 형태로 이뤄지는 대규모 가축 사육도 인수공통 질병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가축을 밀집해서 키울 때 가축 성장을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는데 이것이 항생제 내성균을 키워서 사람에게 전파되어 치료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범위를 더 넓혀보면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와 '광우병'도 동물의 질병이 인간으로 넘어온 것으로 분류된다.

이영순 소장은 "가축에서 인플루엔자가 변이돼 사람을 대거 감염시킨 사스(SARS)로 총 300억 달러의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다"며 "인수 공통 전염병 차단은 인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